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위어드>

D-29
학교에서 논문 준비할 때 자조적으로 했던 말들이 생각났습니다. 통계 설문 대상이 해당 학교 학부생들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논문의 결론은 대학생에게만 유효할 거라는 얘기들을 했었어요. 해부학과 관련된 사례들도 떠올랐고요. 해부학용 시체 대다수가 빈자들의 것이다 보니 특정 장기가 위축돼 있었다고 하죠. 이 상태를 '정상'으로 본 의사들은 나중에 부자들에게서 그 장기 비대증이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됐는데요. 사실은 부자들 장기의 크기가 '정상'이었던 거죠. WEIRD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인간 보편의 것으로 인식하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으로 보였습니다.
맨 처음에 나온 '나는 ....'에 대한 답을 10개 쓰는 거 실은 얼마전 부모교육에서 강사가 물어본 건데요. 신기하게도 거기 있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나는 ...의 엄마다' 등 관계 및 역할에 관한 답을 대부분 쓰셨는데 저는 제 직업, 취미, 성격 등에 관한 답을 대부분 채웠습니다. 어쩌면 제가 좀 개인주의 서양 문화에 익숙한 (어렸을 때부터 미국과 유럽 쪽에서 오래 살았거든요) 것의 영향인가?도 생각했지만.. 근데 대부분 그 부모교육에 있던 분들이 전업주부여서 그런 게 아니었나 싶기도 했어요. 과연 이걸 여성과 남성, 전업주부 및 직장인, 기혼과 미혼, 연령그룹별로 조사해보면 어떤 차이가 있을지도 생각해봤습니다. 결국 이런 연령 및 사회적 역할 등도 우리의 사고방식 및 태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니스벳의 책들 안그래도 생각의 지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인드웨어도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
한국에 돌아왔을 때 또는 외국에서도 엄마나 기타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이런 벽을 느낀 적이 많았어요. 딱히 무례하게 얘기한 것도 아니고 그저 제 생각이 다른 것을 얘기했을 뿐인데 '내가 니 친구니? 엄마나 어른들한테 그렇게 말하라고 어디서 배웠어?'하는 식으로 혼나곤 했죠. 그런 식으로 자주 데여서(?) 그런지 유럽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들과 편하게 질문하고 토론하곤 했는데 한국에서는 되도록 선생님들과 말을 안 섞도록 했어요.
오늘 밑줄 친 곳은 Shame is rooted in a genetically evolved psychological package that is associated with social devaluation in the eyes of others. 근데 이 책은 유전적이지 않은 문화적인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은 신경학적 정신적 변화를 얘기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genetically evolved라는 말이 나와서 갸우뚱하네요.
작년부터 거의 일 년에 걸쳐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를 읽었습니다. 세 권으로 된 책을 읽으면서 읽는 것도 아니고 안 읽는 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이 책은 두툼한 두께에 비해 아직은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네요. 본문에 언급된 테스트도 흥미로웠구요. 물론 나는 ( )다,란 질문에 저의 특성이나 추상적안 답변보다 관계를 드러내는 답변이 먼저, 아니 거의 자동적으로 나와버리긴 헀습니다만 성장할 때의 환경이나 교육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죄책감과 수치심, 인내심에 대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수치심/죄책감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읽으면서 다들 고개를 한번씩은 끄덕이시지 않았을까 생각이듭니다.)
오늘날 심리적 개인주의와 국가의 뷰나 정부의 효율성 사이에서 나타나는 강한 긍정적 상관관계가 일방적인 인과적 과정을 반영했다고 흔히 가정한다. 다시 말해, 경제적 번영이나 자유로운 정치제도가 개인주의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56,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하지만 이 인과 관계가 다른 방향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까? 어떤 다른 요인들 때문에 경제 성장과 효율적인 정부에 앞서 좀 더 개인주의적인 심리가 생겨난다면, 이런 심리적 변화가 도시화와 상업 시장, 번영, 혁신,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가 형성되는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간단히 대답하자면 당연히 그렇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개인적으로 지도로 나타낸 자료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은 빗금친 (즉 자료가 불완전한) 것도 그렇고 도표 1.4의 Impatience 같은 자료는 중국처럼 관계 지향적인 국가에서도 높게 나타나고 정확성이 떨어지고 비교 평가하기 좀 힘든 자료 같네요. 차라리 도표 1.5처럼 자료를 좀 더 명확히 보기 좋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어떤 현상의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선후관계도 명확히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교란변수들을 최소화해야할 건데.. 이런 corruption이나 impatience 경향이 나타나는 국가에서 더 가난이나 제도적 문제들이 일어난 건지 아니면 그런 환경이기 때문에 더 사람들이 편법을 노리고 더 참을성이 떨어지는 건지 구분해야할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당장 내일이나 내달 소득이 불확실한 나라와 수입이 안정적이고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있는 나라에서 그런 현재와 미래에 대한 태도, 그리고 공식적인 규범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아, 저도 그 대목이 걸렸는데요. 사실, '마시멜로 실험'은 심리학계 내에서도 다양한 비판이 있었거든요. 헨릭이 그런 연구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저자는 자기 논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자료를 취사선택하고 싶은 욕심에 굴복했나, 싶었습니다. 밑에 제가 도움이 될 만한 제가 정리한 글의 해당 부분을 옮겨 볼 테니 다들 참고하세요. 제가 쓴 『과학의 품격』(사이언스북스, 2019)에 실린 '마시멜로의 배신'의 한 부분입니다.
머리말과 파트1의1장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위어드가 어떤 사람인지 규정하고 심리실험들이 여러가지가 나오니 약간은 끼워 맞추기 같기도 해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저같은 사람들을 우려해서 인지 저자분이 올려주신 P.57 네가지 중요한 논점을 읽어보니 글의 의도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책 제목의 부제가 현대서구문명의 번영을 가져온 키워드 이니 위어드로 집중이 될수 밖에 없을 거고 그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살펴 보면서 다른 나라의 심리도 알아볼수 있으니 아 이런 분석도 가능하구나 하면 읽었습니다. 좋다 나쁘다처럼 이분법적으로 읽으면 안될거 같습니다. 내용중에서 몇분이 이야기 해주신것처럼 죄책감과 수치심 내용이 인상적이었고 나라마다 참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모임장님이 추천해주신 리처드 니스벳의 책들도 흥미가 가고 읽어 보고 싶습니다.
네, 이 책을 읽고 나서 (비서구권의) 많은 독자가 불편해하는 대목입니다. 저자가 계속해서 자기는 '위어드(WEIRD)'와 다른 문화 사이의 우열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점에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계속 함께 읽고서 토론해 봐요. :)
그런데 생각해보면 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널리 퍼지던 민족주의, 식민주의 및 인종차별 등의 사상들이 결국 서구의 소속감보다 개인이 중심이 되는 사고방식에서 멀어진 것 같은데 작가는 이걸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네요.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마인드웨어>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심리학자인 니스벳과 문화인류학자인 헨릭이 함께 연구도 했다니, 그 부분도 흥미롭네요. 추석연휴에 빨리 <위어드>를 시작해야 겠어요!
이제는 상식이 되어 버린 마시멜로 테스트의 결과는 그동안 여러 비판을 받았다. 미셸이 처음 마시멜로 테스트에 동원했던 어린이는 총 653명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은 미셸의 자녀를 포함한 스탠퍼드 대학교 부설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다.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 어린이였다. 애초 미셸은 이들을 추적 관찰할 생각도 없었다. "그때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와 안 먹은 아이가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연히 자기 자녀와 대화하다 나온 아이디어가 연구로 이어졌을 뿐이다. 수소문해서 653명 가운데 185명을 찾았고, 그 가운데 94명이 미국의 대학 입학 자격 시험(SAT) 점수를 제출했다. 나중에 40대까지 추적이 가능한 이들은 50명 정도에 불과했다.
마시멜로 테스트의 해석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이 있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의 셀레스티 키드(Celeste Kidd) 등이 2013년 1월에 발표한 논문 「합리적 군것질: 환경 신뢰도에 따른 어린이들의 마시멜로 테스트 의사 결정(Rational snacking: young children’s decision-making on the marshmallow task is moderated by beliefs about environmental reliability)」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마시멜로 테스트를 약간 비틀었다. 어린이 28명에게 컵을 꾸미는 미술 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일단 크레파스를 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색종이와 찰흙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14명은 색종이와 찰흙을 받았고, 나머지 14명은 색종이와 찰흙을 받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이 두 그룹에 마시멜로 테스트를 해 봤다. 색종이와 찰흙을 받았던 어린이는 평균 12분 넘게 참았고, 그 가운데 9명은 끝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다. 반면에 어른의 거짓말을 경험한 어린이는 평균 3분 정도만 참다가 먹었다. 끝까지 참은 아이는 딱 1명뿐이었다. 이 실험 결과는 마시멜로 테스트를 이렇게 반박한다. 마시멜로를 빨리 먹어 치운 어린이 가운데 일부는 의지력(참을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돌아오면 하나를 더 주겠다."라는 어른의 말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불신이 깔린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는 기회가 있을 때 일단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2018년 5월 25일 뉴욕 대학교의 타일러 와츠(Tyler Watts) 등이 발표한 논문 「마시멜로 테스트 다시 보기(Revisiting the Marshmallow Test)」의 반박도 살펴보자. 이들은 만 4세 정도 되는 총 918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마시멜로 테스트를 하고 나서 15세 때의 성취도를 추적 관찰했다. 500명 정도는 일부러 어머니가 고등 교육을 받지 않은 집의 어린이를 택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마시멜로 테스트는 청소년기의 학교 생활, 학업 성적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어머니가 대학 교육 이상을 받은 어린이는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았든 곧바로 집어먹었든 15살이 되었을 때 차이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어린이도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았더라도 청소년기에 특별히 나은 이득이 없었다. 씁쓸한 결과다. 마시멜로 먹기를 참을 수 있는 의지력은 청소년기의 성취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반면에 자녀 교육 지원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집안의 넉넉한 살림 같은 사회 경제적 배경이 오히려 결정적인 변수였다. 어렸을 때부터 의지력이 강해 봤자 현실에서 자수성가는 불가능했다. 가슴 아픈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가난한 어린이는 눈앞의 마시멜로를 곧바로 먹어 치우는 경향이 강했다. 앞에서 소개한 불신이 어린이의 의사 결정에 미치는 결과를 염두에 두면 이런 가설이 가능하다. 부모의 소득이 변변치 못한 어린이일수록 불신 환경에 여러 번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날 로봇 장난감 사주기로 했잖아요?" "어떡하니, 아빠가 돈이 없어.") 그런 어린이에게 확실히 보장된 미래는 없다. 몇 분 뒤에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줄지 말지는 당장 관심사가 아니다. 눈앞의 마시멜로는 먼저 먹어 치우는 것이 남는 장사다. 실제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단기적인 보상에 집착한다는 여러 증언과 연구 결과가 있다.
네 실은 마시멜로 실험의 뒷이야기가 이제는 좀더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봤는데 이게 다시 나오니 좀..;; 제가 생각해도 당장 내일 먹을 게 없거나 내일 직장에서 짤릴 불안이 많은 사람들이 단기적 보상에 집착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과연 이 국가 비교가 경제적 상황의 차이의 영향을 배제하고서도 비슷하게 나올까 했어요. 참고 자료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도착 책이 도착 했어요 퇴근하고 빨리 읽고 싶네요 ..YG님 따라서 꾸준히 ...기대 됩니다 .
겨우 1장이니까 여러가지 의심되는 점들, 특히 산업화와 문화나 심리학의 인과관계 같은 것은 차차 다뤄지리라고 생각하면서 읽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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