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징조들』 혼자 읽기

D-29
어쨌든 부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택담보대출의 직접적인 손실은 그 자체적으로는 문제가 될지 몰라도, 그래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를 기초로 하는 유가증권 상품을 만드는 유동화증권은 통화와 담보물의 일반적인 형태가 될 정도로 호황을 누리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위기의 징조들 제1장 일촉즉발의 시장 상황,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모든 경기 버블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이 터졌을 때, 펫츠닷컴 같은 도산한 인터넷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돈을 잃었지만, 파급 효과는 별로 없었고 단지 가벼운 불황으로 끝났다. 진짜 문제는 대규모 환매 사태에 쉽게 노출되는 자금으로 만들어지는 버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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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투자는 매력적이다. 레버리지 투자는 이익을 최고로 극대화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없이 자산을 사기 위해 100달러를 쓰고 그 자산을 다시 120달러에 팔면 20퍼센트의 이익이 남는다. 만약 100달러 중 자기 돈 5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95달러는 빌려서 같은 자산을 사 들인 다음 120달러에 팔면 400퍼센트의 이익이 난다. 레버리지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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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 사람은 이 사실이 불편했다. 그래서 우리 셋은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기관 내에 새로운 위기관리위원회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금융 시스템 위기에 대처하려고 노력을 집중했다. 우리는 금융위기가 과거의 흔적일 뿐이라는 관념에 반박하며, 테일리스크(발생 가능성은 적으나 한번 발생하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보다 강력한 위기관리 능력 및 겸허함을 갖춰야 하며, 금융시장에 만연해 있는 시장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위험을 제한하기 위해 창조적이거나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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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 어느 누구도 어떻게 했을 때 그런 위험들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지 알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는 과거 여러 번 위기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악의 위기를 예상하는데 실패했다. 후일 연준 의장인 벤은 그를 가장 놀라게 한 위기 경험은 “2008년 금융위기”라고 답했다. 우리 모두는 엉망이고 복잡한 금융 시스템과 관련, 안전성과 건전성을 명확하게 분석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을 걱정했지만, 금융 공황이 임박했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는 했지만, 그 일이 발생하기 몇 달 전까지도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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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금융기관 사이에 거래가 이뤄지는 초단기자금시장에 갑자기 대규모 환매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조달되는 자금은 대부분 담보가 있어서 부도가 나더라도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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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측에 실패한 원인을 살펴보면 일부는 상상력 부재 때문이었고, 일부는 정부 내 조직의 실패 때문이었다.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감시하고 다루는 책임과 의무를 갖는 포괄적인 정부 조직이 없었다. 조각조각 끼워 맞춰놓은 규제 시스템은 권한이 너무 분산되어 있어서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상당수의 일들이 감독당국의 관리 범위 밖에 있거나, 다른 감독기관의 일들로 치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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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는 특히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단지 한두 가지 명확한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의 폭발적 증가, 대규모 환매 사태에 쉽게 노출되는 초단기 자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 그림자 금융으로의 리스크 이전, ‘대마불사’ 기관들에 대한 우려, 그리고 도처에 널려 있던 엉터리 모기지를 담보로 한 불투명한 파생상품들 등이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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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이 문제였다. 만약 서브프라임이 금융 공황을 촉발시키지 않았다면 단순히 서브프라임 대출자들과 서브프라임 대출기관만의 문제로 끝났을 것이다. 미국 주택 관련 손실의 절반 이상이 파산, 그리고 파산 직전까지 갔던 2008년 9월 이후에 발생했다. 금융 공황이 없었다면, 서브프라임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한 이슈들은 잘 통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이런 독립된 이슈들이 전체 시스템에 걸쳐 나타난 금융위기를 촉발하게 한 것이다. 금융위기의 심리적 근거들을 개별적으로 보면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금융위기를 막는 데 실패했다. 금융 시스템의 운명은 정책 당국이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려 있었다.
위기의 징조들 제1장 일촉즉발의 시장 상황,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일반적으로 유동성을 투입하면 시장이 안정되는데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담스러운 조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재할인 창구에서 대출 받기(come-and-get-it)”라는 메시지는 은행들이 재할인 창구 제도를 활용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은행들은 재할인 창구 제도를 활용하게 되어 징벌적 금리를 지불했다는 것이 시장에 알려지면 은행들이 그만큼 취약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 받을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위기의 징조들 제2장 화마의 습격을 당하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정부의 도움이 전체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위해 필요한 상황인데도 낙인 효과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도움을 꺼리게 된 것이다. 연준은 징벌적 금리를 낮추고 대출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재할인 창구 대출이 은행들에 더욱 쉽게 받아들여지게 만들려고 했다.
위기의 징조들 제2장 화마의 습격을 당하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모든 버블이나 시장의 충격이 재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피해를 감내할 수만 있다면 한동안 금융위기가 지속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괜찮다. 왜냐하면 금융위기는 부실 기업이 퇴출되고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산 버블이 터진 이후에는 어느 정도 금융 손실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모든 디레버리징을 막거나 또는 지속 불가능한 좀비 기업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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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심각한 금융 공황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커지면 위기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정책 입안자들이 그다지 크지 않은 위험이라고 판단하거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에 너무 신경 쓰거나, 정치적 악영향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바람에 너무 늦게 위기에 대응하면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늑장 대처로 불거진 시장의 공황은 무분별하고 부실한 기업뿐만 아니라 신중하고 강한 기업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되고, 과도한 레버리지 투기 세력뿐만 아니라 무고한 일반인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위기의 징조들 제2장 화마의 습격을 당하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이같이 금융 공황은 전염성이 있다. 1990년대 멕시코 부채 문제로 인해 주변의 신흥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발행된 채권에도 악영향을 준 테킬라 효과처럼, 2007년 서브프라임 채무 불이행 사태는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Alt-A 모기지들과 심지어 가장 안전한 프라임 모기지까지 의심받는 상황을 초래했다.
위기의 징조들 제2장 화마의 습격을 당하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위기가 단순히 무책임한 기업들에만 고통을 주는 건강한 시장 조정인지, 아니면 금융 시스템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는 금융 공황인지 구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금융 시스템의 위기는 단순히 자유시장의 절대주의나 도덕적 해이 자체만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런 심각한 위기는 대출, 일자리, 소득에 너무 많은 영향을 초래한다. 또한, 이런 시스템적 위기는 민간 자금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자금을 동원하거나, 이로 인해 일부 공적자금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 없이 해결되기는 어렵다.
위기의 징조들 제2장 화마의 습격을 당하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결과적으로 이 방식은 어느 정도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은 복잡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지만, 금융시장의 붕괴로 인해 경제 전반에 걸쳐 급격한 충격을 주는 것보다는 낫다.
위기의 징조들 제2장 화마의 습격을 당하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베어스턴스를 구조한 이후, 우리는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불편함을 느꼈다. 베어스턴스는 단기 자금으로 과도한 부채를 끌어다 쓰면서 느슨한 감독을 받고 있던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신뢰가 어떻게 한방에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과도한 대출과 규제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 단기 자금에 너무 많이 의존하거나, 불완전한 모기지 상품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구조화 신용상품에 너무 많이 투자한 금융기관은 비단 베어스턴스만이 아니었다.
위기의 징조들 제3장 불길의 확산, 대재앙의 기로에 서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매우 어색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행크는 의회에 바주카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연방주택금융감독청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두 회사의 대비 자본금이 충분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는 충분한 자금 대비책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행크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일관성 있는 태도로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두 회사의 붕괴를 막는 것이었다. 결국 행크는 바주카포를 사용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위기의 징조들 제3장 불길의 확산, 대재앙의 기로에 서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사실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금융위기를 유발한 요인들이 집약된 전형적인 사례다. 첫째 부동산시장에 과도한 포지션이 노출되어 있었고, 둘째 대규모 환매에 쉽게 노출되는 단기 대출에 너무 의존한 데다, 셋째 규제가 느슨하고 과도한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넷째 금융 시스템과 깊게 연계된 비은행권 금융기관이었다. 리먼브러더스의 사례가 다른 사례들과 다른 점은 그 결말이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금융위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지만, 가장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기도 하다.
위기의 징조들 제4장 공황, 현실화하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우리가 1년 동안 막으려고 애써온 악몽, 즉 금융 공황의 와중에 금융 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금융기관이 혼란스럽게 파산하는 것이 현실화된 사례다. 비슷한 상황에서 6개월 전에는 베어스턴스를 구제했고, 일주일 전에는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구제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AIG를 구제했기 때문에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우리가 고의적으로 리먼브러더스를 파산하게 내버려두었다고 생각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그런 의도로 해석해 우리를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리먼브러더스를 고의로 파산하게 내버려둔 것이 아니다. 베어스턴스와 AIG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구제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리먼브러더스의 경우에는 심지어 구제할지 여부도 논의하지 않았다. 우리의 능력으로 리먼브러더스의 붕괴를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위기의 징조들 제4장 공황, 현실화하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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