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잡지사에서 일할 때 자주 들었던 말입니다. "받은 만큼만 일해, 뭐하러 사서 고생해." 그로부터 훨씬 시간이 지나 다른 직장에서 중간관리자가 되었을 때 동료들에게도 자주 들었습니다. "클라이언트한테 받은 만큼만 일해야죠. 우리 여기까지만 해요."
그러고보니 그때 그 시절엔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것에 대해 꽤나 자주 생각했었네요.(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졌습니다마는) 여전히 '받은 만큼 일한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고요.
[무슨서점 × 책방밀물]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같이 읽기
D-29

무슨

Jonas
“ "그러니까 그게 왜 나였느냐고."
"퍼포먼스마케팅팀에 젊고 빠릿빠릿한 사람이 가는게 좋을 거 같아서."
이중구가 내 눈을 피하며 답했다.
"와, 내가 진짜 썸이라도 타고서 남자한테 꼬리 친 년 소리를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겠네." ”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201 장강명 <간장에 독> ,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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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s
이 마지 막 대사 정말 너무 찰떡입니다. 눈으로 읽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소리내어 읽고 있는 느낌이 들 만큼 입에 착 붙는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언젠가 현실에서 이런 대사를 들어본 것만 같은 기분이거든요. 확실히 장작가님은 이런 여성 화자의 대사를 맛깔나게 쓰신단 생각이 듭니다.^^
이 대사를 다시 보며 오래 전 한국 영화 중에 박해일, 강혜정 배우님이 주연한 <연애의 목적>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그 영화에서 가장 폭발하는 장면도 이 대사와 비슷한 순간이었거든요. 엄청 오래 전 영화인데 순간 떠올랐습니다ㅎㅎ

스마일씨
저는 여적여라고 로즈같은 사람들, 진짜 싫어요. 여직원이 잘 나가면 그걸 팀장한테 꼬리쳐서 됐을거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요. 예전 회사다닐 때 보면 유독 같은 여자동기들 잘나가는 걸 꼭 남자한테 꼬리쳐서 잘 나간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스마일씨
“ 별로인 곳에서 일하는 나 역시 별로였고, 너무 달라붙은 관계는 삐걱기릴 때가 더 많았다. 이곳에서 어면 친절은 배려의 반의어였고, 어떤 고립은 구원의 동의어였다....
밀착된 관계는 도리어 걷잡을 수 없는 틈을 발생시키고 그렇기에 적당한 거리의 유지는 원만한 관계의 필수 조건이다. ”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지영/오늘의 이슈 287p,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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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이방인 레고는 닳고 닳은 채로, 또 어딘가 구멍난 채로 발길을 옮긴다. 그는 안다. 반쪽은 빛바래서 남은 반쪽과 만난다 해도 결코 하나가 아님을.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지영/오늘의 이슈 302p,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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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레고와 옥스포드는 호환이 가능하던데 인턴 체험은 호환불가, 업그레이드도 안 되고... 그냥 인생 마모만 시키는 🙍♀️

스마일씨
“ 프리랜서라면 말 그대로 프리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마치 당직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서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 갑자기 들어올지 모르는 프로젝트 때문에 스케줄을 항상 비워두어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였다. ”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최영/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 311p,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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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졸업 전, 저도 번역을 해볼까해서 번역사무소에서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번역이 진짜 만만치 않은 작업이더라고요. 게다가 장 당 번역료가 생각보다 굉장히 짰고, 초벌 번역은 번역에 이름도 못 올리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포기를 했었어요.
권남희 번역가가 '혼자여서 좋은 직업'에서 우리나라 번역시장에서 자리잡는다는게 얼마나 치열한 일인지 잘 써놓으셨더라고요. 더불어 터무니없이 싼 번역료 얘기도 언급하셨는데, 예전에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님이 번역료 이슈에 관한 기사를 내셨는데 읽어볼만 합니다.
https://naver.me/FU9bTnmM
출판시장에서 번역이 아닌, 작가님들 원고료나 지급 문제는 이미 장강명 작가님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고요.
출판물이냐, 영상물이냐, 프리랜서냐, 기업소속이냐,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각각의 오해와 이 해가 교차하는군요. 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거겠죠.
혼자여서 좋은 직업프리랜서 번역가의 삶이 담긴 『혼자여서 좋은 직업』. 믿고 읽는 번역가를 넘어 믿고 읽는 에세이 작가가 된 권남희의 유쾌하면서 따스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유일한 재주를 30년째 붙잡았다’고 말하는 권남희 번역가. 연중무휴로 긴 세월 일하면서 직업이 취미 생활이 되었고, 번역하는 일은 행복하고 글 쓰는 일은 즐겁다고 토로할 만큼 직업을 향한 진심을 드러낸다. 자칭 ‘유명한 집순이’로, ‘엉덩이가 무거워야 하는’ 번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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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 공수진이 아랑곳없이 교과서를 펼치면 아이들은 여지없이 맥이 풀려 원래의 풍경 속으로 잠겨들었다. 흐물흐물 녹아내린 달리의 시계처럼. 자신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 어디로부터 어디까지 떨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아니, 알 필요도 없다는 듯 그저 그곳에 가만히 늘어져 있는 것이 존재의 목적인 양. 개별성이 잠식된 견고한 무기력 덩어리로. 아무것도 가닿지 않고 어떤 것도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낙망을 전염시키며.
”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황여정/섬광 346p,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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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 교육청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만 관할하므로 책임질 수 없다고 했고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와 관련한 일만 관할하므로 책임질 수 없다고 했으며 고용노동부 노동자와 관련한 일만 관할하므로 책임질 수 없다고 했으며 농원은 강물 본인의 실수라고 했고 학교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강물의 공식적인 신분은 학습근로자였지만 그것의 의미는 어디에도 밝혀져 있지 않았다.
누구도 아닌 자. 아무데도 속하지 않는 사람. ”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황여정/섬광,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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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어쩌면 우리는 희망이 뮌지 몰랐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진짜로 나에게 속한 것이란 뭔지, 그런 걸 갖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도요.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으니까. 어쩌면 말이에요.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황여정/섬광 373p,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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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영화 '다음 소희'가 생각난 단편이었어요. ㅜ

Jonas
이 영화 저도 관심은 있었는데 차마 보러갈 엄두까진 안났답니다. 보고나서 맘이 불편할 것 같은 영화는, 봐야지! 하고 맘먹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려요. 결국 머뭇거리다 타이밍을 놓쳤답니다. 저는 은유 작가님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 떠올랐어요. 개인적으로 은유 작가님의 다른 에세이보다 이 책과 <있지만 없는 아이들> 같은 르포들을 더 좋아하는데, 읽고 나서 꽤나 큰 충격이었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첨으로 생각해본 것 같아요. 아.. 우리 부모님, 삼촌 고모 세대가 아닌 내 또래 집단이나 이후의 주변인들 중엔 특성화고교 졸업생이 없구나 하고요. 중학교 졸업 이후 내 주변은 갈수록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만 이루어진 거였구나.. 아무리 대졸 취업률이 어렵다 해도 그 안의 표본 집단에조차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 여전히 많구나 처음 생각해봤어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한 사람의 죽음을 규명하고 애도하는 작업에서 나아가, 그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람들의 삶과 일, 그들이 붙들려 있는 슬픔과 분노, 기억과 희망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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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광합성 런치> 작년과 올해 정말 물가가 많이 오른 것 같아요. 딴 이야기이긴 한데 과일도 정말 비싸지 않나요? 이제는 1만원 정도 점심도 먹을 게 막 많은 거 같지 않아요. 그리고 식대가 너무 오르니까 누군가 만나서 밥을 사주는 것도 이젠 좀 부담이더라고요. 예전같으면 니가 밥사면 내가 차 사고, 이런 식의 만남도 괜찮았던 거 같은데 이젠 3명 정도 밥 사주려면 5만원씩 나오니…
저는 예전 회사에서 ‘식권대장’이라는 앱을 제공해서 그걸로 점심을 먹었는데 그 생각도 나고 그랬네요. 두유랑 과자도 탕비실에 구비해둔 걸 보면 소설 속 회사는 먹는 걸로는 그렇게 나쁜 회사는 아닌 것도 같고 그랬습니다. ㅎㅎ

무슨
그런 앱이 실제로 있군요! 전 예전에 종이 식권을 받아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키오스크가 생기고 그걸 이용해 현장에서 결제해 먹었던 기억이... ㅎㅎ
탕비실은 일부러 안 만든다는 회사도 있더라고요. 직전 회사에서 비치해 둔 다과가 동나기 전에 가져다가 자기 서랍에 넣어두는 직원들을 보고 다소 씁쓸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Jonas
저는 코로나의 순기능 중 하나로 밥값 1/n의 일상화를 뽑아요. ㅎㅎ 분명 몇년 전까지만 해도 더치페이를 얘기하면 삭막한 분위기였는데 카카오의 1/n기능덕도 있고 각자 주문한거 계산하는것도 이젠 일상이 된것 같거든요. 테이블 주문부터 각자 계산하는 기능도 있더라구요. 분명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계산하던게 꽤나 부담였을것 같은데 이건 좋은 변화같아요ㅎ

김새섬
이렇게 형식적인 설계로 만들어지는 집에 문제가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기초를 닦습니다> 중에서,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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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s
여담으로 자주 가는 동네 카페에 갔다가 "명절 연휴 잘 보내세요~"하고 인사하려 했는데, 연휴에도 한시간 단축 운영만 하고 추석 당일에도 오픈이라 벽에 붙어 있네요. 차마 인사드릴수도 없는;
가끔은 유럽처럼 일요일엔 법으로 문 닫고 일괄 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싶어요. 물론 현실성 없지만.. 주1회라도 모두가 조용히 쉴수 있는 세상이 그렇게 어렵단게 씁쓸합니다

무슨
“ 구린 회사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회사이기도 했다. 좋은 회사 였느냐를 묻는 게 아니라 회사를 좋아했느냐를 묻는다면 '그렇다' 고 대답할 것이다. 어느 정도나 좋아했느냐를 묻는다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도 재미있었고 일도 재미있었다. 적어도 2020년 이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171 장강명 <간장에 독>,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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