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작가축제X은행나무] 마르타 바탈랴 작가님의 <보이지 않는 삶> 함께읽기 챌린지

D-29
반전이 있기 만을 바라면서 읽어가니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어요. 슬프지만 세상이 바뀌는 건 한 순간 같다가도 모두가 꼭 그런 속도는 아니라서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하고 싶은 걸 어느 정도는 타협하면서 그래도 할 수 있는 세계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기도 하구요.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어요. 속도감에, 탁월한 유머에 몰입하지 않을 수가 없는 소설이더라고요. 무엇보다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에요.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는 여성들의 같고도 다른 이야기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책들을 찾아 읽고 있는데요. 그런 저의 책장에 또 한 명의 작가가 추가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어쩜 공간도, 시간도 다른 곳에서 여성들은 같은 폭력에 노출되고, 같은 억압에 좌절하는지요. 그러면서도 이런 이야기가 계속 읽고 싶은 이유는 아무리 거듭되는 이야기라도 더 이야기 되어야 하는 이야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한 명 한 명의 여성이 경험한 독특하면서도 공통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기 때문에요. 제가 꼽은 한 문장은, 에우리지시가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되찾게 되는 순간, 그러니까 책을 읽고 쓰게 되는 순간인데요.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고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된 에우리지시에 대한 작가의 기쁨과 응원이 물씬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거든요. 마침내 자신의 삶을 이룩한 에우리지시가 좋아서 그 문장에 한참이나 머물렀답니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너무 좋아요. 주인공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에우리지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삶> 속의 여자들의 모든 이야기가 다 소중했어요. 저마다 힘든 삶 속에서 자신의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이잖아요. 스치듯 지나가는 인물마저도. 가혹한 폭력에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는 여성들을 보는 것이 큰 힘이 되는 시절입니다. 저 스스로도 힘을 다지게 되었고요. 이 소설이 더 많이 읽히고 이야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에우리지시가 세상과 마주할 때, 자신이 들이곤 하던 관심의 딱 절반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안테노르는 생각했다. 완벽한 여자야. 모든 말에 수긍하는 에우리지시의 일상적인 습관을 보고 이렇게 오해하기도 했다. 이 여자는 결혼할 여자야.
보이지 않는 삶 p.107, 마르타 바탈랴
애가 조심하지 못하네. 하지만 젤리아의 어머니는 이웃들의 오지랖에 신경 쓰지 않았다. 쟤도 언젠가는 인생이 그렇게 행복하기만 하진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게 오늘일 필요는 없잖아요.
보이지 않는 삶 p23, 마르타 바탈랴
욕구는 무와 무의미 사이를 오갔다. 그는 인생이 영구기관처럼 굴러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삶 p 37, 마르타 바탈랴
플리니우는 대답하지 않고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결혼한 남자들이 으레 걸린다는, 침묵의 시위라는 바이러스에 걸린 것이었다. 심지어 결혼 15주년이 될 때까지 입 밖에 꺼낸 단어들의 음절 개수가 같은 기간 트림한 횟수보다도 더 적었다.
보이지 않는 삶 p39, 마르타 바탈랴
이 책은 무언가가 됐을 수도 있는 여성, 에우리지시 구스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이지 않는 삶 p51, 마르타 바탈랴
이쯤에서 독자는 이렇게 질문할지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여자들은 왜 다들 우울하거나 날이 서 있냐고, 사실 그렇지 않다.
보이지 않는 삶 p62, 마르타 바탈랴
에우리지시의 담임 클라라 선생님은 고구마보다 더 달콤한 사람이었다.
보이지 않는 삶 p73, 마르타 바탈랴
에우리지시의 연주는 모든 음이 딱딱 들어맞았고, 선율도 완벽했다. 왜 인생은 그렇게 될 수 없을까? 왜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고, 생각하는 걸 다 말할 수 없고 아무 생각이 안 들 때까지 입이 부르트고 손가락이 마비되도록 실컷 연주할 수도 없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삶 p81, 마르타 바탈랴
에우리지시는 신경 쓰지 안았다. 신경 쓰지 않음이 에우리지시가 맞이한 새로운 단계의 일부였다. 몇 날 며칠을 서재에 틀어박혀 지냈다. 탁탁탁,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책 속에 얼굴을 파묻은 에우리지시가 있었다. (…) 에우리지시와 대화를 나누는 건 책이었다. "이건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이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어. 이 문단은 다른 책의 저 문단과 연결되는 걸"이라며 책장과 대화를 나눴다. 구절에는 밑줄을 쳤고, 빈칸에는 메모를 했으며 이따금은 느낌표에 힘을 주었다.
보이지 않는 삶 p.208, 마르타 바탈랴
에우리지시의 글이 언젠가 그에 걸맞은 관심을 받게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 어찌 되었든, 만일 누군가, 언젠가, '보이지 않음의 역사'라는 제목이 적힌 작은 제본 책의 첫 장을 만나게 된다면, 그리고 그중 몇 장을 읽을만한 지혜를 갖고 있다면, 그것이 단 한 곳의 도서관에만 소장되기에는 아까운 책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삶 pp.234-235, '작가의 말' 中, 마르타 바탈랴
과거 언젠가 너무나 가까이에서 있었던 것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여성이라는 보편성 안에 묶여 있었어요. 겉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 없는 결말이 아쉬우면서도 현실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변할 수 없는 안테노르, 결혼을 박차지 않은 에우리지시, 다시 결혼 제도 안으로 들어가는 기다를 보면서 삶은 그리 '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에우리지시의 내면이 새로운 단계를 맞이했고 기다가 '세상 사람들의 악의' 넘치는 소문 속 진실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의 범주'에 묶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안도해야 하는 정도, 이 정도가 우리의 현재인 모양입니다.
<완독 리뷰> 처음에는 남미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계속 나오는 등장인물에 혼란스러웠다. 주인공 찾기가 힘들지 않은가? 그리고 마르케스의 책들이 떠올랐다가,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도 떠올랐다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끊임없이 느끼면서 읽어 내려갔다.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재미있었다. 2/3 정도 읽으면서 왜 보이지 않는 삶이 제목인지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이 너무 슬펐다. 마지막 또한 속시원한 결론은 나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에우리지시의 삶 첫 부분부터 그녀의 빼어난 능력들이 열거되는 것을 보며, 무라도 썰고 끝나겠지 했지만, 결국은 그렇게 삶은 지속되기만 하며 끝나 씁쓸했다. 물론 마음에 드는 결론이었다. 사실 뚜렷한 목적성을 추구하는 독자라면 ‘보이지 않는 삶’이 재미도 없고, 그래서 뭐?란 의문점만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이 그런 거지 해결책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다만 ‘잘 보이는 인생’을 사는 이들이 본인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았던 고마운 존재를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 책을 통해 놓쳤던 모든 선택들이 떠오르기도 했네요. 뭔가 그때 그랬다면? 이라는 생각조차 듭니다. 재밌게 읽어가고 있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은행나무입니다 🧡 이제 모임이 3일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함께 완독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필수 미션 안내 및 우수 참여자 선정을 위한 서프라이즈 미션을 안내합니다. *필수 미션 : 완독 리뷰 : 8.25(금)까지 *서프라이즈 미션(선택) : 온라인 서점 중 1곳에 100자평 남기기 (남기신 후에 링크 또는 서점명/아이디 알려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 ㅎㅎ) 우수 참여자에게는 신간 선물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예스24에 남겼는데 100자 평이 없네요. 책 회원 리뷰에 글을 올리긴 했는데 해당 링크를 가져오는 게 되지 않아서 동시 연동되는 서점 블로그 링크로 대신합니다. 보이지 않는 삶에 관한 회원 리뷰들을 보니 예스24의 경우 2019년 이후 리뷰 올라온 게 없네요. 오랜만에 뭔가 업데이트를 한 거 같아서 뿌듯합니다. https://blog.yes24.com/document/18450597
^^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19년 이후 첫(?) 리뷰가 되겠네요.
[완독 리뷰] 에우리지시의 삶을 통해 우리 할머니대의 시대상과 그들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교육에 대한 열의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한이 되어버린 그런 여러가지 사연들이 떠올랐다. 어쨌든 하나뿐인 언니 기다는 사랑의 도피를 한 셈이고, 에우리지시는 결혼을 통해 집안의 평화를 지킨다. 요리책도 써보고 의상실도 운영해보고 무엇이든 능력이 넘치는 금손을 가진 에우리지시지만 권위적이고 자존심 강한 남편과 살면서 소용없는 짓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정말 눈엣가시 같은 이웃집 여자 젤리아...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말하며 본인이나 잘 할 것이지 온갖 악소문을 퍼트린다. 그것도 몰래 엿들어서 말이다. 제발 이사가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읽게 된다. 아무튼 모든 것을 못하게 된 에우리지시는 어느날 집에 찾아온 기다를 만나게 되고, 기다의 사랑의 도피 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당한 기다였지만 우여곡절이 많다. 듣고 있자면 기다 이야기로 책을 한 편 쓸 정도니까. 그러나 에우리지시와 기다가 다시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살아갈테니 그것만은 안심이 된다. 브라질 작가 마르타 바탈랴의 이야기를 통해 브라질의 여인들의 삶을 따라가보았던 것 같다. 지금도 에우리지시는 무언가를 도전하고 있을텐데 응원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100자평] https://blog.aladin.co.kr/m/749859174/14851510
완독하고 보니 뒤늦게 엔딩이 약간 엔딩을 위한 엔딩이라는 느낌, 급브레이크로 막을 내린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작가가 마음만 먹었다면 백년의 고독 만큼은 이야기를 계속 늘려갈 수도 있었겠구나 싶은 이야기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런 거 같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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