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추석특집: <김약국의 딸들> 완독해요

D-29
한실댁의 최후도 아팠지만, 용옥의 마지막도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책을 읽었는데요.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과, 숱한 인물들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면서 '문학'이라는 것 자체를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박경리 작가는 어떤 연유로 자신의 고향인 통영을 배경으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이것이 '박경리의 문학'에 대한 생각 정도였다면,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 이 소설이 읽히고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오늘날 독서 플랫폼 그믐에서도 회자되는 것을 보면서는 더 근본적으로 문학의 역할, 문학의 기능은 무엇인지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이른 지금 인간에게 문학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는, 몰라도 그만인 이야기인 것이 아니라 독자가 1) 특정한 시공간의 맥락을 짐작할 수 있고 2) 그곳에 이런 일이 있을 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매우 특수한 조건 위에서 가능한 것이기에, 그래서 자기와 주변의 삶을 둘러보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약국의 딸들』을 읽고 저도 제가 아는 여러 얼굴이 떠올랐어요. 5장부터는 명절 연휴 중에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었네요.
봄이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듯이 차다는 문장을 보면서, 역사를 돌아봤을때 독립이 얼마 남지 않았어도 바로 전 날 까지도 식민지로 살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통과, 괴로움이 어땠을지를 상상하게 됩니다. 집이 망하자 그 집안 가구들을 들여가려고 눈을 부릅뜨고 돌아다니는 용숙이를 보면서 앞잡이들이 저랬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건 제가 너무 몰입해서 읽어서 그런거겠죠? 불쌍한 용옥이와 한시대를 살았을 김약국의 마지막이 인상깊었습니다. 6장 역시 잘 읽었습니다.
용옥이가(그리고 어린아기까지) 왜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그게 이 소설에서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건지,, 누가 제발 좀 알려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어요. 엔딩에서의 용빈, 용혜의 모습과 함께 앞으로 그녀들의 앞날을 떠올리면 사실 별로 희망적으로 그려지질 않아서 더 암담한 느낌이었구요.
용빈이가 엉엉 흐느껴 우는 장면에서 저도 같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담담하게 자기 집안에 대해서 강극에게 얘기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 큰딸은 과부, 그리고 영아살해혐의로 경찰서까지 다녀왔어요. 저는 노처녀구요. 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 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 그것은 허용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부터 반대했으니까요. 그는 처녀가 아니라는 험 때문에 아편쟁이 부자 아들에게 시집을 갔어요. 결국 그 아편쟁이 남편은 어머니와 그 머슴을 도끼로 찍었습니다. 그 가엾은 동생은 미치광이가 됐죠. 다음 동생이 이번에 죽은거에요. 오늘 아침에 그 편지를 받았습니다.
김약국의 딸들 482~483,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을 읽으면서 자매들 중에서 가장 잘 살길 바란게 저는 용옥이었어요. 이기적인 장녀, 삼녀 뛰어난 차녀에 비해서 묵묵히 집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했던 그녀가 사실은 이른바 K장녀라고 불리는 제 삶과 닮은 구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녀의 삶은 평온하길 바랬는데 마지막에 이게 깨어지니까 충격적이네요
이야기는 끝나지만 용빈과 강극은 어디선가 이어갔겠군요. "혁명은 로맨티스트가 이룩하는 거다. 그러면 그 다음은 실리자가 장악하고, 로맨티시스트는 종국에 패자가 되지만 로맨티시스트는 또 일어난다"는 말을 용빈에게 들려주고 "로맨티시스트가 되어보지 않겠냐"고 묻는 것에서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집니다. 함께 창경원 담벽을 따라 안국동을 지나 삼청공원을 도는 길에 "결혼은?" 묻는 용빈에 "했느냐구?" 되묻고 "연애는 이렇게 했다. 이렇게 마주보고 섰는 것처럼"이라 말하는 강극과의 대화가 비극을 느껴야 할 때에도 슬쩍 웃음 나오게 만듭니다. / 용혜는 정윤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이어가겠네요. / 저 말고 다른 분도 '용옥이 왜 그렇게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네요.. 박경리 작가님은 정말.. 독한 사람입니다.. 쓰면서 용옥이에게 어떤 마음을 느끼셨을까요. 서영감만 나쁜게 아니라 기두도 나빴습니다. 그저 지켜보고만 있던 사람들까지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용옥이 결혼한 후 더욱 광신적으로 기독교에 기울어지는 것으로도 용옥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능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는 용빈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전보를 재빨리 주워 읽은 서 영감은 순간 안도에 가까운 표정이 됐다. 용옥의 죽음은 그의 수치를 영원히 매장해놓고 만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마빼기에 핏줄이 부풀었다. 어쩔 수 없는 가책의 무서움 때문이었다"는 서영감에 욕이 나올 수 밖에 없더라고요.
6-1 6장에서는 단연 용옥의 죽음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오로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 살아갔건만 아무도 몰라준 것 같아 속상했습니다. 시아버지의 추행에 용옥이 남편 기두가 아닌 친정으로 갔다면 어땠을까요? 만약이라는 조건으로 용욕의 선택을 바꾸고 싶고, 5장의 용란이 한돌이와 먼 고장으로 도망가기를 바라는 생각이 드네요. 철저히 마지막까지 김약국까지 암으로 죽으므로 김약국네의 몰락으로 끝나버려 가슴이 먹먹하네요. 하지만 남은 김약국의 딸 용란과 용빈, 용혜의 삶은 또 이어지고 있어 작은 희망을 남겨둔 것 같습니다.
6-1. 어디든 사람 사는 곳에서 더 외로운 김약국에게 용빈이 같은 딸은 복이었겠지요. 가장노릇을 제대로 하는 용빈과 용혜가 탄 윤선이 살을 에는 바람을 뚫고 나아가듯 그들의 뒷 이야기도 '그럼에도 꾸준이 나아가는' 모습이길 바랍니다. 용옥의 마지막은 가히 충격적이었는데, 모든 이야기가 비밀이고 어쩌다보니 그리 됐다로 마무리 되어 아쉽고 억울했습니다. 시아버지 .. 기두 .. 6-2.p.471 며칠 후, 가덕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산강호는 인양되었다. 용옥의 시체는 말짱하였다. 이상하게도 말짱하였다. 다만 아이를 껴안고 있는 손이 떨어지지 않아서 시체를 모래밭에다 나르는 인부들이 애를 먹었다. 겨우 아이와 용옥의 시체를 떼어냈을 때 십자가 하나가 모래 위에 떨어졌다.
참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가 더 마음이 애린것 같습니다. 용옥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느껴졌어요. 언니들은 공부도 하고 자기들 하고 싶은길 찾아 해내는데 용옥이는 어릴때 잠깐 다니고 집안일을 거들었죠. 이것부터가 헌신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좋다는거 표현 한 번 안 하고 싫다는거 표현 한 번 안 하고 그저 가족들의 근심, 걱정, 원망 다 지켜보고 도와주고 했는데 남편은 지 언니한테 빠져서 보러오지도 않지, 시댁식구 뒤치닥거리하다가 시아버지한테..에휴..그래서 남편 보겠다고 부산 갔다가 엇갈려서 돌아가는데 거기서 그렇게 가다니..정말 애잔하고 불쌍한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제일 불쌍한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아.. 서영감.. 멍석말이 해버리고싶다. 당시 출가외인 운운하며 며느리는 시집귀신 취급했으니 어쩔수없다하나 스스로 욕정에 취해 손주까지 돌보는 며느리를 어찌하려 하다니 분이 터졌다. ‘아아, 나는 지금 지옥에 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말이 서글펐다. 한실댁만큼이나 가여운 용옥의 삶이 이렇게 마무리될 줄 몰랐기 때문에 안그래도 오늘 13살을 살고 세상을 떠난 우리 고양이를 장례치르고 온 내 마음이 더더욱이 무거웠다. 비상먹은 집 자식은 거두지않는다는 저주같은 말의 결론이 이런걸까? 세상에 운명론적 인생이 있는건가.. 김약국은 눈을 감지도 못하고 임종하였다. 본인의 홧병도 있겠으나 남은 가족에 대한 안위를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용빈과 용혜의 미래도 걱정스러우나 적어도 남아있는 가족들보다는 낫지않았을까
비극을 겪고 남은 사람들은 다시 살아가야겠지요. 강극이 등장하면서 희망을 심어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희망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안타까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6-2. 이 장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사람이 사는 곳엔 외로움이 있다.
김약국의 딸들 424p, 박경리
공간보담 낫지. 시간의 노예가 되는 것은 자유보다 휠씬 덜 피곤하지.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사람이 사는 곳에 외로움이 있다.
김약국의 딸들 p424, 박경리
며칠 후, 가덕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산강호는 인양되었다. 용옥의 시체는 말짱하였다. 이상하게도 말짱하였다. 다만 아이를 껴안고 있는 손이 떨어지지 않아서 시체를 모래밭에다 나르는 인부들이 애를 먹었다. 겨우 아이와 용옥의 시체를 떼어냈을 때 십자가 하나가 모래 위에 떨어졌다.
471. 용옥의 시체는 말짱하였다. 이상하게도 말짱하였다. 490. 봄이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다.
471. 용옥의 시체는 말짱하였다. 이상하게도 말짱하였다. 490. 봄이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다.
봄이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다.
김약국의 딸들 p.490,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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