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서점 × 책방밀물]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같이 읽기

D-29
"근데 제가 부품처럼 느껴져요. 일이 년에 한 번씩 교체되는 부품이요. 여길 떠날 때쯤 제가 얼마나 마모되어 있을지 모르겠어요." "…부품이 나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함께 이뤄나가는 세상이잖아요. 격이 다를 뿐이지. 닳고 닳아 버려지는 게 있고 스카우트되는 부품도 있어. 자기 계발하면서 적당한 때와 장소를 기다려야지, 품격 있는 부품이 되면 되는 거야. 봐요. 나이도 많고, 경력 단절이었지만 이렇게 일하잖아. 노력했거든."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286 지영 <오늘의 이슈>, 김의경 외 지음
'타국에서 일하며 퇴사를 앞둔 직장인의 마음'을 어렴풋이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퇴사는 이미 결정돼 있어도, 그 선택의 합당한 이유를 찾아 끊임없이 스스로를 설득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서요. 타국에서 일하는 마음까지는 (경험해 본 적이 없어) 면밀히 헤아리기 어려웠지마는... 일하며 생기는 크고 작은 관계에 대한 구절들은 계속 눈에 밟히더군요. 비단 타국 살이하는 사람에 국한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86 페이지, '품격있는 부품' 이라는 말에서는 사실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고 말았는데요. 그러자마자 바로 반성했습니다. 스스로를 그런 방식으로 설득해 낸 직장인도 분명히 있을텐데, 하면서요.
무슨님 글 읽기 전까진 저 역시도 코웃음만 치고 있었는데;; 가끔씩 소설 속 강처럼 자기애가 (비록 과하게 보이더라도!) 충만한 사람들 보면, 본인 스스로는 스트레스 덜 받고 정신건강엔 좋겠다 싶기도 해요. 최소한 자책, 자학은 안 하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주위와 거리 유지 안하며 자기 스타일대로만 상대를 대하는 사람과는 저는 철저히! 거리 두기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강의 캐릭터와는 별도로 "조직에서 부품이되는게 뭐 나쁜가, 품격있는 부품이면 되지"란 생각엔 저도 동감하긴 한답니다. 어쩌면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것 같기도 하고요. 솔직한 맘은 '대체되기 어려운 부품이기만 한다면야.. '인것 같아요. 그게 가능할까..에 대한 답이 부정적인게 문제일뿐..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주말에 한 번 들러주세요~!
<카스트 에이지> 를 읽으면서는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나기도 했네요. 상황만 놓고 보면 너무 안 믿어지는데 읽고나니 정말 이 순간 어딘가에 이런 일이 진짜 일어나는 것 같고. 취재를 어떻게 하시고 이런 글을 쓰셨는지 작가님께 궁금한 점이 많이 생겼어요. 너무나 비현실적인 동시에 한편으로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진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멘토의 미래 예측 동영상은 어김없이 업데이트될 것이며, 여자친구의 메시지도 예측할 수 없는 어느 순간 폭주할 것이고, 코인 관련 대박 정보, 스미싱 문자, 070으로 시작하는 대출 권유 부재중 전화가 쌓일 것이고, 오픈 채팅방의 수위 조절 실패한 음담패설, 보고 나서 픽 웃음 한번 터뜨리는 것으로 기대를 충족시키는 틱톡 영상, 잔디색 우라칸 앞에서 아르마니 슈트를 입고 설치는 인스타그래머의 포스팅, 전혀 궁금하지 않은 정치인들의 동향, 지난 회고 이번 회고 다음 회고 내용이나 주제나 모두 한 사람이 쓴 것처럼 헷갈리는 판타지 무협 웹소설을 규칙적으로 비루하게 스크롤할 것이고,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중에서 , 김의경 외 지음
<오늘의 이슈> 다른 작품들이 모두 국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이 작품은 살짝 공간을 이동해 태국으로 갑니다. 타지에서 매년 계약을 갱신해 가며 일하고 있는 한국어 강사인 내가 조카에게 선물해줄 레고의 한 블록처럼 다른 무엇으로 대체되어도 상관없는 이방인 노동자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을 준비하는 내용이네요. 제목이 <오늘의 이슈>인 이유가 어딘가에 나왔을까요? 찾지 못한 것 같아서 좀 궁금해졌어요.
저도 이 작품은 천천히 다시 읽어봤는데도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답니다. p.290에서 주인공이 논비비자가 발급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데 '발급'이란 영어단어가 떠오르지 않다가 은행 나오면서야 "issue”란게 떠올랐다고 했는데.. 훔..여전히 제목과의 연관성은 모르겠어요. 북토크때라도 다른분들 생각이 듣고프네요.
저도 왜 제목이 그럴까, 고민하며 다시 톺아보았는데요. 283 페이지에 'ㅋㅋㅋ와 ㅎㅎㅎ가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해석되듯 단일하게 규정할 수 없는 나의 555들. 살 만큼 살았다 싶지만 경험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된다.' 이 문장에서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어요. 퇴사 직전까지 계속 555를 연발하게 할 이슈가 생기는 주인공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컨데... 매일 업데이트 되는 경험 이슈, 그래서 오늘의 이슈는 뭐냐면,.. 이런 맥락에서 제목을 지으신 건 아닐까요?
「밤의 벤치」 삼각김밥 공장의 알바생, 건축사 도면과 전혀 다르게 지어야 하는 현장 소장, Z세대 식집사 신입사원을 짝사랑하는 경멸스러운 M세대 노처녀 팀장, 어머니 유산인 빌라를 팔고 비트코인을 손절한 채 서울살이 전세금도 제때 못 돌려받은 신문사 편집기자,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처럼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 가득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단편 선집에서 '학습지 교사'와 '가정주부'를 교차시킨 「밤의 벤치」는 저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며 처음으로 제대로 만나게 된 '방문 학습지 교사'라는 직업에 있어, 한 사람이 국어, 수학, 한자,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과학까지 가르친다는 사실에 놀라고, 교사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학습지 배달 및 채점원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경력과 능력을 십분 갖춰야 비로소 가능한 요일별/아파트별 빼곡한 일정표에 놀라고, 매달 내는 얼마 안 되는 수업료로 대체 어떻게 급여가 구성되는지 의아해했었습니다 소설 속 경진은 졸업 후 세 번째 직장으로 '방문 학습지 교사'를 했었지만 지금은 가정주부가 되었지요 오래된 아파트의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고목을 베고 벤치를 없애는 입주자 대표회의의 결정에 의구심과 아쉬움을 품지만, 이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아마도 네 번째 직장으로) '고용'된 채, 그와 그의 아이에게 수박의 가장 단 부분을 남겨주고 빨래를 바싹 건조시키며 부침개를 노릇하게 굽고 있습니다 남편은 밤산책을 하는 경진을 걱정하며 새 아파트로 이사 가 단지 내 헬스장을 다니길 자상히 바라지만, 한편, 달콤한 수박을 아이에게 많이 먹였는지 체크하지요 두 살 아이를 육아 중인 단지 내 젊은 엄마는 캔맥주로 삶의 갈증을 달래며 경진과 더불어 밤의 벤치에서만 휴식을 나누는 사이인데요 학습지 교사 등을 거쳐 얻게 된 새 직장, '집'에 있으면 쉬는 느낌이 들지 않는 그들의 유일한 휴식처인 벤치의 철거를 아쉬워하지 않는 네 번째 고용주, 남편은 이해할 수 없는 갈증과 피로인 듯합니다 저렴한 수업료, 놀랄 만큼 짧은 시간, 교육보다는 보육인 영유아 방문 학습지 교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학령이 높고 수업료가 비싼 과외 수업의 경우, 최근 학생의 가정에서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카페나 스터디 공간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학생의 가정이라 쓰지만 실제로는 낯모르는 집을 방문하는 위험 부담을 덜고, 간식이나 보너스를 챙겨주는 대신 지나친 관심과 간섭,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학생 가족의 폭력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믐무비클럽에서 BIFAN에 참여했을 때 '과외선생님'이라는 호러 단편을 봤던 기억도 납니다 방문 교사가 얼마나 극한직업인지, 극단적으로 보여 주었지요 (중간에 글을 올리려니 갑자기 머쓱해서 미니 독후감을 올리고 말았네요 ㅎㅎ)
미니 독후감ㅎㅎ 잘 읽었습니다. 첫 번째 단편부터 이렇게 길게 남겨주시니 너무 감사한데요, 독후감 계속 나오는 거 맞...지요? ^^
누구는 값싼 단가에는 저렴한 품질로 대응한다고, 콩 심은 데 팥이 날 순 없다고 강변했지만 결국 자기 작품, 자기 농사라 생각하면 콩값을 받고도 팥을 심어야 했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311 최영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 김의경 외 지음
나라마다 문화마다 관행이 달랐다. 그 관행은 결국 권력의 문제였다. 세상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인 힘의 논리. 누가 강자인가 하는 오래된 이야기일 뿐이었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321 최영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 김의경 외 지음
용돈벌이라는 말이 음절 하나하나 희정씨의 귀에 박혔다. 아, 나는 이제 용돈벌이나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번역을 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희정씨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명의 문제였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331 최영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 김의경 외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긴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일상 복귀 힘차게 하셨나요? 무슨과 밀물은 1주년 행사 준비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각종 준비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네요. 이 독서 모임도 이틀 남았군요.(이는 행사도 곧이라는 소식!) 행사 준비로 그 사이에 못 들어 올까봐 미리 인사를 남깁니다. 이곳에 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 글은 남기지 못하셨지만 함께 책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행사 날 혹은 북토크 때 뵐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시면 꼭 아는 척 해주시기:) 모두들 모임에 참여해 주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최영 작가의 소설이 여러모로 인상 깊었습니다. 구성도 흥미로워 각 주인공의 상황을 하나씩 정리해가며 읽었네요. 처음엔 한 사람의 이야기 인 줄 알고 읽다가 '어, 아까 이 사람이 시킨 메뉴는 이게 아닌데' 하고 다시 되짚어본;;; 각기 다른 등장인물이 나온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지 뭔가요. 비슷한 분야의 직업이어도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 보면 각자의 상세 직무가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카페에 앉아있는 세 명의 노동자를 통해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려주셨더군요. 빛이 산란하여 교차하듯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톱니바퀴처럼 채우는 노동자들, 노동자의 자리는 반드시 다른 노동자가 채우게 되어있는 당연하고도 어쩐지 씁쓸한 현실이 사무쳤습니다. 소설 시작 부분에 나오는 '자기 앞에 놓인 무수한 길 중에서 최단 시간 경로를 따라나선 빛 알갱이는 자신도 모르게 직진하고야 만다. 자신의 의지라고 오해하면서.' 라는 문장이 소설을 읽기 전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다 읽고 나서 다시 읽으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느낌입니다. 제목처럼 내내 이해와 오해를 교차하며 읽었네요.
시트콤 같은 전개가 저도 재미있었어요. 같은 카페에 앉아 있지만 환한 빛 가운데 앉아있는 사람, 어둠 속에 있는 이, 그 사이에 있는 사람 등 각자의 자리를 통해 현재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직업이 언어를 옮기는 일이라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외국어를 옮기는 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오해가 없도록, 이해가 잘 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일텐데 막상 작업자들의 삶 속에선 무수히 많은 오해들이..
하나의 시리즈를 여러 번역가가 에피소드별로 나누어 공동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등장인물들이 서로 반말을 했다가 높임말을 했다가, 이모가 어느 순간 고모로 변해 있고, 장인어른보고 당신이랬다가 아버님이랬다가, 한마디로 ‘퍽fuck’ 이었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 중에서, 최영,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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