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서점 × 책방밀물]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같이 읽기

D-29
점심의 다른 말은 뭘까? 중식, 런치, 주찬, 진지, 끼니, 요기 등등 다양하다. 하지만 나는 오늘 '사료'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런치플레이션이 불러일으킨 비극일까, 자본주의의 본성일까. 나는 런치, 때로는 진지를 먹고 싶지만 회사는 나의 밥상에 사료를 올려주고 싶은 눈치다. 저는 사료가 아니라 런치가 먹고 싶습니다. 제가 식물이면 광합성 런치라도 할 수 있지만, 이건 뭐 사료를 보고도 런치인 척해야 합니까?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이서수/광합성 런치 127p, 김의경 외 지음
런치플레이션은 저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답니다. 그나마 재택과 출근을 반반씩 하고 있어서 매일 사먹어야는건 아니지만 만원은 기본이되었거든요.그런데 한편으론 소위 백반이라 불리는 식당들의 가격이 너무 낮아서 저는 항상 속상했어요. 집밥같은 한식 가득 밥상을 6천원 7천원밖에 안하는거보면서 뭔가 상대적으로 너무 후려침을 당하는 기분이랄까.. 얼마나 수고가 많이 드는일인데 커피한잔 가격과 비슷하게밖에 인정 못받나 싶어서요. 가정에서 가사노동이 경제활동으로 그만큼 인정 못받듯 이런 식당들은 중년여성들의 노동을 너무 값싸게 여기는 느낌였어요. 이런 식당들은 조금 더 오르면 좋겠는;
저도 백반 홀대받는 것 같다는 비슷한 얘길 한 적이 있는데요.. 백반은 제 기준에도 가격 후려침 당하는 느낌이에요. 한식은 반찬이 참 손이 많이 가잖아요. 나물만 해도 다듬고 삶고 무치고..엄마의 손맛이 쉐프의 솜씨보다 못할 것이 뭐있답니까.. 요나스님 말씀 듣고 보니 가사노동을 인정 못 받는 듯한 느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순간접착제> 를 다 읽었어요. 작품은 작가 이름의 가나다 순서대로 실린 것 같으니 김의경 작가님 작품이 첫 번째로 등장한 건 우연일텐데요, 참 충격적일 정도로 좋네요. 며칠 전 <소설 목포>라는 앤솔로지에서 김의경 작가님의 <최애의 후배>를 읽을 때도 느꼈는데 작가님이 물이 올랐다는 느낌. 문학에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테크니션적인 면모가 돋보이네요.
소설 목포《소설 목포》는 《소설 제주》, 《소설 도쿄》, 《소설 뉴욕》, 《소설 부산》에 이은 테마소설 시리즈 ‘누벨바그’의 다섯 번째 앤솔러지로 세계 여러 도시와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과 문화, 사람이 어우러지는 장을 만들고자 야심차게 기획한 아르띠잔의 테마소설 시리즈다. 시간을 되돌린 듯 오래된 건물과 풍경을 간직한 거리를 걸으며 과거의 풍경 속에서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곳 목포. 목포의 원도심에 가면 과거와 공존하는 듯한 기분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순간접착제’ 역할을 하는 상황들. 악마 같은 작업 반장 등장시켜 이야기를 쉽게 풀어갈 수도 있지만 그런 방향으로 이끌지 않으시네요. 이미 이야기 나눠주신 것처럼 독한 접착제 냄새에 대비되게끔 달콤한 마카롱 냄새, 고소한 밥 냄새를 계속 등장시키는 것도 그렇고. 딱히 악당이 없는데도 이렇게 큰 감정선을 만들어낸다는 게 좀 놀라웠어요. 주인공인 MZ 세대들도 그저 해맑고 순수한 어린애들로 그리지 않고 그렇다고 흔히 다른 미디어에서 묘사되듯 맑은 눈의 광인이나 별세계인처럼 표현하지 않은 것도 좋았어요.
몇몇 장면들이 책을 덮어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어두운 스윗마카롱 카페에서 사장언니가 조용히 노트를 바라보던 모습, 먼지제거 샤워대에서 소순 할머니가 막춤을 추던 것, 예은이가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나를 안고 아이처럼 울던 것. 작품 너무 좋았습니다.
학원 차량에서 내린 여학생 둘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벤치 앞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폭죽을 터뜨리듯 웃음을 쏟아냈다. 둘은 벤치에 앉아 손뼉을 치며 웃다가 배를 잡고 꺽꺽거렸다. <중략> 웃음의 내용은 몰라도 웃음의 기운이 공기 중에 퍼졌다. 한 명이 일어나서 웃으며 뛰어가자 다른 한 명이 소리르 지르며 뒤따라 갔다. 탁탁탁, 바닥을 구르는 운동화 소리와 야, 왜, 하는 목소리가 멀어져갔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50 서유미 <밤의 벤치> , 김의경 외 지음
하아... <밤의 벤치> 다시 읽어도 정말 너무 좋네요. 속도감 있고 쭉쭉 읽히는 글과는 다르게, 느린 호흡으로 오감을 다 열고 섬세하게 독서하는 경험이었답니다. 공기의 온도나 습도, 학생들의 웃음 소리들을 경진의 입장에서 저도 함께 느끼고 바라보는 기분였어요. 어릴 땐 '10대의 아이들을 보며 자그만한 일에도 웃는 나이'라는 말을 잘 이해 못했는데, 어느덧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뭐가 저렇게 좋을까, 하고 살짝 엿들어보고 싶을 만큼 '폭죽을 터뜨리듯' 웃는 아이들을 저도 똑같이 바라보고 있거든요. 10대 아이들의 '야, 왜,' 하는 그 목소리가 어떤 기분으로 툭 내뱉는 건지 저의 10대가 떠올라서 괜히 씌익 웃고 있습니다. ^__^ 이번 글을 읽는 내내 잔잔한 단편 영화 보는 느낌이었어요.
<밤의 벤치>를 다 읽었어요. 저도 서유미 작가님 작품들은 읽을 때마다 드라마극장 같은 데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친 시어머니나 망나니 재벌 3세 나오는 드라마 말고 남녀 주인공들이 소소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드라마. 대단한 극적 장치 없어도 주인공들의 작은 갈등과 아픔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스토리를 참 잘 쓰시죠.
저도 드라마극장을 떠올렸는데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까 싶어 단편영화라고.. ^^;;; 저는 이번 작품의 경진이라는 인물에게도 흠뻑 빠져버렸답니다. 열 몇 살 아래인 학습지 선생님께도 예의를 갖춰 대하고, 시간을 옮겨 주지 못한 스스로를 살짝 자책하고, 101동 여자에게 조심스레 맥주를 건낼 때 고양이 음식까지 함께 챙기는 마음을 가진 인물에게요. 이런 성정을 지닌 인물이라 주변도, 자신도 더 섬세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아파트에 이사온 지 몇 년 되었고 놀이터에서 은솔이 자주 뛰어노는데도 큰 소리로 웃는 아이들과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엄마들을 보면 오래전의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학습지 교사 일을 하던 시절에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들의 집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고 나올 때면 자신은 떠도는 사람이고 영원히 저기에 속하지 못하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너무 당연한 건데도 경진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만둔 지 십오 년이 지났는데도 자신은 안정적인 세계에 속해 있지 않고 바쁘게 걸으며 어딘가에 도달하려 애쓴다는 기분이 몰려오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해 경진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58 서유미 <밤의 벤치> , 김의경 외 지음
이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언젠가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나보다 어린 누군가를 만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읽거나 영화에서나 어떤 간접적인 경험은 많이 있었는데, 실제로 누군가를 보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서요. 만약 만나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을 괜히 혼자 해봤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살았던 집을 작년에 처음으로 찾아가봤는데요,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전철역 출구를 올라오는 순간 울컥해서 스스로 당황했거든요. 장소만으로도 그런 느낌였으니 언젠가의 나와 같은 누군가를 보게 되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것 같아요.
한낮에 번화한 거리를 걸을 때면 아직도 오래전 그 편의점의 파라솔과 분식점의 창가 자리가 떠오르고 거기 앉아 밥을 먹고 숨을 돌리던 자신이 생각났다. 어떤 시기의 자신을 거기에 두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경진은 밤의 벤치에도 자신의 일부를 두고 왔고 그것이 영영 사라져버렸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72 서유미 <밤의 벤치>, 김의경 외 지음
<밤의 벤치>를 읽으며 떠도는 노동자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보통 노동자라고 하면 공장이나 사무실, 이 두 장소에 귀속된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가 아닌 곳에서 노동하는 사람들도 생각해 보면 많잖아요. 이 단편 읽으면서는 유현준 교수님 주장처럼 도시인들이 돈 안 내고 편히 앉을만한 공간이 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어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노동'이라는 단어의 의미 혹은 이미지를 아주 편협하게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평일 낮에 길을 다니는 사람도 노동을 하고 있는 중일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아주 흐릿하게 나마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고요. 덕분에 예전에 옮겨 써두었던 (출판사 북노마드 대표가 쓴) <좋아서, 혼자서>라는 책에서 읽은 구절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어쩔 수 없다. 일이라는 게, 직업이라는 게 그렇다. '일이란 자신에겐 뚜렷하지만, 남들에게는 한없이 모호'하다는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의 말처럼 사람들은 실제와 동떨어진 이미지로 직업을 소비한다. 누구도 남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제멋대로 격상시키기도 하고 폄하하기도 한다. '책을 만들어 파는 일'로 정의할 수 있는 '출판'도 그러하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일을 아는 게 아니고,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을 모르는 게 아니다."
일을 그만둔 뒤에도 경진은 걸으면서 나무를 보고 공기 중에 섞인 비의 냄새를 맡던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어딘가에 도착해서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렸다. 나무 하나를 찬찬히 보며 걷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69 서유미 <밤의 벤치>, 김의경 외 지음
전 직장 퇴사 후 서점을 오픈하기 전까지 홍제천변을 매일 같이 걸었는데요. 그때의 제가 꼭 이랬습니다. 목적지를 정하든 시간을 정하든 혹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든, 걷는 것으로 자꾸 뭔가를 해내려고, 얻으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경진의 '밤의 벤치'가 저에겐 항상 걸었던 그 길(매번 걷던 코스가 있었거든요)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경진의 벤치처럼 없어지진 않았지만... 여러분에게도 '밤의 벤치'같은 자신만의 장소가 있으신가요?
김순화를 만나고 나면 늘 그랬듯 차진혜는 노동의 당위성을 되찾았다. 주말마다 의식처럼 김순화의 집에 들르며 그녀는 마음을 단련시켰다. 은퇴할 때까지 회사에서 버티는 것이 유일한 목표임을 상기하면서.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115 이서수 <광합성 런치>, 김의경 외 지음
이서수 작가는 <광합성 런치>에서 등장 인물을 죄다 이름 석자로 표기하는데요.(심지어 화자의 엄마도) 대표와 홍차장의 이름은 끝끝내 나오지 않더라고요. 왜 그렇게 쓰신 걸까, 읽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전혀 인지 못했던 내용인데 저도 궁금해지네요 -.-a 근데 친구인 신오연이나 짝사랑하는 박이재, 엄마인 김순화 외엔 다른 어떤 회사 사람이 등장했어도 이름으론 불리우지 않았을것 같아요. 그냥 딱 회사 동료 그만큼의 거리감 같거든요. 대표, 홍차장, 한대리 모두요. 서이재도 짝사랑하는 인물이 아녔다면 서사원, 서대리정도였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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