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D-29
H지구대는 경찰청장의 명령에 아랑곳하지 않고 애니의 서류 중 '직업' 항목에 '매춘부'라는 단어를 써 넣었다. 폴리 니컬스 사건 때와 똑같이 이번에도 경찰은 고정된 관점에서 수사를 시작했다. 애니 채프먼이 매춘부였다는 이 전제는 경찰 수사의 방향은 물론 사인 심문 현장의 태도와 질의 응답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더 파이브 p. 177, 핼리 루벤홀드
음주라는 죄악은 본질적으로 성적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빅토리아 사회는 ‘망가진 여자’와 ‘타락한 여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본인의 나약한 정신력 때문에 남편과 헤어지고 가정을 잃은 여자는 혼외정사를 저지른 여자 못지않게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더 파이브 168쪽, 핼리 루벤홀드
그를 나락에서 끌어올리려 손을 뻗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었다. 그러나 그 반대쪽에서 끌어당기는 중독의 중력이, 수치의 악력이 더 셌다. 이 힘이 애니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었고, 이미 수년전부터 애니의 희망과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날 밤 살인자가 가져간 것은 악마의 음료가 다 쓸어 가고 남은 애니의 껍데기뿐이었다.
더 파이브 p.188, 핼리 루벤홀드
- 126/겨우 3주 만에 여섯 아이 중 네 아이가 사라졌다 오늘날 우리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할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이다. 지금은 항생제만 있으면 치료할 수 있는 병들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 127/그 결과 1851년부터 1891년까지 15-20세 여성 인구의 약 43퍼센트가 가정부로 일했다. - 131/ 시종은 신사가 부리는 각급 하인 중에서도 특별한 신용과 명예를 누리는 자리였다. 신체적 약점부터 은밀한 사정과 생각까지 고용주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유일한 하인이 시종이었다. - 154/금주주의를 채택한 가정을 제외하면 모든 중산층 가정이 집에 브랜디, 셰리, 가당 포도주 같은 술을 갖추어 두고 두통부터 감기, 고열, 치통에 이르는 온갖 통증에 강장제로 마셨고 젖니가 빠진 아이의 잇몸에 발랐다. 알코올과 약물은 거의 구분되지 않는 물질이었다.
P150 자기보다 사회계급이 높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낼수록 그 계급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은... P188 그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사실은, 자신이 원하기만 했다면 그날 밤, 아니 그 모든 밤, 그 거리들에 있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애니의 인생 마지막 몇 년에는 여러 가지 비극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사실은, 자신이 원하기만 했다면 그날 밤, 아니 그 모든 밤, 그 거리들에 있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었다.
더 파이브 p.188, 핼리 루벤홀드
음주라는 죄악은 본질적으로 성적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빅토리아 사회는 '망가진 여자'와 '타락한 여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본인의 나약한 정신력 때문에 남편과 헤어지고 가정을 잃은 여자는 혼외정사를 저지른 여자 못지않게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더 파이브 168p, 핼리 루벤홀드
애니의 인생 마지막 몇 년에는 여러 가지 비극이 있었지만, 그중에 서도 가장 뼈아픈 사실은, 자신이 원하기만 했다면 그날 밤, 아니 그 모 든 밤, 그 거리들에 있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애니는 런던의 반대 편 구역에 있는 모친 집이나 자매들 집에서 지내며 간호받을 수도 있었 고, 결핵을 치료받을 수도 있었고, 자기 아이들의 따뜻한 품에서 위로 받을 수도 있었다. 그를 나락에서 끌어올리려 손을 뻗는 사람들이 가까 이에 있었다. 그러나 그 반대쪽에서 끌어당기는 중독의 중력이, 수치의 악력이 더 셌다. 이 힘이 애니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었고, 이미 수년 전부터 애니의 희망과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날 밤 살인자가 가 져간 것은 악마의 음료가 다 쓸어 가고 남은 애니의 껍데기뿐이었다. p.188
나이츠브리지그린부터 하이로드 일대에 극장식 술집, 선술집, 맥주 가게, 굴을 파는 술집, 싸구려 담배가게가 늘어선 광경은 "런던 전체의 불명예"로 여겨졌다.
더 파이브 124, 핼리 루벤홀드
알코올과 약물은 거의 구분되지 않았다.즉 두가지 모두 고통을 잊게해 준다는 부분과 결국 마지막은 의존증이라는 것이 더 많은 애니와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3. 애니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에 남을까요? 애니를 떠올리며 추모글 한 줄을 쓴다면 어떻게 쓸까요?
여성이 소비되기만 하는 사회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삶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전 가끔 하루 일과가 너무 고되었던 날은 저녁 식사하면서 포도주 한 잔, 혹은 맥주 한 잔을 반주로 곁들이면서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리는데, 아무리 알콜중독자라고는 하지만 애니를 사회의 실패자, 문란한 여자로 몰아버리는 모습은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술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버텨내야했던 애니가 편히 쉬기를 바랄뿐이에요.
한꺼번에 네 명의 동생을 죽음으로 맞이해야만 했던 당신의 유년시절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하지만 아버지도 저주받은 음료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것을 보면서 좀 더 자신을 위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술없는 곳에서 평안하길!
2-3 애니는 사회의 낙인효과의 희생자라 생각합니다. 정신적 나약함을 도움받지 못하고 혐오하는 사회에서 더 위축되는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은 술이었을 듯합니다. 알콜중독, 망가진 가정생활의 결과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과정을 그동안 알아봐 주지 않은 시간이 안타깝네요. 위로받지 못하고 혐오의 존재가 되어버린 애니의 고통을 지금이라도 이해해 주고 싶어요.
어린 나이에 동생들을 잃고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상처도 컸을텐데 치유할 틈도 없이 생계를 위해 살았던 애니가 가엾고 한편으로 대견하다. 여성에게 어떤 행위의 자유도 없던 시절에 술이라는게 그나마 안위가 됐을 것 같다. 비록 과하게 중독됐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것만이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살인사건의 피해자이지만 사회 전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위로를 보낸다.
각 챕터마다 추도글을 써야하는 군요. 고인이긴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게 오글거려서 쉽지는 않네요. 이번 주말에도 술을 마셨는데 애니 덕분에 술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외롭지 않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행복한 삶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었다면 다른 결말이 나왔을까요. 쉽게 얘기할 순 없겠죠. 너무 힘든 삶을 살다간 당신을 기억합니다.
한모금의 술이 잠시나마 위안을 주었기를 바랍니다. 알콜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요. 겪지 않았기에, 당신이 될 수 없기에 당신을 원망하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여성을 한가지 역할에 못 박아두려한 그 시대를, 피해자를 한가지 틀로 정의하려 한 언론을 원망하려 합니다. 그곳에선 악마의 음료가 아닌 천사의 음료와 함께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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