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9

D-29
<르 라용 베르(녹색 광선)>, 에릭 로메르 감독의 1986년 영화(같은 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쥘 베른이 쓴 같은 제목의 소설에서 따왔다.
우와 녹색 광선 재밌게 봤는데 같은 제목이었군요
애고 제가 확인한 일정에 이 모임이 D-26으로 되어 있어서 .. 착각 있었네요. 시집 이제 주문했는데..빨리 진도를 따라잡아야겠네욤.
죄송해요.ㅠㅠ 제 불찰입니다.
오늘과 내일은 '미아'에서부터 '전염병'까지 함께 읽어요.
[전염병] 마스크를 낀 입술을 달싹이며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친구들과 겨우 작별
2013년 유월에 나온 시집인데....
@정쏘주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건 시인이 아니시라 무슨 예언자 같으신...
[전염병] "작년에 죽은 내 친구는 알까요 / 산 사람들도 죽음과 손잡고 있다는 걸"
전염병 시 정말 놀랍네요 저는 [불타는 성] 성은 백 년째 불타고 있고 성은 불 속에서 봄을 맞고
[덤불] "덤불은 자주 바람에 흔들렸고 겨울이 되자 검불이 되어 굴러다녔다 // 침묵하고 있는 수많은 덤불들이 도시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었다"
[겨울밤 왕의 잠은 쏟아지고] "겨울이 없으면 봄도 없다고 / 잠이 없으면 꿈도 없다고"
시집 전체를 뒤덮은 밤과 잠과 꿈... 왜 시인은 계속 깊이 잠들어 있고, 좀처럼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어쩌다 깨어도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꿈을 꾸는 걸까요? 그게 궁금하고 어렵네요.
이 시집 나오기 전에 발간된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창비, 2009)에서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세헤라자데 ] 옛날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이야기 조용한 비명 같은 이야기 천년 동안 짠 레이스처럼 거미줄처럼 툭 끊어져 바람에 날아가버릴 것 같은 이야기 지난밤에 본 영화 같고 어제 꿈에서 본 장면 같고 어제 낮에 걸었던 바람 부는 길 같은 흔해빠진 낯선 이야기 당신 피부처럼 맑고 당신 눈동자처럼 검고 당신 입술처럼 붉고 당신처럼 한번도 본 적 없는 이야기 포르말린처럼 매혹적이고 젖처럼 비릿하고 연탄가스처럼 죽여주는 이야기 마지막 키스처럼 짜릿하고 올이 풀린 스웨터처럼 줄줄 새는 이야기 집 나간 개처럼 비를 맞고 쫒겨난 개처럼 빗자루로 맞고 그래도 결국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개 같은 이야기 당신이 마지막으로 했던 이야기 매일 당신이 하는 이야기 내가 죽을 때까지 죽은 당신이 매일 하는 그 이야기 끝이 없는 이야기 흔들리는 구름처럼 불안하고 물고기의 피처럼 뜨겁고 애인의 수염처럼 아름답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이야기 실험은 없고 실험정신도 없고 실험이란 실험은 모두 거부하는 실험적인 이야기 어느날 문득 무언가 떠올린 당신이 노트에 적어내려가는 이야기 어젯밤에 내가 들려준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내일 밤 내가 당신 귀에 속삭일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오늘부터 사흘간 마지막 부분을 함께 읽겠습니다.
@정쏘주 알려주신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창비, 2009)도 꼭 읽어볼게요! 고맙습니다.
[해설_잠 속에서 태어나는 이상한 시간] "'환상의 빛'이라는 제목의 시는 강성은 첫 시집에도 수록되어 있고, 이번 시집에서 세 편이나 수록되어 있다. 연작의 형태가 아니라, 같은 제목을 가진 다른 시들을 이렇게 여러 편 수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할 만하다."
[환상의 빛]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부끄러움] 먼 곳에서 온 엽서에는 늘 얼룩진 몇 줄이 있다 그 보이지 않는 말들이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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