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힘찬] 1. 소설 보다: 가을(2023) 함께 읽기

D-29
그 상승선에서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우리는 실패의 구렁텅이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그것을 과연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말씀처럼 성장은 기꺼이 발전의 역방향을 자처하는 일에서 시작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앓는 존재를 만나기 위해 정상이 아닌 땅끝으로 가는 일, 여름에 배추씨를 뿌려 겨울을 도모하는 일, 서슬 퍼런 밤바다에 맞서 낭독의 빨간 날개를 펴는 일, 바람과 함께 담배를 나눠 피우는 일, 스스로 짐짝의 위치로 이동하는 일, 함부로 짐을 내팽개치지 않는 일, 초라한 몰골로 날갯짓을 연습하다 땅바닥에 떨어져 죽음 직전에 내몰린 상태에서도 이소를 단념하지 않는 일, 내일을 위해 오늘을 버리지 않는 일,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회하지도 후퇴하지도 않고’ 내일을 향해 곧장 가는 일. 그토록 구차하게 이소를 거듭하는 일이 제겐 곧 성장이고 이때 성장은 더 이상 추락의 반의어가 아닐 겁니다. 게리온처럼 소설가도 시인도 번역가도 철학자도 (저도 살짝 끼겠습니다) 추락하며 날아오르고 있으니까요.
소설 보다 가을 2023 p.105-106,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설의 앞쪽 부분을 읽을 때, 몇 번은 다시 돌아가 읽었던 것 같아. 어느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번역가, 소설가, 시인(가나다 순)과 같이 직업으로 나오다보니까 인물이 처음부터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더라고. 언급되는 순서도 계속 바뀌니까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일까 잠시 멈춰졌었어. 소설을 다 읽고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보고나서야, ‘글에는 순서와 차례(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기준이 다양해질 수 있다면 누구도 항상 처음에 있거나 마지막에 있지는 않겠(p.92)’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었어. 이 대목은 내가 최근에 하고 있는 여러 고민들과도 맞닿아 있었는데, 그동안 나만의 좁은 기준으로 판단했던 것들이 생각나면서 부끄럽고 민망해지더라고. 소설의 마지막에는 이소를 준비하는 새가 등장하고, 어느새 소설의 제목과 그 의미에 가까워지지. 소설 속 모든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소를 시도하는데,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추락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느껴졌어. 성장과 추락. 나는 이 두 가지 단어가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었어. 보통 성장은 긍정적으로, 추락은 부정적으로 느껴지니까 말이야. 그런데 우리가 모두 이소 단계이 있다고 생각을 해보면, 추락도 결국 성장의 과정인거잖아.(비록 추락 끝에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몇 번의 추락을 거듭하고 그 끝에 살아남는다면 그건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보통의 사람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나의 삶을 결코 추락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사실 나는 내가 원하는 높이만큼 못 갔다고 느껴져서, 때때로 추락한 것만 같아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거든. 그런 나에게 위로가 되는 소설이었어.
피망이 말한 것처럼, 나도 인터뷰에서 작가님이 ‘사람은 ‘다면체’이며 어디서 어떻게 조명을 쏘아주느냐 따라 꽤 다른 피사체가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작가는 특히 공정한 조명을 쏘아야 하는 책무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더라고. 나는 지금까지 작가는 오히려 ‘주관적으로 자신의 인물에게 조명을 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선 상승뿐 아니라 추락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부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있잖아. 그런데 그 추락도 성장의 한 과정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덜 두려워해도 되지 않을까 해서 나도 많은 위로를 받았어.
그 여름 그들에게 과연 내일은 있을까? 그건 우리도 그들도 알 수가 없다.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지금’ 그 여름을 준비하며 각자의 시집을 고르고 있다는 것, 그 여름이 오늘의 그들에게 내일이라는 것, 그러므로 그 여름의 일은 모르겠고 적어도 오늘의 그들에겐 내일이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소설 보다 가을 2023 (p.63),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무수한 논쟁과 대화와 때론 독백이 이어질 것이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갈 것이다. 살고자 하는 사람도 죽고 싶은 사람도 하릴없이 그 소리와 박자에 몸을 맡길 것이다. 여름이니까. 밤이니까. 마법 같은 여름밤이니까.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그러려면 일단 그들은 무사히 육지 끝에 당도해야 할 것이다. 우회하지 않고 후퇴하지도 않고 철학자가 일러준 길을 똑바로 따라가야 할 것이다.
소설 보다 가을 2023 p.75,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그런 맥락에서 소설의 서두에서 서술자가 제기하는 질문은 의미심장하다. “그 여름 그들에게 과연 내일은 있을까? 그건 우리도 그들도 알 수가 없다.” 죽음의 불안과 삶의 무의미성을 배태하는 토대도 바로 이러한 근원적 불가해성이다. 이 사실을 자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이 다름 아닌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과 상관없이 시간은 내일을 향해 무심히 걸어갈 것이다.” 「이소 중입니다」는 시간적 존재로서 인간이 감당해야 할 근원적 염려를 블랙 코미디적 필치로 탁월하게 형상화 한 수작이다.
소설 보다 가을 2023 이 계절의 소설 선정의 말, 강동호,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흔히 어제-오늘-내일이 선형의 질서를 이루고 우리는 그 '오르막길'을 올라 정상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삶이 그리는 그래프는 반드시 상승이어야 하고 발전이어야 하며 그것이 최종적으로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말이지요. 그 상승선에서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우리는 실패의 구렁텅이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그것을 과연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말씀처럼 성장은 기꺼이 발전의 역방향을 자처하는 일에서 시작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그토록 구차하게 이소를 거듭하는 일이 제겐 곧 성장이고 이때 성장은 더 이상 추락의 반의어가 아닐 겁니다. 게리온처럼 소설가도 시인도 번역가도 철학자도(저도 살짝 끼겠습니다) 추락하며 날아오르고 있으니까요.
소설 보다 가을 2023 p.105-106,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이주혜, 「이소 중입니다」 📝 (23/10/16) ‘이사’도 아니고 ‘이소’? 단어가 궁금했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레 뜻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해 글을 읽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단어를 찾아보지 않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 번역가, 소설가, 시인(가나다 순)은 각각 상훈(노견), 소리(딸), 노인(이혼한 전남편의 아버지)이라는 ‘짐’을 잠시 내려두고 육지 끝에 사는 철학자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어딘가 불안하고 석연찮은 구석이 있고, 서로 알게 모르게 마음이 맞지 않고, 끝내 ‘그들이 탄 차 앞으로 검은 세단 한 대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끼어들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p.85) 사고가 난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보통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뭔가 진행될 듯, 뭔가 밝혀질 듯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풀리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채 육지 끝 철학자의 집에 도달했다고 가정하며 ‘~할 것이다’라는 미래형으로 끝나는 이야기. 이들의 여정 자체가 ‘이소離巢’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떠날 이離 새집 소巢. ‘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이라는 뜻으로, 어린 새는 살아남기 위해 떠나고, 떠나기 위해 추락하고, 그 과정에서 비상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듯하다. 이는 번역가가 ‘철학자는 왜 육지 끝에서 멈추었을까?’라고 혼잣말한 것에 시인과 소설가가 각각 ‘추락하지 않으려고.’, ‘다시 말해 살려고.’라고 대답하는 것과도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 성장은 ‘추락의 반의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작가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성장하기 위해선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 ‘우회하지도 후퇴하지도 않고’ 내일을 향해 곧장 가야 한다는 것. 어쩌면 마지막의 ‘사고’ 또한 그들이 ‘내일’로 향하기 위한 ‘추락’이 아닐까? ———————————— 처음 읽은 단편처럼 너무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도 않은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난 따뜻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이런 결말이 취향에 잘 맞는 것 같아. 서로 아주 잘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같은 길을 함께 떠나며 내일을 기다리는 세 사람의 연대가 좋았어. ‘돌봄’과 ‘연대’, 그리고 ‘상승과 추락’이라는 단어로 살펴보는 ‘성장’의 개념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소설도 좋았지만 인터뷰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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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5~10/21 | 전하영,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 단편&인터뷰 읽기 - 인상 깊은 문장과 감상평을 자유롭게 나누기 (필수) - 글을 읽고 같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이야기 나누기 (선택) 안녕! 늦어서 미안해. 이번 주는 전하영 작가의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를 읽어보려고 해. 미리 안내한 것처럼 읽으면서 나누고 싶은 인상적인 문장과 감상평을 자유롭게 댓글로 달아주고, 같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이야기 있으면 함께 나누자. 문학과지성사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이 계절의 소설 선정의 말>을 스포일러 지정해서 올려둘게.
이 계절의 소설 선정의 말 | 문학평론가 조연정 ‘3가구 중 1가구가 혼자 사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1인 가구 담론은 청년 세대나 노년 세대에 집중되어 있고 중년 1인 가구의 경우에는 주로 이혼이나 ‘기러기 아빠’로 혼자가 된 남성의 사례로 다루어지곤 한다(김희경, 『에이징 솔로』, 동아시아, 2023). 곧 50대를 앞두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줌마’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꼈으나 이제 주변의 친구들이 실제로 누군가의 할머니가 되어가는 상황 속에서 중년의 독신 여성으로서 느끼게 되는 여러 혼란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전하영의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는 그런 점에서 특별하게 읽히는 소설이다. 흥미로운 점은 숙희에게는 자신을 보호해줄 안전한 둥지가 없다는 불안보다 오히려 자신이 누군가의 공식적인 보호자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심적 불편함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중년의 여성이 어떤 식으로든 돌봄 노동의 주체가 되지 않은 채 스스로 독신의 삶을 편안하게 즐기고 누린다는 것이 어떤 결핍처럼 느껴질 만큼, 여성의 생애주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이 견고하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어리고 젊은 여성은 대상화되고 나이든 여성은 누군가의 조력자로 주변화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삶은 거칠게 이런 식으로 요약될 수도 있다. “자신이 나뭇조각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선을 끌지 않으려 노력했다”라는 소설 속 숙희의 말처럼 한국 사회에서 나이든 여성은 대부분 잊힌 존재에 가깝다. 공식적인 사회적 역할 속에서도 많이 배제되고 그녀들의 다양한, 그래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노동은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 여성이 특정한 방식으로만 대상화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나이든 여성은 점점 없는 존재에 가까워진다. 경제적인 불편함 없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잘 꾸려가는 숙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평온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듯 보이는 것은 한국 사회의 고정된 여성적 삶의 패턴으로부터 일탈해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혼자 사는 중년 여성의 삶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공통된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인식될 만큼의 다양한 참조점이 그녀에게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 남자와의 연애가 부끄럽다든가, 아이를 필사적으로 원했던 시기가 있다든가, 이 소설의 어떤 설정들은 다소 전형적이고 나아가 보수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년 독신 여성의 내면을 공적으로 확인할 기회가 적었다는 점에서 날 것 그대로의 숙희의 마음을 읽는 것이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모성’ 욕망으로부터 탈피하여 같은 또래 독신 여성 윤미를 만나러 15년 만에 비행기에 오르는 숙희의 결단은, 그녀가 위태로운 ‘싱글’의 삶을 청산하고 완전한 ‘솔로’의 삶을 편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결심을 드러내는 듯도 하다. 이러한 모범적인 결론도 다소 전형적일 수 있지만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든다. 숙희와 유사한 삶을 살았던 그리고 현재 살아가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있을 것이다. 숙희가 자기 삶에 안심하고 만족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수많은 여성들의 삶이 서로에게 보여지지 않아서였기 때문일 수 있다.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수만큼 우리에게 가능한 삶의 양태도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어떤 성별인가로 결혼의 유무로 자녀가 있고 없음으로 나이가 많고 적음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로 성한 몸인가 그렇지 않은가로, 우리 모두가 똑같이 정해진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누구의 삶도 예상대로 흘러가서 정해진 대로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우연히 마주한 지금 나의 현재와 관련하여 특별히 자만할 것도 특별히 절망할 것도 없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불안할 것도 충분히 안심할 것도 없다.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겸허한 마음 그 자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어떤 상태이건 우리 모두는 숙희처럼 열린 결말의, 특별한 공식이 없는, ‘실험영화’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링크: https://moonji.com/monthlynovel/34385/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더니. 숙희는 삶이 제공하는 이 끝없는 개념적 공격에 좀 억울하고 피곤한 마음이 들었다. 인류의 반이 필히 경험하는 것인데도 왜 이토록 힘겹고 외로운 싸움으로 느껴지는 것인지.
소설 보다 가을 2023 p.118,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아이가 있는 삶, 어머니로 살아가는 삶, 그 가상의 플롯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된 것이었다. 그건 숙희가 발명한 것도, 숙희만의 것도 아니었다. 어떤 사회적 의무와도 같은 선택지로서, 제대로 된 티켓을 구하지 못한다면 억지로라도, 심지어 절차를 어겨서라도 반드시 그 물결에 올라타야만 한다고 여겨졌던 길이었다. 그때, 그 방종했던 기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숙희에겐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숙희는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출산과 육아의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감히 그런 꿈을 꾸고 앉아 있었을까.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라도 되는 듯이. 엄마가 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으로서의 한 여성이 이전에 누렸던 거의 모든 삶의 지분을 빼앗기는 그런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가면서도.
소설 보다 가을 2023 p.134,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숙희의 마음속에서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기억이 다시 소용돌이치는 듯했다. 숙희가 사랑했던 그러나 잃어버린 온갖 것들에 대한 기억이. 다시 삶을 달라고, 다시 자기를 봐달라고. 조그맣고 따듯한 몸에서 발산되는 예측할 수 없는 활력이 숙희의 팔과 다리로, 온몸으로 전달되었다. 숙희는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기쁨이었다.
소설 보다 가을 2023 p.156,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수만큼 우리에게 가능한 삶의 양태도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어떤 성별인가로 결혼의 유무로 자녀가 있고 없음으로 나이가 많고 적음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로 성한 몸인가 그렇지 않은가로, 우리 모두가 똑같이 정해진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누구의 삶도 예상대로 흘러가서 정해진 대로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우연히 마주한 지금 나의 현재와 관련하여 특별히 자만할 것도 특별히 절망할 것도 없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불안할 것도 충분히 안심할 것도 없다.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겸허한 마음 그 자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어떤 상태이건 우리 모두는 숙희처럼 열린 결말의, 특별한 공식이 없는, ‘실험영화’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소설 보다 가을 2023 이 계절의 소설 선정의 말, 조연정,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막상 어떤 일을 직접 맞닥뜨렸을 때보다 그걸 경험하기 전의 시점이 좀더 초조함과 걱정에 사로잡히게 마련이듯이 새로운 인생 주기를 앞두고 상념이 많아지는 쪽은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 직전의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소설 보다 가을 2023 p.163-164,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적어도 여성들은 잘 알 겁니다. 우리 안에 있는 '암컷'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도, 수동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요.
소설 보다 가을 2023 p.169-170,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전하영,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 📝 (23/10/24) 비행공포증이 있는 인물이라니, 시작부터 나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는 인물에 빠져들었다. 내년이면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어떤 친구는 이미 ‘아줌마’에서 ‘할머니’가 되어 ‘삶이 제공하는 이 끝없는 개념적 공격’(p.118)에 억울함과 피곤함을 느끼는 여성 숙희. 숙희의 감정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정상성의 물결’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정도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나 숙희는 그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 것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때론 힘겹고, 외롭고, 지루하고, 또 혼란스럽기도 한 듯하다. 혼자이고 싶지만, 동시에 혼자이고 싶지 않은 기분.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고 싶은 마음’(p.137). 온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숙희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마지막에 숙희가 윤미의 손녀 제인의 ‘조그맣고 따듯한 몸에서 발산되는 예측할 수 없는 활력을 전달받으며 예상치 못한 기쁨’(p.156)을 느끼는 게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숙희가 사랑했으나 잃어버린 온갖 것들’(p.156)은 꼭 숙희가 어떤 물결에 올라타지 않더라도 숙희에게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해서. 우리에겐 다양한 삶의 모양이 있을 수 있고, 각자는 각자의 결말로 향하는 ‘실험영화’를 촬영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어떤 흐름에 올라타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나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전하영 작가님은 이름이 어딘가 익숙해서 찾아보니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셨어서 단편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읽은 적이 있었거든. 그래서 이 단편을 읽고 그 단편을 읽고 적어둔 독서노트랑 수상작품집의 작가노트, 해설을 다시 읽어봤는데 이번에 읽은 단편이랑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어서 신기했어. 개인적으론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이 조금 더 건조하다는 느낌이고,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는 조금 더 긍정적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1)수상작 대상 전하영 ·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김멜라 · 나뭇잎이 마르고 김지연 · 사랑하는 일 김혜진 · 목화맨션 박서련 ·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서이제 · 0%를 향하여 한정현 ·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화제로 지정된 대화
■ 10/22~10/28 | 독서모임 마무리 - 세 편의 단편 중 가장 좋았던 단편과 이유 나누기 (필수) - 독서모임 소감 나누기 (필수) 벌써 독서모임 마무리하는 주다! 가장 좋았던 단편이랑 이유, 그리고 독서모임 소감 나누며 모임 잘 마무리해보자. ㅎㅎ ————————————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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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김영사/책증정] 한 편의 소설과도 같은 <닥터프렌즈의 오마이갓 세계사>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북토크/책 증정]경제경영도서 <소비 본능>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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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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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 영화 보고 이야기해요.
[인디온감] 독립영화 함께 감상하기 #1. 도시와 고독[그믐무비클럽] 5. 디어 라이프 with 서울독립영화제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조영주 작가가 고른 재미있는 한국 소설들
[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6인의 평론가들이 주목한 이 계절의 소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2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 있던 이 책, 망나니누나와 함께 되살려봐요.
[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이런 주제로도 독서모임이?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스몰 색채 워크샵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그믐 라이브 채팅 : 5월 16일 목요일 저녁 7시, 편지가게 글월 사장님과 함께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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