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치호 에세이] 우리는 가끔은 반드시 메기를 수조에 들여야만 합니다.
‘메기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 유럽 북해 연안에서 잡히는 청어를 멀리 수송하여 공급하기 위해서 청어를 넣은 수조에 그 천적인 메기를 함께 넣어서 청어를 최대한 오래 살아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호러는 우리네 인생사에서 그런 메기효과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에 지쳐서 급기야 번 아웃에 이르렀을 때, 혹은 사랑으로 시작한 연인 관계가 매너리즘에 빠져 다른 이성에 눈이 돌아갈 때, 또는 자유와 권리가 조화로운 번영 사회에 익숙한 나머지 숨 쉬기 조차 힘든 엄혹했던 독재의 시절이 그리워하며 그때가 좋았지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충격요법으로 호러만한 것이 없습니다. 건실하던 직장이 IMF 위기에 직원들에게 사직을 권하고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그 혹은 그녀가 나의 메시지를 읽씹하거나 통화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거나 기념일들을 잊어버린다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국민의 인명 사고를 모른척하고 책임지려하지 않거나 자국민 안위보다는 뚱딴지 같은 대의명분으로 타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정부를 지켜봐야하는 호러블한 상황들 말입니다. 인간은 본래 게을러지고 악해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그저 안온한 일상과 관계에서는 그닥 그 상황을 유지함에 감사하거나 유지에 더욱 노력하려고 하지 않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호러가 필요합니다. 아니, 절실합니다. 사지절단의 슬래셔가 필요한 상황도 있고, 끊임없이 신경을 긁어대는 금속성의 사운드가 필요한 상황도 있으며, 적막하고 변화없는 풍경으로 지루함에 질려버리게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그런 호러를 직면하고서야, 마침내 나의 무미건조했던 일상과 나의 일터가 그저 감격스러워지고, 멋지고 이뻐보였던 연인의 익숙한 외연 너머의 그 속깊은 마음에 다시 심쿵해지며, 더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서 더욱 열심히 따져보고 가려 뽑아서 차악이 아닌 최선의 정치인들에게 투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호러를 두려워 말고, 호러로 닥칠 호러를 물리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호러의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그땐 이미 늦어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가끔은 반드시 메기를 수조에 들여야만 합니다.
[박소해의 장르살롱] 1. 호러만찬회
D-29

Henry

박소해
@Henry 님 참전하셨군요!!! 😎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에 진심 감사 드립니다... (팝콘각이다!)

조CP
너무 공감되고 좋네요. 지식과 통찰마저 주시는 글이에요. 내 안의 청어를 위해 호러를 담아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Henry
공감해주시니 쑥스러움이 조금 가십니다. 감사합니다!

예스마담
역시나 헨리님..품격이 다르십니다. 메시지를 전하는 에세이 잘 읽었구요..헨리님께 1표 던집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박소해
@모임
여러분이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에세이를 쓰고, 공유하고, 에세이를 쓸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도 추가로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를 쓰는 행위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박소해
@모임 아, 그리고 추가로 광고할 것이 하나 더 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박소해
@모임
전에 말씀드렸듯이 장르살롱은 추미스와 호러 및 다른 세부장르를 골고루 다루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벌써 두 번째 방을 만들었답니다. 이번엔 추리소설을 선택했구요. 일본에서 SF 천재라고 소문난 오가와 사토시 작가님의 장편소설 <너의 퀴즈>입니다. 퀴즈쇼를 소재로 한 독특한 미스터리이고 블루홀식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소설입니다.
여러분~~ ‘ [박소해의 장르살롱] 2. <너의 퀴즈>’ 방에 들어와주세요. :-)
바로 옆방이에요. 멀지 않아요~~ :-)
참여신청하고 구글폼으로 서평단 신청하면 총 10분께 책을 드립니다.
단, 창의성 넘치는 기대 이유를 남겨주셔야 해요~~
장르살롱 두 번째 방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www.gmeum.com/gather/detail/797
이지유
오... 이호치호에세이요...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채팅 전까지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ㅎㅎ

예스마담
<너의 퀴즈> 블루홀 식스 서평단에 참여해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요. 일본에서 가장 핫한 작가지만 한국에서 처음 발간되는 책이라고 해요. 가독성 좋고 너무 재밌으니 안읽으신분들은 참여해보세요. 추천합니다!

Henry
아… 급부담감에 키보드를 만지작 거리기만 합니다. 요샌 아침에 눈뜨면 뉴스와 신문에서 마주하는 사건사고가 오나전(!) 호러블 해서 이걸 감당할려면 문명과의 단절 밖에 없을 듯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도저~언 해봐야겠습니다 ;;

Henry
오호~ 기대감 급상승인걸요!!

예스마담
숙제 쌓여서 좀 쉬자한게 작심삼일 가더라구요..또 다시 서평책 밀려오는중인데 ..너무 기분 좋은거 있죠~ 헨리님도 책 한권 더 쌓고 그냥 비명 한번 지르시길 히히

Henry
그 극복하기 어렵다는 작심삼일의 허들이로군요. 비명 한번 지르면 해결이 될까요? 과연 그럴까요...? ㅎㅎ

박소해
@예스마담 와 마담님이 재밌다고 하셨다면 백펀데요! 그건 그렇고 <너의 퀴즈> 방엔 왜 안 들어와주시는 거죠... 어서 옵셔. 특히 완독한 분의 고견이 필요합니다!

텍스티
📢 이호치호 에세이 참여, 망설여진다면 일단 봐주세요! @모임
박소해 작가님의 장르살롱 <호러만찬회>의 진정한 마무리는 이번 에세이 쓰기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고 위로 받으면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나아갈 힘이 생긴다고 하죠? 두려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주에 서로의 두려움을 공유했고, 2주에 걸쳐 <호러만찬회>로 대화하면서 한국 사회의 연령대별 공포에 집중했으니 이제 직접 글을 쓰며 불안과 걱정, 공포를 털어낼 타이밍이에요!
여러분께서 전해주신 에세이는 🍴호러만찬회 시즌2🍴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장르살롱에서 나눈 두려움, 이를 풀어낸 에세이의 흔적을 <호러만찬회 시즌2>에서 찾게 된다면 그건 우리의 공포가 다수에게 공감을 살 정도로 선명했다는 의미일 거예요. 어떤 작가님의 손을 거쳐 어떤 작품으로 탄생할지 상상하며 에세이를 써보셔도 좋겠습니다💭
우수 에세이를 작성하신 2분(박소해 작가님과 텍스티가 논의 후 선정)에게는 🌟교보문고 기프트카드(3만 원)🌟을 모바일로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사들이는 삶에 도움이 되는 상품이죠?
박소해 작가님께서 공지하신 것처럼 마지막 모임에서는 '에세이를 쓸 때의 기분'도 중요하게 다룹니다. 부담은 조금 내려놓으시고, 모임을 마지막까지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해 주세요!
그럼 건필 휘두르시길 바라며💪🏻

박소해
@텍스티
상품이 너무해요!
저 진행자 안하고 참여자하고 싶잖아요! (오열)
여러분 텍스티 님 설명 잘 들으셨죠? 마감 시간은 금주 금밤 8시! [이호치호] 소일장 요이 땅! 입니다. :-) 좋은 글, 진솔한 글 기다려볼게요.

조CP
도전합니다!
[이호치호 에세이] 호러는 정신건강보조제
우리가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회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온전히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라는 말이 있죠. 무서운 줄 모르면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공포는 살아감에 있어 필수적인 감각 혹은 감정일 것입니다. 저는 하루하루 꿈과 이상을 욕망하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정확하게는 나락과 고통으로부터 멀어지기를 욕망하며 살아갑니다. 가난해지고 싶지 않아서, 도태되고 싶지 않아서, 자리를 잃고 싶지 않아서, 꿈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매일 애를 씁니다. 부정 에너지를 쓰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포가 삶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진화를 거치면서 근원적으로 갖게 된, 종의 영속을 위해 DNA에 새겨 온 기저 공포-맹수와의 대면 같은-를 제외한다면,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아마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겁니다. 바꿔 말하면, 공포를 잘 느끼지 못 한다는 것은 욕망하는 바를 잃어버렸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저 하루하루 이런저런 일상에 치여 살아가다 보면, 마치 마취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욕망도 잊게 되고, 공포에도 둔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호러물을 좋아합니다. 호러 콘텐츠는 제 공포 감각의 날을 벼리게 해줌으로써 욕망의 날 또한 벼리게 해줍니다.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어떻게 되면 안 되는지를 말초적 공포와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아 보여주는 것이 호러의 매력이자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러 콘텐츠를 하나 둘 보시면서 한껏 공포를 느끼시고 그것을 즐기실 수 있는 상태가 되어간다면, 아마도 당신은 꽤 건강해지고 있는 중일 겁니다. 다함께 건강합시다.

박소해
@서은건 님 조용히 계시다가 마지막에 소일장에서 카운터 펀치를... 크으. 잘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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