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in그믐] ① 『경우 없는 세계』 함께 읽기

D-29
경우가 사람 이름이었네요. 가출해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친구로 조심스럽고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아이입니다. 앞 부분 굉장히 흡입력 있네요. 단숨에 책 절반을 읽어버렸어요.
경우와 지낼수록 나는 궁금했다. 특유의 신중함과 타인을 향한 예의를 과연 누구에게서 배운 것일까. 스스로 터득했다기에 그 태도는 너무도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었다. 사랑을 받은 만큼 고결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내가 이 모양이 된 이유가 명백해지는 것이니까.
경우 없는 세계 p.101, 백온유 지음
내가 가진 거는 몸뚱이뿐이거든. 근데 이 몸뚱이도 내 말을 잘 안 들어. 힘이 세지도 않고, 말귀도 잘 못 알아듣고.
경우 없는 세계 p.198, 백온유 지음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았다. 집에 혼자 있어도 누군가 문을 여는 환청을 들었다. 집에 있기가 괴로워서 누가 깨우지 않아도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잠깐도 초조해서 계단을 두칸, 세칸씩 성큼성큼 뛰어내렸다. 평생에 걸쳐 조금씩 나눠 써야 할 분량의 용기를 나는 그날 어머니를 구하는 데 모두 써버렸기 때문에, 용기라는 것은 내 삶에서 완전히 고갈된 자원이었다.
경우 없는 세계 P 60., 백온유 지음
내가 선택해서 집 밖에 나와 있는 거라고 믿었는데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일찍이 내쫓긴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거실에 우뚝서서 이상한 기분으로 그 순간을 마음에 새겼다. 거실 통유리로 한껏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먼지와 함께 부유하는 고양이 털, 거실 벽에 걸린 아버지의 독사진, 발바닥에 느껴지는 온기.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 순간을 곱씹어보면 섬뜩한 감정을 느꼈다.
경우 없는 세계 P.108, 백온유 지음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그런 게 체득이 되는 인간들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경우 없는 세계 p.198, 백온유 지음
다른 사람들은 이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저렇게 잘 살아가는 걸까. 그냥 나랑 태생이 다른 건가. 저도 궁금해 한 적이 있어서 주인공 인수의 이 읊조림이 잘 이해가 되네요.
저도 이 문장이 좋았습니다!
책에서 인수가 성연을 따라 '잘 곳'을 찾아 간 공간이 비교적 깨끗한 화장실이었어요. 갈 곳 없는 아이들은 여기에서 잘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최근 접한 기사 중에 청소년들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를 공중화장실에 밤10시 부터 새벽 6시까지 틀어 놓는다고 해요. 당연히 청소년들은 시끄러워서 잘 수 없겠지요. 비행청소년을 막는다는 의도인데 인권 침해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일지 궁금해요.
기사 공유 감사합니다. 10대 청소년만 들을 수 있는 주파(1만8000㎐)가 따로 있다니 처음 알았어요. (인체의 신비란, 참) 아이들의 건강에 해가 없고 단지 짜증만 나는 것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가, 건강에 대한 위해가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란 말도 기사에 나와 그럼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화장실이 나름 안락해서 그 곳에서 자는 것일텐데 거기에서마저 쫓겨난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어려운 문제네요. 흔히들 노숙자 문제도 내쫓지만 말고 쉼터를 만들라고 하지만 정작 그 쉼터도 막상 노숙자들은 답답하다며 원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즐거운 독서 되셨는지요? 지난 주간 동안 『경우 없는 세계』를 함께 읽어보았는데요, 완독 하신 분도, 열심히 읽고 계신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10/5(목)~10/13(금) - 모임지기가 제시하는 『경우 없는 세계』에 대한 질문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경우 없는 세계』를 올해의 성북구 한 책으로 추천하시나요?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우 없는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여러분께서 그간 남겨주신 생각과 문장들을 보면서,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었어요. _ Q. 『경우 없는 세계』에서는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채 '집'을 나온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불안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공동체 '우리집'을 꾸려나갑니다.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질문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 주세요! *질문과 함께 보면 좋을 문장을 포함해서, 책을 읽는 도중 인상 깊은 문장이 더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말씀하신 '우리집'이 소설 속에 주요하게 나오지요. 현관 문 앞에 붙은 스티커가 역설적으로 아이들의 상황을 잘 보여주네요. '집'은 거친 자연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공간, 내가 내 모습으로 존재하며 쉴 수 있는 안락한 쉼터가 되어야 하는데 소설 속 아이들은 보호자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더러운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독립하고 바로 코로나19가 심해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었는데요, 그래서 20~21년에 '집'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 독립하고, 코로나 기간 중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집이 있어서 다행이다 집은 안전한 곳이고 편안한 곳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른이 되고 나서는 원가족과 생활하는 것보다 혼자 생활하는게 더 편안하고 '집'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더불어 <레이디 맥도날드>라는 책도 생각이 나는데요, 이 책은 맥도날드 할머니로 유명했던 여성 노숙인을 다룬 소설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집의 유무가 기본 안전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식주라는 단어처럼 생활의 기반이 되는 곳 같아요.
성연이 받고 있는 정도의 사랑과 정성을 받았다면 난 절대로 어긋나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마음을 얻어내려 저렇게 노력했다면, 저렇게 회유했다면, 두말없이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경우 없는 세계 p. 140, 백온유 지음
그날 나와 혜연은 무죄 판결을 경우와 정희는 8호 처분을, 성연과 영철, 세준은 10초 처분을 받았다. 따로 재판을 받은 지민 역시 무죄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p.240 => 이 부분 설정 오류가 있는 것 같네요. 혜연과 지민이 실질적으로 한 사람인데 마치 두 사람인 것처럼 묘사가 되어 있어요. 다음 쇄에서 정리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무슨 이야기지 하실 수도 있어서 스포일러로 처리했어요.
나는 나이를 먹어도 지혜나 연륜 같은 건 터득하지 못하고 외로움과 아득함만 깨닫고 있었다.
경우 없는 세계 p.249 , 백온유 지음
‘성북구 문학’ 한책 후보도서라는 정보 이외에는 이 책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로 독서를 시작했어요.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뭔가 깨발랄한 소설 아닐까, 앞부분에 유령 이야기가 나와서 SF로 흐르려나 싶기도 했는데 저의 예상과 완전히 정반대되는 책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작가님이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쓰셨을지, 굉장히 강인한 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에 경우의 이야기를 다 드러내지 않고 숨겨두셨는데 그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근래 읽은 한국 장편 중에 손 꼽고 싶어요. 너무 좋았습니다. 최종 후보도서인 다른 3 편의 작품은 읽지 못했는데 그 작품들도 이 소설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덩달아 호감과 신뢰가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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