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다문화]#1. 모두에게 복된 새해

D-29
한 십여 년전, 우리의 꿈은 소박했다. 남들 보기에는 소박해도, 그것을 느끼는 자신은 그 꿈이 소박하다고 느끼지 않고 그 어떠한 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글쎄, 힘든 건 마음이 힘든 거고, 고통은 몸이 고통스러운 거 아닐까? 그렇다면 그건 분명히 고통이었겠지. 그치?” 라고 묻는 남편을 보고 아내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한 일반통행적인 남편의 드러나는 구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짜로 얻었습니다." "공짜는 없습니다." 내 말에 이 친구가 단호하게 얘기했다. "벼룩시장 잘 보면 공짜 있습니다." 나도 그만큼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이 친구는 어딘지 모르게 화가 잔뜩 난 사람처럼 나를 쏘아봤다.
김연수 : 모두에게 복된 새해 Happy New Year to Everyone - 레이먼드 카버에게 김연수 지음, 마야 웨스트 옮김, 전승희 외 감수
김연수 : 모두에게 복된 새해 Happy New Year to Everyone - 레이먼드 카버에게'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48권. 김연수 소설. 서로 외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한국인 아내와 인도인 사트비르 싱, 그리고 뒤늦게 사트비르 싱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과 이해의 의미를 배워가는 '나'가 소설의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이 구절은 "공짜"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두 사람 간의 의견 충돌과 인간 간의 관계를 짙게 그려낸다. 처음에는 단순한 '공짜'에 대한 대화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두 사람의 가치관, 경험,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상징한다. "공짜는 없습니다."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세상에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낸다. 반면 "벼룩시장 잘 보면 공짜 있습니다."는 긍정적이거나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편이며, 언제나 기회가 있다는 믿음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이 친구는 어딘지 모르게 화가 잔뜩 난 사람처럼 나를 쏘아봤다."는 작은 대화를 통해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나 내재된 감정을 암시한다. 이런 교환을 통해 작가는 인간 간의 관계의 복잡성, 가치관의 충돌, 그리고 그 안에서의 감정의 미묘함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 같다.
2007년에 나온 명랑한 밤길과 2008년에 출간된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남자 둘의 대화(깐쥬와 사부딘, 남편과 사트비르 싱)를 통해 여자(연이, 혜진)에 대해 알아가는 유사한 구조를 띱니다. 외국인노동자가 주요 인물로 나오는 것도 비 내리는 밤, 눈 내리는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작품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도, 노래가 내용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닮아있습니다. 야채봉지 하나로, 피아노로 인물들이 서로 이어지며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도 유사합니다. 그러나 이런 많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명랑한 밤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랑하게"의 태도를 지향하며 인물들이 처한 현실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없이 글이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약자-강자 혹은 피해자-가해자의 이분법적 인물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그 속에서 피해자나 약자가 외려 가해자나 강자를 포용(용서, 이해)하는 식의 서사 또한 불편합니다. 반면 똑같이 언어가 서툰 이주노동자지만 모두에게 복된 새해에서 싱은 불쌍하지 않습니다. 혜진과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가르치고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남편의 오랜 문제(혜진과의 대화단절)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외국인이고 도움을 받고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내면이 꽉 차있어서 지혜롭고 당당한 철학자의 느낌마저 줍니다. 남편과 싱, 이 두 인물과 인물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어져 있던 두 인물의 관계가 회복될 것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명랑한 밤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랑하게! 공허한 구호를 외친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정말 새해에는 달라져서 모두에게 복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단단한 믿음을 줍니다. 소설 속에서 싱과 남편의 대화를 통해 남편의 내면 속에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 독자들인 우리가 분명히 목도했으니까요.
명랑한 밤길진솔한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입담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현해온 중견작가 공선옥이 5년 만에 펴낸 신작소설집. 2006년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에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표제작 <명랑한 밤길> 외에도 1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명랑한 밤길>에는 치매에 걸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21살 간호조무사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병원에서 만난 꿈같은 연애를 잠깐이나마 경험하지만 남자는
그제야 나는 “말하자면 친구”라는 데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내가 은근히 걱정한 것처럼 심각한 게 아니라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쳐주는 관계였다
김연수 : 모두에게 복된 새해 Happy New Year to Everyone - 레이먼드 카버에게 김연수 지음, 마야 웨스트 옮김, 전승희 외 감수
김연수 : 모두에게 복된 새해 Happy New Year to Everyone - 레이먼드 카버에게'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48권. 김연수 소설. 서로 외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한국인 아내와 인도인 사트비르 싱, 그리고 뒤늦게 사트비르 싱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과 이해의 의미를 배워가는 '나'가 소설의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남편은 혜진과 사트비르 싱은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며 서로 언어를 가르치는 사이, 정말 말하자면 친구인 사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혜진과 사트비르 싱은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더듬더듬 말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로 서로를 이해하며 알아가는 정말 친구의 관계였다. 언어는 그저 소통의 도구 중 하나이고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친구가 되지 못할 거라는 편견은 사실 소설 속 남편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을 바라볼 때도 우리가 흔히 가지는 편견인 것 같아. 싱과의 대화를 통해 남편의 편견과 선입견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면서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에게도 그런 균열과 여지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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