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D-29
읽으면서 고인류학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이 분야에 한 성깔 하는 학자들이 많은 건 약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워낙 현장이 험악하고 일이 고되니까 어지간한 성격으로는 버틸 수가 없을 거 같아요. 그런데 고인류학자들이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고 갈등이 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고인류학이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연구 투자를 많이 받는다거나, 대중이 좋아하는 분야라서 스타 과학자가 나오기 쉽다든가, 화석 발견처럼 딱 떨어지는 승부가 벌어질 수 있다든가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과학 분야도 학자들 사이의 경쟁과 갈등이 이 정도인가요? 혹은 저자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경쟁과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걸까요?
이건 (혹 보신다면) 윤신영 선생님이 답글 달아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상희 선생님과 함께 <인류의 기원>을 쓰시기도 했으니.. 중반 넘어가면 이런 문장들이 있긴 한데 작가님 궁금증을 해결해주진 못할 것 같아요ㅎㅎ 쪽수는 따로 안 적을게요~ [화석, 영토, 그리고 돈은 고인류학 분야의 원동력이기에 이것들을 놓고 경쟁이 벌어졌다.] [그는 인류학 분야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적은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고전적 비극을 재현하고 있다고 봤다.] [1950년대에 미국은 매년 겨우 20명 정도의 박사를 인류학과 고인류학 분야에서 배출했다. 1970년대에, 그 수는 연 4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2013년에는 연 600명 이상이 됐다). 학계의 이런 전문가 홍수 사태로 인해 연구비를 타거나 화석을 발굴하기 위해, 학계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더 많은 경쟁을 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발견 사례 증가 속도가 전문가 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네, 사실 인류학계만이 아니라 과학계도 전반적으로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어요. 전문가 수가 최근 크게 증가해서 더더욱 싸움이 살벌해졌고요. 다 그런 건 맞는데, 고인류학계가 그 중에서도 가장 정점을 이룬 건 아무래도 1. 화석이 발굴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이라 데이터 원천이 매우 제한적인 점, 2. 자원의 분포가 학자의 분포와 (지리적, 정치적으로) 다른 점, 3. 그렇게 얻은 자원을 극소수가 독점할 수 있는 구조인 점, 4. 연구에 들어가는 기간이 길어 다른 과학(생명과학 등)보다 업데이트 주기가 느린 점 때문일 것 같아요. 3은 특히 최근 다른 과학 분야와 완전히 다른 점인데, 요즘은 NASA에서 그 엄청난 돈을 들여 우주 탐사를 해도 데이터를 공개하거든요. 물론 초반(보통 1년)은 미국(과 공동연구하는)팀이 독점하지만, 이후엔 로데이터까지 다 풉니다. 생명과학도 게놈 해독해서 곧바로 다 공개해 버리는 게 요즘 거의 표준이에요. 코로나19 때 이전부터 그랬어요. 근데 고인류학은 꽁꽁 싸매고 자기들까리 논문 쓰고 그런 전통이 최근까지 있었고 그 정점이 팀 화이트팀입니다. 그래서 욕을... 많이 먹은 거죠. 끼리끼리 오래 해먹었다(?)...하고. 참고로 이 책 후반에 잠깐 등장하는 리 버거(남아프리카공화국)는 반대 의미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인물입니다. 최근 20여 년 사이에 꽤 중요한 화석 두 종을 발굴했는데, 특히 두 번째 종(호모 날레디)은 발굴 인원 모집부터 과정까지 SNS로 중계를 하며 진행했고, 그렇게 발굴한 화석은 그냥 다 스캔해서 클라우드에 올려 공개해버렸습니다. 논문도 금세 썼는데, 전통적으로 유명한 학술지에서 안 받아주니까 그냥 오픈액세스 저널(누구나 볼 수 있는 개방형 저널)에 올려버렸어요. 이 책에서는 화이트의 시선에서 좀 날라리처럼 그려졌는데, 실은 당시에 고인류학계의 오랜 구습을 날려버린 혁신적 행보로 주목 많이 받았아요. 가장 흥미로운 건, 발굴팀 모집을 했는데(좁은 동굴 발굴이 필요), 그 결과 대학원생 등 젊은 여성으로 구성된 발굴팀이 최종 선정됐고, 그들이 위험한 동굴 파고들어 발굴을 했습니다. 화이트 팀의, 남성 위주의 발굴팀과 매우 대조적이지요. 이 기사를 보시면 조금 대조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dventure/article/150917-naledi-cave-hominin-fossils-human-evolution-berger-peixotto-interview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말씀 듣고 나니 책 내용도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다른 점들은 연구 여건상 다 그렇겠거니 하고 쉽게 납득이 되고, ‘데이터 원천 자료를 극소수가 독점할 수 있다’는 부분은 조금 상상을 곁들여 이해하는 중입니다. 아마도 화석 원본은 복제가 불가능하고, 디지털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에서조차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이지 않나, 거기에 폐쇄적인 학계 분위기가 더해진 걸까, 뭐 그런 상상입니다. 번역가님 말씀을 듣고 나니 리 버거가 책에서와는 완전히 다르게 보이네요.
그쵸. 다른 데이터들... 게놈 데이터나 천문 관측 데이터는 그 자체로 데이터니 일단 생산되고 나면 공유에 다른 절차가 필요하지 않지만, 화석은 발굴 뒤에도 클리닝과 복원, 계측, 스캐닝, 보관 등 연구에 필요한 추가 작업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보관 주체, 클리닝 주체 등이 다 필요하고, 이것들이 다 많은 자원이 필요한 일이니 참여한 사람들에게 뭔가 차등적인 권리를 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고인류학은 잘 모르지만 ‘최초의 발견’이 중요한 분야라 경쟁이 치열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조생물학이라는 분야에서는 특정 단백질의 결정구조를 최초로 밝히게 되면 큰 주목을 받게 되지만 같은 단백질을 연구하던 경쟁그룹은 닭쫓던 개가 됩니다. 아예 논문으로도 못 쓰고 프로젝트를 접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설을 입증하는 화석을 누가 가장 먼저 발견하느냐가 중요한 고인류학과도 비슷한 이유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까요?
구조생물학 분야에서 경쟁에서 승리하면 학계내에서 유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정도라면 고인류학에서 최초의 발견을 하게 되면 학계외의 대중에게도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생각해 보니 창작이나 발명과 달리 발견은 그 속성 자체가 배타적이고, 그래서 경쟁을 더 치열하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누가 멋진 작품이나 발명품을 만들어내도 나는 나대로 다른 작품 혹은 발명품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남이 발견한 무언가를 내가 다시 발견할 수는 없네요. 특히 고인류학계는 발견하고자 하는 대상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진주현, <뼈가 들려준 이야기> 들춰보는데 이런 구절이 있네요. [아프리카의 인류학 발굴판은 웬만한 정치판 못지않다. 누가 어느 지역에 발굴을 들어가느냐, 누가 누구와 손잡고 연구를 하느냐 등의 이슈들이 때로는 진흙탕 싸움으로까지 번진다. 발굴지에서 무언가를 찾으면 단박에 스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벌한 땅인 거 같아요. 그런데 곁가지 얘기이지만 저는 학자들의 정치 싸움은 약간 한 수 아래로 보게 되더라고요. 총장 선거가 치열하다고, 진흙탕이라고 알려진 대학에서 승리한 교수들이 자기 정치력을 과대평가하고 진짜 정치판 뛰어들었다가 망신당하는 모습을 몇 번 봐서 그런가...
138쪽, [여러 해에 걸친 탐사 경험을 통해 그는 현장 발굴 연구에서 단 하나의 확고한 진리를 깨달았다. 예측하지 못한 혼란은 언제나 모든 노력을 틀어지게 할 위험 요인이라는 것이었다. 총격, 관료주의적 장벽, ‘동료’로부터의 비난, 베르하네를 향한 정치적 공격, 자동차 타이어 펑크, 엔진 라디에이터 고장 등이 그런 것들이었다. 여기에 이제 망할 놈의 소총이 추가됐다. “아프리카는 언제나 상상 이상이군.” 화이트는 이렇게 투덜댔다.] 으으... 전 저런 근로 환경에서 일 못합니다. 안전제일주의자라서.
139쪽, [여러 해에 걸쳐 화이트는 부상과 병을 겪었다. 그에겐 말라리아, 이질, 지알디아 편모충 감염증, 간염, 폐렴 등등이 여권 도장과 같은 것이었다. 한번은 텐트에서 저녁 식사 중 염소 고기를 먹다가 뼛조각을 씹어서 이가 부서진 적이 있었다. 화이트는 테이블 쪽으로 머리를 숙인 채 신음하고 욕을 내뱉더니, 동료들에게 강력 접착제로 부서진 이를 붙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계속 부서졌고, 그는 결국 드러난 이 뿌리 부분을 접착제 덩어리로 막아달라고 했다. 발굴 시즌이 끝난 뒤에 치료를 받을 심산이었다.] 오 노... ㅠ.ㅠ
140쪽, [아파르족 경비대 다수는 차에 타본 적도 없었고, 비좁은 좌석에 끼어 앉은 그들의 총구는 위험하게 아무 데나 향한 상태였다. 연구자들은 총을 꼭 위로 세우라고 당부했다. 화이트는 “알라신을 향해” 총을 세우라고 몸짓으로 지시했다. 또한 차량 내 수류탄 소지를 금지했다. (수류탄이 떨어져 발 아래로 굴러 모두가 하나, 둘, 셋을 외쳤던 아찔한 경험이 있었다.) 아파르족 사람들은 창문이 ‘유리’라는 투명한 물질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차 밖으로 침을 뱉으려 하기도 했다.] 오 노... 2
이런 부분은 '헐, 대박'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ㅋㅋ
149쪽, [우리 소화계에서 음식을 자르고 부수는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강한 내구성을 갖고 있기에, 치아의 에나멜은 몸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따라서 치아는 몸의 뼈들이 모두 흙이 된 뒤에도 남아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치아 화석이 가장 흔한 이유다.] 사소하지만 오랜 궁금증 하나가 풀렸습니다.
166쪽, 제가 얼마 전에 피터 왓슨의 『컨버전스』를 읽었는데, 거기에 라이너스 폴링이 상당한 비중으로 나오거든요. 이름 보니 괜히 반갑네요. 혼자서 노벨상 두 번 받으신 분.
172쪽, [과학자들은 침팬지에게 언어를 가르치며 언어의 기원을 이해하고자 했고, 침팬지에게 돌을 깨는 법을 알려주며 도구의 혁명을 추적하고자 했다. 또한 직립보행의 기원을 알기 위해 침팬지를 트레드밀에 세워 어기적거리며 걷게 했고, 인류 성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난교 생활을 하는 침팬지의 성교 행위를 관찰했다. 인류 폭력의 기원 역시 침팬지의 침략 전쟁에서 찾고자 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이상한 일이기는 하네요. 침팬지는 인류의 조상과 분명 다를 텐데, 왜 침팬지를 인류의 옛 모습이라고 무의식 중에 여기는 건지.
191쪽, [화이트에겐 두 가지 욕구가 있었다. 멀티태스킹과 마이크로매니징이었다. 해야 할 일이 그를 거치지 않고 이뤄져서는 안 됐다. 그에겐 마치 해가 뜨고 지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서든 누군가는 일을 엉망진창으로 하고 있었다.] 최악의 상사...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ㅎㅎ 다른 읽을 책들도 많아서 하루 읽을 할당량을 정해서 읽는 중이에요! 그리고 오늘이 그 둘째날이구여 ㅎㅎ! 43페이지에 [화이트는 학생들에게 화석은 보물("빌어먹을 보물!")이며, 에티오피아가 지금은 곤궁하지만 과거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고 끊임없이 세뇌시켰다.] 화석을 보물에 비유한 것이 흥미로운 표현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 나중에 제가 죽고 나서도 이런 보물이 하나쯤 남겨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봅니다 ㅎㅎ
열심히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 싶은 부분은 건너뛰며 읽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저는 인물들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춰 읽어도 재미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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