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팔각관의 비밀> 을 다 읽었습니다
우선 저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드라마로도 원작으로도 안 봤는데요 그래서인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벌집막내아들을 본 뒤에 이 작품을 읽었다면 머릿속에 자꾸 재벌집막내아들이 떠올랐을 것 같은..
그리고 역시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을 빼먹을 수가 없는데 전에도 말했지만 십각관의 살인을 오마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소설을 읽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트릭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단하지만 허점을 잘 파고들면서 소설 전체 컨셉과도 아주 잘 어울려지면서 이질감이 없고 깔끔했습니다
홍정기 작가와 <계간 미스터리> 79호 함께 읽기
D-29

김영민

홍정기
십각관 오마주는 사실 리스크가 큰 작업이긴 해서 고민 많이 했었죠. ㅎㅎㅎ

무경
<해녀의 아들>은 제가 즐겨 쓰는 역사와 추리물의 결합이라서 관심있게 봤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가 무척 크고 아픈 비극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랬고요. 좌승주 형사가 경찰의 입장이 아닌 탐정 역할로 움직이는게 일단 눈에 띄었네요. 아마 살인 사건의 진상 자체는 빠르게 눈치채신 분들도 있으실 듯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살인 사건의 진상 해결 너머에 더 크고 깊은 이야기가 깔려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저도 예전 작품에서 1923년의 관동대지진을 다루려고 시도한 적 있었고, 그러다 그 사건의 참혹함 때문에 제대로 마주보지 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작가님도 4.3이라는 비극을 마주보기 힘들어하셨을 거라는 정황이 곳곳에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사건을 이렇게 마주하고 쓰셨기 때문에, 작품이 주는 묵직한 여운이 남달랐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박소해
@무경
무경 작가님.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신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
<해녀의 아들>은 구상과 자료조사는 2년 전, 21년 9월부터 시작했고요, 본격적인 집필은 올해 5월 부터 시작했으니까 쓰는데만 4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자료조사 과정에서 실제 해녀가 물질하는 현장을 취재했고, 성산과 서귀동 해녀계에 소속된 해녀의 아드님과 따님을 인터뷰해서 소설에 핍진성을 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책, 인터뷰를 통해 해녀들의 인간관계, 제철 해산물이나 해녀들의 작업방식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요. 누구를 범인으로 할 것이며 어떤 살인 방식으로 정할 것인지는 해녀 가족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습니다. 도와주신 오승주 님과 김신숙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릴 뿐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서청 탁 대위는 실제 제주 도민을 도륙한 탁성록 대위라는 인물을 모델로 했으며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으려다 보니 쓰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 부족함으로 비극적인 제주 역사와 도민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에 4.3 자료조사와 제주어 감수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제주 괸당 네 분에게 제주어와 작품 속의 개연성을 체크해달라고 부탁했고요. 오승주, 김신숙, 장선화, 김유경. 이 네 분에게 받은 도움은 잊지 못할 듯합니다.
소설 속에 표현된 4.3은... 많이 순화된 편입니다. 정방폭포 학살에서 유아와 어린이도 열외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소설에서 두 어린이가 아버지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영순이 삼춘에게 구조되는 것으로 설정했지만......
저는 이 단편은 많은 면에서 백휴 작가님과 박인성 평론가님에게 빚졌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퇴고 무렵 백휴 작가님의 시간에 대한 강의를 들었던 경험이,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어떻게 하나로 엮어서 미스터리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제 고민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소설 속에 시간의 변증법을 녹여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계간 미스터리 여름호에서 박인성 평론가님이 억울한 원혼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 죽음의 원인을 낱낱이 밝혀주는 이야기 또한 미스터리라고 써주셨는데요. 그래서 주인공 좌승주를 형사가 아닌 휴가를 이용해 사건을 푸는 탐정으로 설정했습니다. <해녀의 아들> 속에서 그는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킨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시간의 탐정이 됩니다.
마지막 아버지와의 통화는 아버지와의 화해 뿐만 아니라 4.3의 현실을 똑바로 인지하게 된 좌승주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단편 <해녀의 아들>은 앞으로 쓸 계획인 좌승주 첫 장편의 프리퀄이 될 것 같습니다.
구구절절 설명이 길어진 듯하여 이만 줄입니다. 세세히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박소해
이 자는 공식적으로 실종 상태이기 때문에 나중에 성을 바꿔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ㅠ 이름은 안 넣었지만...

파랑나비
<해녀의 아들>을 읽으면서 (4.3을 담은 다른 소설과 관동대지진을 소재로 한 SF소설처럼) 먹먹한 느낌이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녹여내고자 애쓴 흔적들이 소설 곳곳에 보입니다. 박소해 작가님의 단편을 몇 편 안 읽었지만, 이번 소설은 묵직한 울림이 남는 이야기입니다.

박소해
@파랑나비
파랑나비 님 안녕하세요?
관동대지진을 소재로 한 소설은 황모과 작가님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최근에 봤던 일본영화/소설 <한 남자>에서도 관동대지진을 살짝 다루었는데요. 알면 알수록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더라고요. 아직도 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자 하는 모임과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주 4.3은 안타까운게... 아직 사건인지 사태인지 항쟁인지 정명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어요. 친한 제주 괸당은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에 정명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상황이라... 4.3에 대해 제대로 녹일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준비했답니다.
제 노력의 흔적을 알아주시고 시간을 할애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파랑나비
@박소해 작가님, 맞습니다. 저의 퀴즈를 맞추셨군요.
황모과☆작가님의 전작 <밤의 얼굴들> 중의 단편 (연고,늦게라도 만납시다) 그리고 신간 모두 관동대지진을 소재로 했습니다. 박 작가님처럼, 모든 뛰어난 작가님이 그렇듯, 고증을 거쳐 단단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물론 타임루프라는 초현실적인 수단을 쓰긴 하지만요.

Henry
황모과 작가님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역사적 비극을 타임루프로 독특하게 품어낸 이야기였습니다.

박소해
@파랑나비
아, 황모과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도 읽어봐야겠군요. SF인 것 같던데... 장르 속에서 역사를 다루는 것에 대해 저는 긍정적입니다. 저도 그런 시도를 하고 있고요. <흑뢰성>도 무척 재미있게 봤답니다. 앞으로 더 노력, 분발하겠습니다. 리뷰 감사드립니다. :-)

Henry
... 곧 멸망하겠지만 어쨌든 살 수 있을 때까지 살아야죠!
『계간 미스터리(2023 가을호 79호)』 p.110 <멸망 직전> 중, 고나무, 한이, 무경, 김세화, 여실지, 김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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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밤꽃 냄새를 타고 매미 우는 소리가 울렸다. 노곤하고 고요한 평화로운 밤이었다. 허탈함과 해방감이 동시에 들었다.
『계간 미스터리(2023 가을호 79호)』 p.84 <꽃은 알고 있다> 중., 고나무, 한이, 무경, 김세화, 여실지, 김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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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알리바바와 사라진 인형>은 김세화 작가님의 이전 작품을 의식해서 였는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읽어나가는데 이게 쭈욱 따라가게 되더니 그냥 앞으로 나가는 이야기여서 의외였고 '보영이 이모' 액션 시퀀스에서는 그 호쾌함과 느닷없음에 뻥 뚫리고, 빵 터졌습니다.

파랑나비
제주4.3은 몇 년 전에 진실을 알게 되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같은 민족이 동족을 죽창으로 찌르다니. 왜놈도 아닌데 그럴 수 있냐고 반신반의했답니다.

박소해
@파랑나비
저 역시 4.3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제주도로 갓 이주했을 때 4.3 평화박물관을 다녀온 후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거의 일주일 정도 악몽을 꿨던 것 같아요. 그 이후... 계속 4.3 자료를 모아왔습니다. 한 8년 되어 가네요. 이제 이주한지 곧 8년이니까요. 제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도 4.3 때 전소되어 6.25 때 다시 지었답니다. 아직도 많은 제주 도민들은 4.3 이야기를 꺼내기를 두려워합니다.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이지요.

Henry
@여실지 작가님의 <꽃은 알고 있다>는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빙빙 둘러가며 나아가나 했는데, 갑자기 훅 들어와서는 사람이 죽어나가고, <기생충>이 떠오르는 갑을관계의 역전 그리고 아버지의 '수석'으로 다시 살인. 그리고, 마지막은 우당탕탕 <살인의 추억>식 해프닝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내려다본 노란 브루그만시아에서 끝나는 것이, 여러 장르들을 잘 썪어내어 주는 꽉찬 맛집 느낌이었습니다.

Henry
@추읽남 작가님의 <멸망 직전>은 뭐라까. 숨가프게 흘러가는 한계상황 내의 이야기가 눈을 땔 수 없는 상황전개와 액션씬이 더해지는데, 다들 지금 왜들 이러고 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면서 읽었습니다. 마지막 뉴스를 전하는 앵커, 지구 멸망 전 사적 복수를 완수코저 사력을 다하는 이들..
두가지 층위의 마음이 짧은 이야기를 읽는 내내 뒤엉킨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도 깔끔한 마무리였습니다.

홍정기
멸망이라는 급박함이 서스펜스를 자아냈습니다.

파랑나비
@홍정기 가을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단편소설은
<팔각관의 비밀>이었습니다. 인물묘사가 웃겨 소리내어 웃으며 즐독했어요. 무서운 이야기도 좋지만 이렇게 명랑유쾌 버전 또한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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