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5문5답] 32. 소설가 서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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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들을 만나 그 분들의 인생책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생책 5문5답] 인생책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나를 알고 세상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준 책. 좋은 삶을 살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용기를 주는 책. 당신의 인생책을 알려주세요. 함께 읽고 나누겠습니다.
Q1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자기 소개와 인생책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자 소개 안녕하세요, 소설가 서윤빈입니다.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루나>로 대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런저런 단편들을 모아 지난 5월에 <파도가 닿는 미래>라는 단편집을 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트리플 시리즈(자음과 모음)가, 내년 상반기에는 장편 소설(허블)이 출간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책을 사랑하는 분들께 글을 보여드리는 일은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아직까지는 대학과 연이 닿아 있어서 (작가가 보이는 것보다 젊습니다...!) 후배들을 데리고 독서 모임 같은 걸 하곤 하는데, 글을 쓰는 친구들이 꼭 등단만이 아니더라도 자기 글을 보여줄 곳이 마땅치 않다며 고민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영원한 축제를 위하여 서로 읽고, 울고, 웃으며 즐겁게 지냈으며 좋겠어요. 🌊 인생책 소개 제 인생책은 아고타 크리스토프 작가님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입니다. (어느 책이나 그렇겠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명작이죠.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그 사이에 숨어 있는 유리조각 같은 말들이 아름다움과 서늘함을 동시에 자아내는 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책을 둘러싼 한 가지 외연이 또 흥미로운데, 작가는 프랑스로 망명해서 프랑스어를 공부하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해요. 세 권(현지에서는 3권이 분권이었으나 한국에서는 묶여서 나왔습니다) 중 특히 첫 번째 책인 <비밀 노트>에서는 엄청난 단문의 향연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비밀 노트>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건, 그리고 저도 어쩐지 그렇게 느끼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 같습니다.
Q2 이 책이 인생책인 이유에 관해 조금 더 듣고 싶어요.
인생을 앞서는 책이란, 아니 책에 뒤쳐지는 인생이란 없다고 믿습니다.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는 책도 그 책 하나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그 책이 변화시킨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만든 세상을 모두 합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책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나'를 한순간이라도 흔들고 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질문을 던지거나, 겪어본 적 없는 세계에 손끝이 닿아 짜릿한 느낌을 받는다든가 하는 일이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제게 아, 이런 맛도 있구나 라는 걸 처음 알려준 소설이에요. 절륜한 묘사나 대단한 설명 없이도 진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오히려 많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슬프고 무서울 수도 있구나. 이 책을 읽은 다음부터 제가 쓰는 글의 스타일이나 제가 즐겨 있는 소설가들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이갑수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되었고, 보르헤스의 소설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더글라스 애덤스를 더 좋아하게 됐어요. 이런 연결의 연결을 거쳐 결국 저는 소설가가 되었고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건 비밀인데, 이 책 제목이 너무 멋있잖아요. 괜히 이름이 멋지고 무게감 있으니까 사람들한테 이 책 얘기를 하면 열심히 들어주시는 분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자꾸 더 이야기하게 되고, 이야기하다보니까 더 좋아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Q3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신 거예요?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와 사연이 궁금합니다.
언젠가 친구가 해준 이야기인데, 카페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카페 점원이 말을 걸었다고 합니다. 책이 궁금했던 건지 그 친구가 훤칠하니 멋진 사람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계기로 친해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잖아요. 괜히 어둡고 외로울 때.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까 가히 외로운 사람들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좋을 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에 리커버 작업이 되면서 이제는 사라져 버린 공감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까치 출판사가 표지로 유명한 출판사였던만큼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 사이에 묘한 공범 의식 같은 게 자연히 피어나는 것 같기도 했구요. 말하자면 우울함과 힙스터 감성의 환장적인 콜라보로 읽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Q4 이 책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어떤 분들께 추천하시겠어요?
음... 이런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1. 사람을 쫓는 좀비보다는 런닝머신 달리는 좀비를 더 좋아하는 사람. 2. 영화 <아는 여자>를 재미있게 본 사람. 3. 안온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마시멜로 문학보다는 건조한 위스키 문학을 읽고 싶은 사람. 4. 문득 담배가 피우고 싶은 사람. 5. 한국 소설보다는 외국 소설을 읽는데 더 재미를 느끼는 사람. 6. 비명, 울부짖음, 다툼, 분노가 견디기 어려운 사람. 7. 현실의 융단폭격을 피할 벙커가 필요한 사람.
Q5 마지막으로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해 주세요.
1. "... 넌 내가 알기로는 결혼도 안 했어. 난 네 결혼식에 초대받은 적도 없고." "전 결혼했어요. 애들 아빠는 전쟁에 나갔어요. 저는 여섯 달째 그이 소식을 못 들었어요." "그러면 너는 벌써 남편을 잊었겠구나." 2.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사과랑 과자, 초콜릿, 동전 등을 길가 풀숲에 던져버렸다.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은 버릴 도리가 없었다. 3. 할머니가 말했다. "나도 저 애들이 필요해! 난 이제 늙었어. 넌 아이를 또 낳으면 돼. 그 증거가 있잖니!" 4. 순찰대가 멀어졌다. 우리가 말했다. "가세요, 아빠. 다음번 순찰은 이십 분 후에 있어요." 아빠는 옆구리에 판자 두 개를 끼고 앞으로 나아가서 판자 하나를 바리케이드에 기대놓고 기어올라갔다. 우리는 큰 나무 뒤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벌린다. 폭발음이 들린다. 우리는 미리 준배했던 다른 판자 두 개와 보물이 든 마대를 들고 철조망까지 달린다. 아빠는 두 번째 철조망 직전에 쓰러져 있다. 그렇다.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누군가를 앞서 가게 하는 것이다. 5.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우는 건 소용없는 짓이에요. 우리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우리는 아직 아저씨처럼 어른이 아니라구요." 6. 그래서 우리는 연습을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작했다. 우리는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난 너희를 사랑해......" 반복하다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
[인생책 5문5답] 인터뷰에 함께 해 주셔서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책을 소개해 주실 분들은 아래 주소에 입장하여 참여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template/1 전 국민이 자신의 인생책 한 권씩 소개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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