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기록하기] #1.황금성

D-29
매일 읽은 책을 기록합니다.
황금성 - 다름과 차이를 수용하는 성장과 성숙의 이야기 원제: Maizy Chen’s Last Chance by Lisa Yee 번역: 황금성 (리사 이) 메이지 11세, 중국계 이민 3세대인 소녀가 할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거의 30년간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던 엄마와 함께 조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중국 정통음식점 황금성에 방문하여 여름방학을 보내며 할아버지를 통해 나의 조상과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조부모를 이해하고, 엄마와 할머니도 결국 화해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영화 <미나리>가 생각나기도 했고 최일남의 <흐르는 북>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민자의 이야기도 하면서 세대 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되며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결국은 조부모 세대, 부모 세대에서 해결되지 못한 갈등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물음을 선조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고 해결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미 자신의 생각이 완고하게 굳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직은 유연한 3세대 어린 아이인 메이지가 여름 방학 기간동안 황금성에 머무르며 주변 이웃 사람들과 어울리며 한편으로는 중국계 아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고, 환대를 받기도 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점차 성장하며 어른들의 갈등을 이해하고 자신의 뿌리,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단단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체적인 틀에서는 영국 남자와 결혼하여 한국에서는 다문화라 불리는 그들을 돕는 사람이었다가 영국에 가 ‘다문화’로 불리는 사람으로 살면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에세이 <후아유>를 생각나게도 했다. 서양권 나라에서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동양인 이민자로 직면하는 장면들은 얼추 비슷하구나 싶었다. 1 파이는 가짜였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 사실을 몰랐다. 적어도 처음에는 말이다. 엄마는 두 분을 ‘테이스티 플레이키파이 크러스트’ 광고 촬영 현장에 초대했다. 81 “메이지, 저녁 다 됐다!” 엄마가 나를 소리쳐 부른다. 나는 열쇠를 다시 상자에 넣는다. 일단 지금은 말이다. 나는 로건에게 말한다. “이제 가야겠어. 밥 먹을 시간이거든.” 에필로그 알로하, 메이지! 나는 지금 네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바닷가에 앉아 있단다. 파도를 향해 외쳐 봤어. “영감! 지금 내 옆에 있다면 신호를 보여 줘요.” 그랬더니 갑자기 하늘에 쌍무지개가 떴단다! -사랑을 담아, 오마가 추신. 수지 링과 데이지가 황금성을 잘 운영하는 모양이야. 난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쩌면 너랑 네 엄마랑 같이 살까 싶기도 해. 넌 어떻게 생각하니? 작품의 시작과 끝이다. 음식으로 시작해서 음식으로 끝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엄마 샬럿의 광고 촬영장에 오마(할머니), 오파(할아버지)를 초대한다. 이 작품의 화자인 메이지가 8살이었다. 태어나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오마와 오파를 처음으로 만난 날이었다. 거의 30년을 왕래하지 않고 살았던 엄마가 부모님을 자신의 일터에 초대했는데 할머니는 ‘가짜 음식’을 가지고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냐며 엄마에게 인사도 안 하고 가버린다. 그리고 또 3년이 지난 여름방학 즈음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조부모님이 계신 미네소타, 라스트 찬스에 가게 된다. 엄마인 샬럿은 오마, 오파와 30년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어쩜 그럴 수가 있을까 싶은데 오마의 말과 행동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 정통식’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며 그것을 큰 자부심으로 삼고 있는 오마는 ‘가짜 음식’으로 광고를 찍는 딸의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인식의 틀에 맞지 않는 딸의 일을 끔찍하게 여기고 폄훼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내가 가진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가 전혀 없다. 딸을 사랑하는데 그 사랑하는 딸에게 깊게 상처를 내고 있으면서 전혀 인지를 하지 못한다. 오마가 너무 답답했다. 그런데 오바가 메이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할아버지 할머니, 그 분들의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조금씩 오마와 오바를 이해하게 된다. “나는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젓가락을 쓸 줄 모르고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외모는 동양계인 메이지는 처음에 자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줄 몰라 작품 전반부에서 동네 아이들의 짓궂은 놀림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러나 오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뿌리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결국은 나의 근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자신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머니 샬롯도 메이지를 통해 부모 세대를 차차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틀렸지만 그때는 맞았다. 그때 그들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오마가 전혀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샬롯 또한 그 때의 서운함과 상처 때문에 오마에게 여지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작중 화자인 메이지의 성장소설로 보이지만 소설 속에서 성장을 경험한 사람은 비단 메이지뿐만이 아니다. 엄마인 샬롯도, 할머니도 성장하고 성숙하여 마침내 서로를 품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민자로 낯선 땅에서 적응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차별에 맞서가며 나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삶은 녹록하지 않다. 2세대는 굳이 나의 원래 정체성과 지금 내가 살아내야 할 정체성 그 둘을 다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살아내야 할 이 문화의 정체성으로만 살고 싶은 것은 어쩜 당연할 수도 있다. 1세대인 경우는 그것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 그것이 죽을 만큼 힘들고 노여운 것일 수도 있고. 3세대에 와서는 그러한 삶의 부침을 다 겪어내고 안정된 상태이니 거리를 두고 조부모 세대와 부모 세대의 입장을 균등한 비율로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세대간 화합과 화해가 3세대에 와서 이루어지는 것은 최일남의 흐르는 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술하는 아버지로 인해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예술을 마냥 응원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손자인 나는 직접적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았으니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할아버지의 예술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다층적으로 읽힐 수 있는 소설의 스토리라인 뿐만 아니라 작품의 명명법도 인상적이었다. 오바와 오마가 사는 동네가 미네소타의 ‘라스트 찬스(마지막 기회)’ 인 것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이름이 ‘러키(행운)’인 것도. 할아버지가 차린 음식점의 이름도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떠오르게 하는 ‘황금성’인 것도. ‘황금성’이라는 이름은 번영과 풍요를 상징하는 환상적인 공간의 느낌을 준다.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실제 있는 이야기지만 뭔가 아득하게 먼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초등학생인 딸이 읽을 때, 성인인 내가 읽을 때, 이민자의 입장에서, 이민자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읽을 때 읽히는 결이 다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 다름과 차이를 어떻게 수용할 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과 성숙을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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