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서점 × 책방밀물]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같이 읽기

D-29
건축 도면에 사선이나 원형 들어가면 저도 멋있다고 좋아할 것 같아서 뭐라 할 말이 없더라구요. ㅎㅎ
안도타다오 전시에서 설계도면을 봤는데..예술작품같더라고요. 그 유려한 곡선들 때문에요. ㅎㅎ
사무실의 크기가, 횡뎅그렁한 빈 공간이 내 몸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육체를 짓누르는 공기의 무게를 느낀다. 시간은 나에게 맞지 않는 속도로 빨리 흘렀다가 더디게 훌렸다가 한다. . . 밤에 이중구와 을지로의 후줄근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실 때에는 모든게 실감났다. 공간은 적당히 들어찬 듯 보였고, 공기는 짓누르는게 아니라 나를 감싸주는 무게였으며, 시간은 제 속도로 흘렀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장강명/간장에 독 188,191p, 김의경 외 지음
저는 이 단편에서 구조조정 중인 회사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다닌 회사에서도 몇년 전에 꽤나 큰 규모로 인원 조정이 있어서 주인공이 사무실에서 느끼는 그 공간의 불편함, 무게감을 비슷하게 겪어봤거든요. 어제까지만 해도 편하게 이야기했던 동료와 일상적인 인사 조차 건네기 불편하고, 그 와중에도 나는 또 어떤 표정으로 앉아 있어야할지.. 서로 건네는 날선 대화들이 진짜 어려웠답니다. "수지씨는 생각을 왜 그렇게 하니. 맨날 사측 인사들이랑 어울려 다니더니 물들었나봐." 이런 대사들이요. 화내야 할 대상이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닌 걸 알면서도 정작 회사라는 실체 없는 존재에겐 화낼 수 없으니 결국 상처주고 상처받는 사람들은 한때는 동료였던 서로들이더라고요.
'간장에 독' 의 미주 (197쪽-> 195쪽) * 소설의 제목과 197쪽 이중구, 정수지 두 사람의 대화는 최승자의 시 삼십 세의 구절을 인용하였다. * 소설의 제목과 195쪽 이중구, 정수지 두 사람의 대화는 최승자의 시 삼십 세의 구절을 인용하였다. 인용된 시는 '이 시대의 사랑'에 수록됐고요, '삼십 세'는 제가 블로그에 올렸어요. 참고하시라고. https://www.gmeum.com/blog/3540/2353
이 시대의 사랑등단작으로 처녀 시집의 제목을 삼은 <이 시대의 사랑>에서 그는 정통적인 수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뜨거운 비극적 정열을 뿜어 올리면서 이 시대가 부숴뜨려온 삶의 의미와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향해 절망적인 호소를 하고 있다.
시 함께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부분은 몇 번을 다시 읽어봤는데 여전히 이 시를 인용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ㅠ_ㅠ 처음엔 그저 이중구가 이 시 구절을 인용하여 나에게 호감을 표현한 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렇다면 소설 제목까지 "간장에 독"일것 같지 않은데... -.-a 어떤 의미인 걸까요?
블로그 가서 시 읽고 왔어요. 이 시는 내용도 좋지만 제목이 기가 막힌 것 같습니다. 실은 요즘 세대로 비유하자면 ‘삼십 세’는 조금 이른 것 같고 ‘삼십 칠세’ 정도가 시 내용에 어울릴 것 같아요.
저도 가서 읽고 저장도 했습니다 ㅎㅎ 딱 저를 위한 시 같았어요.
<광합성 런치>를 읽으면서 저는 좀 의외의 포인트가 눈이 갔는데요, 서이재의 입장에 빙의되어 생각해보니 젠더를 떠나서 회사 내 직급의 위계관계만으로도 화자의 관심이 너무 부담되고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엔 '나이도 한참이나 많은 저 아저씨 왜 저래.. '이런 느낌였는데, 이건 굳이 젠더를 떠나서 누구든 서이재 입장에선 너무 부담되고 싫을것 같단 생각이;; 제가 서이재이고 화자의 관심을 느낀지 오랜데 바뀔 것 같지 않다면.. 저는 회사 못다닐것 같은ㅠㅠ
공감 100배요. 싫어하는 회사 직장 상사가 저에게 '커피와 에끌레르'를 사 주고 싶어한다고 상상해보니 너무 부담스럽네요. 통상 나이든 아저씨 상사와 젊은 여직원으로 묘사되는 부분을 뒤튼 것이 또 이 작품의 재미였던 것 같아요.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되고자 했던 직업들, 의사, 선생님, 과학자, 대통령 등등 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직업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믐 블로그에 이 책을 읽고 써주신 독서 기록 읽다가 너무 인상적이었던 문구. https://www.gmeum.com/blog/7868/2320 "근데, 아빠는 뭐 된거 없지?" ㅎㅎ 일은 오래했는데 나는 뭐가 되었을까? 뭐가 되려고 이러는 걸까? 생각해 보면 아이들에게 '커서 뭐 될래?' 라는 질문 자체가 등장한 것도 몇 년 안 되었잖아요. 우리나라에선 기껏해야 1백년? 조선시대 최대감집 노비 개똥이에게는 커서 뭐 될래? 라고 물어보지 않았는데... 직장과 직업이 지닌 가치가 현대인에게 너무 과대평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하루에 8시간 또는 그 이상을 보내는 곳인데 어떻게 내 삶과 무관할 수 있지? 라는 상반된 생각에 마음이 조금 복잡합니다.
하하하...제가 썼답니다 ^^;; 5~6년쯤 전에 들었던 이야기라 아마 그 친구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있을거에요.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꿈을 직업과 연결지어 생각하다보니 이런 질문도 받는 것 같아요. 특정 직업이 꿈일 필요는 없는데.. 직업 이외의 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꿈이 뭐냐는 질문에 외국어를 5개쯤 할 수 있어서 번역 없이 여러 언어의 책을 읽고 싶다던가, 여러 나라의 멋진 도서관을 가보고 싶다던가,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알고 싶단 대답을 들어 보고 싶은데 말이죠. 직장과 직업의 가치가 과대 평가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저도 많이 한답니다. 물론 의미 있고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 경우만 봐도 직장을 들어가기 전까지 그 직종이 어떤 일을 하는 건지는 꽤나 막연했던것 같거든요. 나름 많이 알아봤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전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서 잘하게 되면 조금 더 좋아할 확률이 높아진다 생각하고 있어요. 잘하다 보면 기회가 다른 기회로도 닿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대부분은 그러지 않을까..생각한답니다. 물론 저어엉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고 성과도 내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지만요. 오늘은 월요일이다보니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일이 아녔음 내게 이런 일상의 규칙적인 리듬도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요. (물론.. 주 3일의 리듬이면 더 좋겠습니다!! ㅎㅎ)
한편으론 <기초를 닦습니다>에서 묘사된 것처럼 지금 2023년에도 고작 학연 지연등으로 일이 저렇게 풀리는 그런 상황이 있다고? 싶기도 했고요. 2000년대 초반이면 모를까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현실을 모르는건가 아님 조금은 낡은 레퍼토리인건가.. -.-a 궁금했어요.
남편 일하는 거 보면 지연은 잘 모르겠고 학연은 아직은 유효한 것 같더라고요. 😞
후우.. 맙소사네요;; 이런거 때문에라도 이렇게 같이 책 읽고 의견 나누는게 귀한것 같아요. 가끔씩 내가 모르는 분야나 세상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하면서 내 몸과 정신은 지하로, 더 깊은 지하로 가라앉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오후 세시가 돌아올 때까지 죽은듯 버티거나 차라리 이대로 무대의 막이 내리듯 모든 게 깊은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거나, 어찌되었든 둘 중 하나일 것이니까.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카스트 에이지> 주원규, 김의경 외 지음
끝으로 하나만 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내 지겨운 스무 살, 사과받지 않고도 살아갈 자신 있냐고. <카스트 에이지>를 읽고 소설의 여운이 오래 남는 오후를 지나고 있어요. 나름대로 소설을 정리하다가,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펜을 멈추고 그믐으로 접속했습니다. 이 단편 조금 아프고 많이 좋습니다...
저도 <카스트 에이지> 는 읽고 힘들어서 아직 다시 못펴고 있답니다. 너무 비현실적일만큼 힘든데 분명 또 현실적이거든요. 그냥 소설 속 보단 덜 힘든 누군가의 꿈 속 악몽인거면 좋겠다 싶었어요
저도 읽으며 이 소설이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게 아니기를 바라게 되더라고요. 내내 '아니 어떻게 이렇게, 왜' 를 읊조리며 읽었습니다. 소설 마지막 문장에서 주인공이 스무살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
저는 올해 이 책을 읽은 게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저의 모습을 보기도 했고요. 희망과 꿈이란 단어의 무기력함도 느꼈고요. 뭐라 말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드네요. 북토크가 그래서 더 기다려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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