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5. 13일의 금요일에 만나요 @사계리 서점

D-29
7시 29분에 시작해서 밤 12시가 되어 끝난 그믐밤. 13일의 금요일. 우리들은 무엇엔가에 홀린 게 분명합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남은 기간 동안 [귀신이 오는 밤]도 열심히 읽을게요.
그믐밤 이후에 『바깥 세계』를 읽었어요. 가장 재미있었던 단편, 가장 무서웠던 단편 뒤늦게 적어 올립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단편: 「불륜 연구소 취재기」 저는 이 단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시치미 뚝 떼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진지하게 묘사하고 설명하는 게 어찌나 웃기던지요. 은근히 지적이기도 하고요. 이런 스타일의 유머를 좋아합니다. 결말도 이 정도면 상쾌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상당히 권선징악적인(?) 내용이네요? 가장 무서웠던 단편: 「흩어진 아이돌」 그믐밤에서 내용을 듣고 읽었는데도 무서웠습니다. 등장인물에 대해 가차 없는 작가의 펜이 무섭기도 했고, 바로 그렇게 절대자가 우리를 대하겠지 싶어 등이 서늘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광기에서 오는 오싹한 기분과 그 이후의 절망감이 책을 다 읽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까지도 계속 남아 있네요.
한동안 ‘앤젤 하트’는 저에게 알란 파커 감독의 영화뿐이었는데 호조 츠카사가 같은 이름으로 만화를 그리는 바람에... 저는 ‘앤젤 하트’ 만화가 괴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녹차빙수 그런데 작가님은 원래 종교의 문제, 신학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문제의식이 예사롭지 않아 그믐밤에서 여러 분이 이야기했습니다. 「충청도에 있는 교회」의 기독교인 묘사는 너무 생생하고, 「흩어진 아이돌」은 ‘신의 응답’이라는 문제를 굉장히 깊이 파고드는 작품이고, 「사탕통」에서 보면 불교나 밀교에 대해서도 지식이 많으신 것 같고... 저는 혼자서 ‘모태 신앙으로 교회 공동체에 익숙하지만 지금은 종교를 떠나신 분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더랬습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아마도 천주교신데, 냉담자 이신건 아닌가 하는 의견을 조심히 내어 봅니다. 저는 중고등을 미션 스쿨을 나오고 이 후로는 불교 였다가 무교에 가까운 지금에 이르렀죠.
데일리모션에는 있네요ㅎㅎ 엔딩크레딧까지 알뜰하게 활용한 영화군요. 영상이 아니면 효과적이기 힘들 연출이라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https://www.dailymotion.com/video/xc9tyf 종교 쪽에는 관심이 많지만 신학 자체보다는 종교서사 쪽에 취미가 있는 편이에요. 성경도 불경도 이야기이고, 단테의 신곡 같은 거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리 쪽에도 관심이 가고, 그렇죠 : ) 저는 사실 종교를 진지하게 믿어본 경험은 없고요, 가까운 주변 사람들 중에 종교 믿는 사람이 많았어요. 아브라함 계통 쪽도 정통교단이라고 불리는 곳부터 인터넷에서 검색도 안 되는 마이너 사이비까지 다양했고, 무당 믿는 사람도 있었고, 불교 쪽도 정파 사짜 다 있었고. 그런데 아브라함 계통 쪽은 보통 포교가 엄청 적극적이잖아요… 그래서 많은 일을……
오옷! 감사합니다. 저 정말 유튜브에서 몇 년이나 찾은 영상인데, 이렇게 보게 되네요!!
종교에 우호적이지 않은데 그 종교의 피상적인 면이나 곁가지가 아니라 핵심 교의를 무척 잘 이해하면서 고민해 볼만한 비판을 던지시니 냉담자 아닐까 하고 추측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살을 날린다는 것은 그 살을 맞는 것이기도 합니다. 남의 팔을 자를 때는 당연히 내 몸도 잘릴 것을 각오해야지요. 같은 팔이 잘리지는 않더라도 어딘가는 잘리기 마련입니다.
귀신이 오는 밤 풀각시 p248, 배명은, 서계수, 전혜진, 김청귤, 이하진, 김이삭 코코아드림
오늘 서점은 올라프손의 바흐: 골든베르크 변주곡!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느덧 모임이 하루 남았어요. 원래는 그믐밤에 모여 의견을 나누려고 했던 질문을 여기 올려 봅니다. 우리는 왜 호러를 읽을까요? 단순히 재미있어서? 아니면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신화 전설 민담을 참 좋아해요. 각 나라별 이야기들도 재미있어하고 그 끝이 권선징악이면 더더욱 좋습니다. 그저 잔인하게 죽이고만 끝나면 좀 허무하니까요. 귀신도 유령도 요정도 외계인도 다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광활한 우주 속에 인류만이 있다면 참 외롭잖아요.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호러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얼마전에 넷플릭스에 A24스튜디오의 [펄]이 오픈했어요. 이 영화의 전작인 [X]는 아직 수입도 되기 전인데 스핀오프가 먼저 오픈해 버렸네요. 미아 고스 주연인 조금 잔인한 호러 영화에요. (슬래셔 입니다) 1918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어머니의 강요로 시골 농장에 갇혀 지내게 되었지만 주인공은 스타가 되고자 하는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혀 있어요.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저 지긋지긋한 농장에서 탈출해야 하는데 탈출 방식 자체가 몹시 고어합니다. 고어한 것을 잘 견디실 수 있으시면 추천이에요. 그 외에도 스웨덴의 [ 더 컨퍼런스]와 미국의 [랜필드]도 업데이트 되었는데 두 영화 모두 직장인의 애환을 슬래셔 무비로 그려낸 상큼발랄 핏빛 영화죠. 물론 저는 [콘스탄틴]이나 [곤지암] [사바하] [인시디어스]류의 호러를 훨씬 선호합니다.
뇌라는 게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시뮬레이션 도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인간에게는 최악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려는 진화적 욕구가 있지 않나, 그게 호러물의 매력 아닐까 싶습니다. 저에게 최고의 호러는 영화 "엑소시스트" 1편이었어요. 어린 시절 천주교 신자였던 영향도 있는 거 같습니다. 저도 지금은 무신론자입니다. 저는 픽션에서는 귀신 이야기, 유령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실제 세계에는 없다고 믿고 또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후 세계 따위는 없다는 믿음이 제 인생관, 세계관의 기반 중 하나라서, 그게 무너지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런 면에서는 '무신론이라는 종교'를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왜 호러를 읽을까요? => 저도 저에게 이 질문을 자주 해요. 저는 무서운 영화를 혼자서 잘 못 보거든요. 80년대 '전설의 고향'도 무서워서 못 보는 담력. 남들은 조악한 CG가 호러 영화의 흥을 깬다고 하지만 전 그것도 무서워서 덜덜덜. 그런데도 무서운 영화나 소설을 계속 찾게 되는 이 심리는 뭘까? 뭔가 무서운 가운데 느껴지는 쾌감이 있는 것일까요? 저는 조카들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는데요, 5,6살 꼬맹이 아이들도 무서운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요. 마녀와 괴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요. 나쁜 마녀를 망치로 때려 죽이고 총을 쏴서 죽이고 괴물은 또 이렇게 저렇게 죽일 거라면서 흥에 겨워 이야기하는 걸 보면 호러를 좋아하는 건 인간의 본능인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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