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믐에 처음 참여해봅니다. 좀 겁을 먹고 책을 일찌감치 다 읽어놓고 책걸상도 들었는데, 삭제도 어렵고 뭔가 잘 정돈해서 쓰고 싶은 마음에 썼다 지웠다만 반복했다가 이제야 올려요. 저도 흥하리라님의 문장모음처럼 ‘빅데이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16면)’는 부분이 계속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자꾸 제 상황에 연결하면서 읽었는데 이 부분도 그랬습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부정적일 때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혼자 곱씹다보면 크고 작은 상관관계들을 모조리 인과관계로 치부해버리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일이라고 속속들이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사람 일이 꼭 원인이 반드시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도 잘 알지 못할 때도 있는데 사람은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한탄하다보면 기억편향이라고 하던가요 그런 작용들 때문에 ‘이것 때문인가? 맞아 그런 것 같아’ 그러면서 자꾸 그 방향으로 몰아가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류학적 관점과 정반대의, 물론 자신을 객관적으로 여러 맥락에서 바라보기는 매우 힘들지만 오로지 내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전혀 객관화되지 않은 시선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까 인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어렴풋 알고 있던 요소들을 떠올렸을 때 인류학적 시각이야말로 삶 곳곳에 녹여서 적용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평소에 해왔던 것 같다고 느꼈어요. ‘도대체 저 사람은 왜 그럴까?’하는 마음이 들 때 그 사람의 시각에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이게 여기서 말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에 반갑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런 역지사지가 생각보다 어렵지만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인류학적 시각의 쓸모에 대해 접하면서 그런 생각을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예단하지 않고 지켜보려는 노력 “알고 있다는 착각” 같이 읽기
D-29
루모스

흥하리라
상대방을 제대로 알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지난 주 설교시간에 지하철에서 마구 뛰어다니고 다른 승객들을 귀찮게 하는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주변 승객들이 아버지에게 '도대체 왜 아이들을 그렇게 방치하고 멍하게 앉아 있느냐?'는 항의에 정신이 번쩍들어 '죄송합니다. 오늘 아침 아내가 죽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머리가 하얗게 되서 아이들이 저러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합니다.
아버지의 이 말을 전후로 승객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졌을 것입니다.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가며 좋아지는 것은 다른 사람의 겉으로 보여지는 것의 이면에 내가 모르는 모습이 많이 있을거라 생각하면 화도 덜 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대방에 대해 더 알게 된다면 이해의 깊이도 더 늘어나게 되겠죠.
아무튼 계속 즐거운 독서 되기를 바랍니다.
Julia
갑자기 집안 일로 어수선해서 1주일이 휙 날라갔네요.. 주말에 열심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빨리는 읽지 못하니 다른 분들의 대화를 쭉 훍어보면서 좀 늦게 읽어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흥하리라
네.. 늦게라도 따라오시면서 이야기 나눠주세요. 복습(?)겸 차근차근 읽고 의견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흥하리라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중국출장일정이 있어서 화요일에 출국하고 이제 돌아왔습니다. 출장에는 중국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무실 동료와 함께 했는데, 첫 날 북경시내의 모습과 방문 회사에서 만난 직원들보면서 "왜, 방송에선 중국의 나쁜 모습만 보여주느냐?"고 자기의 (-)감정이 (+)감정으로 돌아서는 중이라며 웃음을 짓더군요.
공산주의(하지만 자본주의 냄새가 많이 나는...), 통제되어 경직되어있을거라 생각한 중국민들을 직접 보면서 생각해왔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에 조금은 충격을 받은 듯 합니다.(물론 제가 수 년 전에 출장갔을때보다 세계 환경이 좋지 않아 함부로 정부를 욕하거나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더군요.)
아무튼 1인당 국민소득이나 그 국가가 표방하는 이념,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게 되는 정보와 직접 만나면서 얻게 되는 정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오버 하자면) 이런 게 인류학의 진가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럼 저도 출장 땜에 미뤄뒀던 2장, 3장으로 주말에 부지런히 넘어가야겠네요..
벤지누나
업무에서 바쁜일들이 많아져서 시작이 늦었네요 😅
늦었지만 차근차근 따라가겠습니다~

흥하리라
2. 킷캣과 인텔의 인류학자들
인류학자들이 (학계 내부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기업에서 활약한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기업 사정은 또 어떤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인류학이 대부분 낯선 "지역"을 대상으로 하지만 2장에서 언급된 많은 이야기들이 기업 내에서 일어난 이야기여서 문득 초기 애플 vs 삼성의 스마트폰 홍보 전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많이 비슷해졌지만 초기에 새로운 기기가 나올 때마다 한 쪽은 '얼마나 사용하기 편리한가, 직관적인 사용방법'을 내세우는데 비해, 다른 한 쪽에선 '최고의 사양, 최고의 속도!!'를 내세우던 시절 말이죠. 물론 후자에 후한 점수를 주며 전자에 비해 얼마나 비싼 부품을 사용했는지 흥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엔 전자가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 공학자들이 안내 로봇을 만들어서 공항에 배치해 놓고 '내가 만든 로봇이 얼마나 똑똑한지, 그리고 공항이 낯선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 흐뭇하게 기다리다가 결국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현실에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여러 기능을 탑재하여 공을 들여 만든 로봇은, 하지만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이죠. (그리고 언제 시간이 되면 자동차 보조석 수납박스에 쳐박혀있는 메뉴얼을 한 번 읽어봐야겠단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회사 연구원들이 애써 만든 신기술 중에 활용하지 않고 있는 기술이 얼마나 될 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인류학자들이 유수의 기업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특정 부류의 인간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을 타파해가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흥하리라
“ 경제학자들은 스스럼 없이 앞에 나서서 선명하게 주장을 펼친다. '앞으로 이러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경제학자들에게는 힘 있는 사람들과의 인맥이 있고 미래를 전망할 자신감이 있다. 결국에는 잘못된 주장으로 밝혀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
『알고 있다는 착각』 p.102, 질리언 테트
문장모 음 보기

흥하리라
3. 낯선 전염병과 싸우는 법
3년 이상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19를 비롯해서 우리에겐 좀 먼 전염병이었던 에볼라와 지카바이러스를 사례로한 3장에서도 많은 것들이 신선했습니다. '우리가 옳은 방법을 결정했으나 따라오라!!'는 방식의 한계,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현지 상황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
어쩌면 상황이 급박하기때문에 '우리가 해법을 갖고 있다'는 측과 '좀 더 지켜보자'는 측의 대립의 결과는 밀어부치는 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지식과 정보의 우열은 있고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만 결국 어떠한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위해서는 '선진국'의 지식과 정보를 강제하는 것이아니라 비록 후진국이지만 그들의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이를 고려하여 해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 될 것입니다.

흥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