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5. 13일의 금요일에 만나요 @사계리 서점

D-29
침묵하는 자연은, 무심한 것조차 아닐지도 모른다. 무심할 수 있는 능력조차 결여되어 있으니까.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p.192, 마크 피셔
쿠퍼: 사랑에는 의미가 있죠. 그래요, 사회적 유용성, 사회적 연대, 육아… 브랜드: 우리는 죽은 사람들도 사랑하잖아요. 거기 사회적 유용성이 어디 있어요?
열다섯 번째 그믐밤 영화 <인터스텔라> 중에서
소프트파워 전쟁에서는 선점이 중요합니다. 와인 하면 프랑스, 맥주 하면 독일 옥토버페스트, 청혼할 때는 다이아몬드 반지, 그처럼 미리미리 짝지어 대비해 놓아야 언젠가 불륜이 양지로 올라왔을 때 ‘대한민국은 가장 고유하고 가장 발전된 형태의 불륜을 향유하고 있다’, ‘한국 하면 불륜’, 이렇게 주장하면서 콘텐츠 사업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습니다?
바깥세계 <불륜 연구소 취재기> p.10 , 녹차빙수
바깥세계주로 다루고 있으며 H.P. 러브크래프트, 아서 매컨 등의 작가로부터 클라이브 바커 등을 거쳐 현재의 차이나 미에빌, 제프 밴더미어 등의 작가까지 이어지는 전통적인 장르다. 한국형 위어드 픽션의 정수라 할 만한 작가 녹차빙수의 작품집 『바깥 세계』는 작가가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성실하게 발표한 수십 편의 단편들 중 10편을 선별하여 엮은 책으로 작가의 첫 종이책 출간작이기도 하다. 평범하거나 혹은 사회에서 외면받은 주인공들이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오, 설득력이 있다!
첫 단편 재미있네요. 약간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작품 말미에 나온 단어는 ‘liberate tutemet ex inferis’는 라틴어로 "지옥에서 자신을 구하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영어로는 Free yourself from hell 정도로 번역된다고 해요.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를 연휴 중 뮤지컬로 관람했는데요 '히치콕이 각색한 영화에 친숙한 독자 (p.103)'다 보니, 원작 소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맨덜리 성과 댄버스 부인의 으스스함이 막심과 나의 로맨스 배경 정도로만 느껴졌어요 듀 모리에의 「지금 쳐다보지 마」를 비롯한 다른 단편들에도 관심이 갑니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는 다양한 책이 소개되어 있어 독서 자극이 되었는데요 사계리 서점에서 많이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현대문학에서, 듀 모리에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 출간 되었지 말입니다! 지금 쳐다보지마, 새, 호위선 등. 저도 처음에 레베카를 뮤지컬로 봐서 로맨스 인줄 알았어요 ㅎㅎㅎㅎ책이 조금 더 으스스했었죠.
<단지> 앞 작품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네요. 미신을 믿는 대기업 회장과 타고난 신기는 없지만 이를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려는 도사님의 이야기. 과연 그 결말은… 그런데 <불륜 연구소 취재기>는 00으로 시작하던데 이 작품은 01로 시작해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요 부분은 출판사 대표님과 작가님께 여쭤보고 다시 말씀드릴께요!! ‘ㅁ’/
이 작품 중간에 정말 섬뜩했습니다. 책에는 귀매(44쪽)라고 나오는 주술을 저는 염매, 혹은 태자귀라는 이름으로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픽션이라도 끔찍하고 그게 만약 실화라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지요. 그런데 작가님의 소설은 그 끔찍한 아이디어보다 스케일이 더 크네요. 으으으.
올해 오픈했던 두 드라마에서도 염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하나는 구미호뎐의 에피 중 하나에서 였고, 또 하나는 악귀에서 였어요. 이러한 주술이 있었다는 기록 그 자체가 너무 끔찍합니다.
강자의 탐욕을 위해 약자를 어디까지 착취할 수 있는가 하는 상상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육체적인 착취도 끔찍한데 영혼을 영원히 지배하겠다니. 그런 짓을 해서 얻으려는 이익도 너무 추잡하고요. 그런가 하면 권선징악의 스토리텔링 없이 그런 아이디어만 덜렁 소개되기 때문에 더 기분이 안 좋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바깥세계] 를 읽으시며 궁금하신 사항이나 작가님께 이 책 내용 중 여쭤보고 싶은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답안지가 있으니 전략적으로 접근할 생각을 해야지, 내가 하는 말 다 무시하면서 힘들다는 얘기만 반복하면 나도 지쳐요, 이년아.
바깥세계 <잉어의 보은> 중에서 , 녹차빙수
고딩들의 찰진 대사가 등장하는 <잉어의 보은> 이번 편은 앞의 두 작품과는 또 다르네요. 처음에 책방지기님이 이과 호러라고 하셔서 약간의 스테레오타입이 있었어요. 물리 공식이 나오고 장소 배경은 실험실, 스타일은 SF일까 싶었는데 연달아 세 작품을 읽어온 결과 작품의 스펙트럼이 완전 다양하네요. 각 분야마다 다 나름대로 매력있고 재밌습니다.
이 작품은 중간까지 뭐지? 뭐지? 하면서 어리둥절해하다가 후반부에 야! 신난다! 하면서 빠져들었습니다.
저는 이 책이랑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들>을 어제 그제 동시에 병렬 독서로 읽고 있는데요, 자꾸 녹차빙수 작가님 작품에 손이 가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특별한 이유까지는 아니지만 작품 내적인 의도가 있기는 했습니다. <불륜>에 단락구분용 숫자를 넣을 때는 양의 정수가 각각의 불륜을 카운팅하는 역할도 가지면 편리하겠다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불륜의 유형이 기술되지 않는 인트로에는 00을 부여하고 01-05까지 다섯 종류의 불륜을 소개한 뒤 06을 아웃트로에 부여하는 형식으로 최종적으로 다듬어 보았습니다. <단지>는 첫 단락이 인트로스럽기는 하지만 이후의 서사를 이해하는데 엄청나게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에 중요도를 고려해서 정석대로 01을 부여했어요. <잉어>는 내용상 조금 더 가볍고 신속한 독서를 의도하고 싶었지만 서두에 주의사항 같은 걸 넣을 수는 없어서 1, 2, 3과 같은 형식으로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숫자를 부과해주었습니다. 이렇게 글마다 기능성을 조금씩 고려해서 제일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형식으로 번호를 붙여본 것입니다! \(^O^)/
00으로 시작하는 작품, 01로 시작하는 작품, 그냥 1로 시작하는 작품. 완전 섬세하신데요. 01이랑 1은 그닥 별 생각없었는데 00은 왜일까 궁금했었어요.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깊은 뜻이!!
과학 문명이 세상을 뒤덮었지만 인간의 무의식과 밤의 꿈이 만들어 낸 환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깥세계 과학 무당과 많은 커피 p172, 녹차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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