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D-29
프롤로그 읽고 나서.. 저는 전혀 다른 결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지만.. 10.29 이태원 참사가 자꾸만 연상되었습니다. 참사 직후에 벌어졌던 여러 일들을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국가 권력이 의지만 품는다면 어떤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지를,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느꼈을거라고 감히 짐작합니다. 그런데.. 130년 전 그곳의 피해자들은 심지어, 일반인이라고 볼 수 없는 취약계층의 인물들이었으니.. 더더욱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게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들의 신분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애초에 범죄의 타겟이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건도 그런 식으로 종결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됩니다. 다섯 인물 모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초반부터 강하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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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폴리 ■■■■ 9월 9일부터는 본격적으로, 1부를 읽어볼게요.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희생자 중, ‘폴리’에 대해서 4일 동안 읽습니다. 저는 앞의 ‘들어가며’ 글을 읽으며 1880년대 영국의 사회상, 빈곤층의 삶, 살해된 여성에 대한 오해들… 이런 점들이 많이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1부로 넘어와서 네 챕터 제목을 보았는데요. ‘대장장이의 딸’, ‘피바디 자선 주택’, ‘비정상의 삶’, ‘집 없는 피조물’. 이 제목을 통해서 폴리라는 인물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어떤 비정상의 삶을 살았고… 그러다 끝내는 집이 없이 살게 된 과정까지 나올 거라고 예상을 해보게 됩니다. 이 책에는 표지에 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성의 전신 모습이 각 부 앞에도 등장해요. 우리가 알지 못 했던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는데요, 중간중간에는 간간이 사진 자료와 삽화도 등장해서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차분히 4일 동안 1부를 읽으며 같이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1-1 처음 등장하는 '대장장이의 딸, 폴리'부터 그녀가 얼마나 죄없는 희생자임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우선 중상층의 여유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던 폴리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이 당시 사회에서 여성의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심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전 '피바디 자선 주택'이라는 사회적 주택 실험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도 점점 주택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오늘날 서울에서는 낙후한 집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경기침체로 고용문제와 소득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혹시하도 우리나라에서도 화이트 채플같은 곳이 등장하지 않을지 걱정되더라구요. 우리사회에도 '피바디 자선 주택'처럼 주변에 비해서도 높지 않는 가격에 주변보다 살기 좋은 주거시설이 서울이나 수도권(인구밀집지역)제공된다면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실하고 도덕적인 분들에게 우선순위를 준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좀 궁금했습니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참지 못한 폴리가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정도로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인가? 그 사회는 도대체 어떤 사회인지 화가 나면서도 의문스럽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 여러분은 1부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타임지의 기사부터 19세기 중반의 사료들이 너무 구체적으로 남아있어서 당혹스러울 정도였네요. 디킨스를 비롯한 시대 배경이 되는 소설들을 제대로 읽어보질 않았는데 과연 언제 기회가 될 진 모르겠지만 이번 책을 계기로 나중을 위해 킵해두겠습니다.
1-1. 폴리는 당시 시대가 노동자의 삶이 열악한데 비해 부모의 사랑을 어느정도 받고 자란 것 같아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가족의 살림을 담당하는 역할을 했지만 학교도 다니고 아버지와 오빠의 보호 속에서 어느 정도 순탄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적당히 때가 되어 결혼하게 되어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살림을 꾸려나가게 되었고요. 다만 남편의 외도가 이유겠지만 이혼이 허락되지 않는 당시의 상황에서 구빈원으로 제 발로 찾아들어가는 장면은 당찬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남편의 외도를 묵묵히 참아내는 인생을 거부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배신한 남편을 떠나 독립하려는 폴리의 시도를 사회가 받아주지 않고 도리어 부도덕한 인물로 만들어버린 현실이 답답합니다. 사회가 지켜주지 못하는 곳에서 폴리는 새로운 삶을 살지못했지만 사랑 앞에서는 당당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당시 사회는 외면하고 타락한 여자로 만들었지만 폴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당당함을 기억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1800년대 중후반 영국 사회가 여성에게 있어서 너무도 취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폴리 같이 부랑자가 된 사람들이 정말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주인공 조제가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살아가기 위해서 이웃에 사는 변태 남성에게 가슴을 만지게 해주고 쓰레기를 버리게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성은 어딜 가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가 되면 성적 대상화를 통해 살아갈 수 밖에 없게끔 사회가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씁쓸했어요. 폴리도 그랬던 것 같아서요. 그리고 아이를 여섯이나 낳았는데 바람 핀 남편도 진짜 너무 나쁘더라고요. 폴리가 아이들 기르면서 힘들게 버텨왔는데 결국엔 옆집 여자랑 불륜을 저질러놓고,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그리고 돈을 주기 싫어서 폴리를 나쁜 사람 만드는 게 너무 싫었어요.
평범한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 자란 여성 폴리의 삶이 왜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졌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시대적으로 이혼할 수도 없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도 없고, 여성의 권리도 없는 시대에 살면서 본인이 자녀를 버리고 집을 나가면, 그 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지 몰랐을까요? 좀 더 영리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을 돌보았더라면...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1부를 읽으면서 화가 나더라구요. 그 시대가 여성들, 특히 이혼한 여성에게 더 가혹한 것을 보면서 숨죽여 울었습니다. 본인에게 흠이 있음을 인정해야만 '공식적인' 별거가 가능했다니... 가정을 벗어난 폴리가 삶을 이어가려고 노력한 기록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구빈원은 낙인과 굴레 그 이상이 될 수 없는 장소임을 알게 됐어요. 모두가 살인마 잭을 찾느라 분주했지만 어쩌면 이건 사회적 타살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의 권위는 존재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걸 이 시대를 다룬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처찹했는지는 관련 자료들을 워낙 상세하게 포함하고 있어서 마치 르포를 읽는듯한 느낌이었어요. 한 여성의 삶이 얼마나 순식간에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읽으면서는 소름이 돋기도 했구요.
문제는 기세를 떨치던 대영제국의 19세기에 소시민들의 삶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는 거다. 아버지가 장인이었지만 자녀들을 키우기에 임금은 턱없이 부족했고,,,,, 하지만 힘들게 배운 폴리의 교육은 그녀의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삶이 한 번 무너지자 걷잡을 수 없이 무터졌다. 우리도 회복력이란 개념을 중요시 하지만 그 회복력이라는 거시 얼마나 어려운 단어인지를 느낀다.
비록 문명이 발달과 진화를 거듭한다해도 여성의 인권은 중세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가정을 돌보고 출산과 남성의 쾌락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닌가하고요. 폴리는 어머니의 부재를 대신하여 가족을 돌보고 또한 자신의 가정 역시 안정적으로 이끌었지만 버림받는 순간에도 세상의 모든 규범과 질서가 그녀를 더욱 궁지로 이끌었고 보호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떻게해서든 자신이 버린 전처에게 돈을 주지않으려고 애쓴 남편이 참 못됐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참 야속하네요.
희생자의 삶을 여러 기록들로 재구성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작가의 상상이 들어간 부분 역시 많은 것처럼 느껴지네요. 기록의 한계로 그런 거겠죠. 그럼에도 130여년 전의 기록들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또한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불합리한 제도 등이 별거한 여성들이 결국 이르게 되는 삶의 모습을 결정한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한편 이 책은 그 자체로 미시사를 다룬 것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여러 사료들로 당시 생활상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군요.
상류층 여성들도 결혼을 하지 못하면 사회적 지위가 불안해지는 시대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와 오빠의 보살핌도 거부해야했던 폴리의 처지가 안타까웠습니다. 나라에서도 구제 할 수 없는 빈민층, 남편의 불륜에 가정을 떠나야 했던 이혼녀, 술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중독자였던 그녀는 약자 중에 약자이었던 것 같네요.
누구나 그러해도 되고 그럴것이고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라고 치부하고 낙인 찍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그 부당함에 저항하고 변화시키려 하는 부분이 있는거죠!!죽은것도 억울한데 매춘부일 것이라 단정 지어 부조리한 재판이 이루어진 것도 죽은사람을 더욱 안타깝게하는 일이네요
사실 이부분에서 저는 영국의 구빈법에 대한 자세한 서술과 구빈원에 대한 서술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일전에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으면서 구빈법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사실 한국어로 된 자료는 자세하게 나와있는게 많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상당히 자세하게 잘 언급해놓아서 빈민의 삶에 대해서 알수 있었어요.
폴리는 21세기에 살았다면, 아주 평범하고 순탄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바람에서 시작되었을지,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다시 트리거가 되었는지 알콜의존증은 확실해 보이지만, 그녀가 그렇게 무기력하게 거리의 삶 밖에 선택지가 없었을까 안타깝습니다. 빅토리아시대의 여성은 남성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불평등한 결혼생활, 상대적으로 무력했기에 거리의 삶을 지탱했던 그녀가 부랑자이기에 살해당해도 잊혀질 수 밖에 없었던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이 시대를 잘몰랐구나 생각했어요. 청결이나 빈부격차에 따라 사람의 삶이 이렇게 다르구나 안타까웠고. 폴리가 좀 더 잘 살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까웠습니다.
노동자가정에서 태어난 폴리가 구빈원을 오가며 부랑자가 되기까지의 '어쩔수 없음'에 한탄하게 됩니다. 여성으로 태어나 같은 일에도 남성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폴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했던 선택들을 읽으며 폴리의 아픈 삶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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