<여행의 이유> 그믐에서 같이 읽어요 (중도 참여 가능, 8/18 책 회고 진행)

D-29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처음 들어설 때도 그렇고, 다음날 외출하고 돌아올 때도 그렇다. 호텔은 집요하게 기억을 지운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저도 같은 문장에 표시를 해 놓았네요. 호텔의 로비에서 나는 미지의 공간 향, 막 들어선 객실의 새하얗고 바삭바삭한 침대 시트, 아무리 구겨져도 내가 빨거나 다림질할 필요가 없는 그 침구 위에 뛰어들며 느끼는 행복이 있어요.
여행이 과거, 미래를 위한것이 아니라 오직 현재만을 위한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깊었던 챕터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여행은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마침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이 문장 앞서 @BBittakkoo 님도 수집하셨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면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인간관계에서 주는 것과 받는 것을 저울질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내가 살아오며 관계로 만들어 낸 궤적은 결국 다시 나를 향하는 것 같거든요.
사람, 장소, 환대
썸바디~ 노바디~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젊을 때는 내가 누구인지, 더 많이 알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이라면 점점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으로 부여된 여러 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 인상적
어차피 알 수 없다는 것. 많은 것들이 그저 우연으로 결정된다는 것. 이런 태도로는 불가능한 것을 통제하려는 충동은 줄일 수 있겠지만, 필연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p.108, 김영하 지음
아니, 인터넷 시대가 되면 수요가 줄어들 거라던 여행은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p. 93, 김영하 지음
이 여행이 매우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바로 이 순간, 완성된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매주 금요일 밤이었다. (...)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찍힌 자기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p. 101, 103, 김영하 지음
여기에서 일종의 카프카적 상황이 발생한다. 수십 명이 프로그램에 관여하지만 이 여행의 전부를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그러니까 <알쓸신잡>이라는 이 이상한 여행은 화면에서는 밝고 유쾌한 나들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성'을 향해 나아가는 건축기사 K나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의 여정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 '성'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 않는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p. 104, 107, 110, 김영하 지음
흔히들 통제할 수 없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한다. 비슷하게 이 챕터에서는 '통제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통제하려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고, '지금에 충실하면 원하는 것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바야르는 오히려 필리어스 포그의 이런 태도는 여행지의 디테일에 함몰되지 않고 총체적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p. 112, 김영하 지음
사실 이 부분에서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필리어스 포그를 비난할 줄 알았습니다. 반면에 작가는 직접 경험하는 것이 어찌 보면 시야를 좁게 만들거나 편향된 생각에 휩싸이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방식은 총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죠. 내용을 주욱 읽고 나서는 이 말에 설득되었습니다. 최근 스타트업과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저는 제가 스타트업에서 겪은 상황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른 사람과 견해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직접 느껴봤기에 스타트업에 대한 저의 시각을 포기하지 못했던거죠. 하지만 이 글을 보며 오히려 외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더 총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 부근의 내용이 꽤나 충격적이었어요. 영국인 탐험가가 수에즈에 가서도 배에서 내리지 않고, 하인이 본 것을 들은 것만으로 책을 썼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던 그 챕터의 시작에서 저 또한 그 영국 귀족의 오만함에 코웃음을 쳤는데요. @아웃풋사피엔스 님의 말마따나 챕터를 다 읽고 나서는 오히려 여러 정보를 듣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도 정보로서의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본 것에만 매몰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은, 저 또한 제가 경험한 것에만 생각을 제한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언플래트닝'에서 봤듯이 내 시각과 다른 사람의 시각이 만나야만 온전해지는 입체가 될 수 있을테니 말이죠. 그런면에서 저는 이러한 생각의 부딫침을 연애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배웠던것 같아요.
생각의 부딪힘이라는 이야기가 참 좋네요. 이 분야 최고봉이 책인 것 같아요. 실제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꽤 크지요. 책은 단 돈 만오천원으로 (도서관에서 빌리면 이마저도 공짜) 저와 완전히 다른 시공간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각양각색의 논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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