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

D-29
[이 계절의 소설]의 두 번째 계절, 두 번째 달을 시작합니다. 지난 달, 우리는 최근 출간된 십 수권의 소설을 둘러보며 29일간 얘기를 나누고 그 끝에 함께 읽으며 조금 더 깊이 이야기 나눌 2권의 책을 선정하였습니다. 첫 번째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입니다. 과거 하루키 붐이라는 말과 더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에 한 명인 그가 6년 만에 출간한 장편소설입니다. 혹자는 좋아하기도, 혹은 좋아하지 않기도 하는 하루키의 작품이지만, 도저히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없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번 이 계절의 소설 두 번째 모임에서 다 같이 읽으며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책은 최은미 작가의 <마주>입니다. 위와 같이 장편소설로는 6년 만에 발표한 작품이고, 이미 지난달 모임에서 여러 번 언급된 작품입니다. "주인공 여성들을 전형성에서 탈피시키는 내공"있다는 평이 다른 평론가분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는데, 이번 달에 같이 읽으며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 <이 계절의 소설> 프로젝트는 이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을 고르고, 그에 대한 다양한 비평과 논의를 진행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6명의 평론가/편집자/기자/작가 등 다양하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3개월마다 두 차례씩, 여기 그믐에서 독서모임을 열고 29일간 좌담을 벌입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작품에 대한 발견과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첫 번째 모임은 지난 3개월간 출간된 장편소설 중 다루고자하는 십여권의 소설을 정하고, 짧은 인상평과 전반적인 기대, 요즘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두 번째 모임에서 깊게 읽고 토론하고 싶은 2-3권의 책을 고릅니다. 두 번째 모임은 선정된 2-3권의 책을 같이 읽고, 그 소설에 대하여 6명의 평론가들이 깊은 비평과 논의를 진행합니다. 세 번째 모임은 앞선 두번의 모임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독자들과 소통하는 오프라인 대담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 소전문화재단은 2016년 12월 설립 이래 다양한 독서 장려 활동과 작가 지원 사업을 벌여 왔습니다. 특히 시대를 넘어서는 장편소설을 바라는 마음으로 장편을 쓰려는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과 취재비, 특별 고료를 후원하는 〈문학과 친구들〉, 집필 공간을 제공하는 상주작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으며, 문학 레지던시도 설립 준비 중입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고교생 에세이 대회에서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 그들은, 화창한 여름날 순수한 한쌍의 소년과 소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진짜 나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에 살아.” 소년은 소녀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에 빠져든다.
마주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동시에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작가 최은미가 두번째 장편소설 『마주』를 펴냈다. 작가가 6년 만에 선보이는 반가운 장편소설이다.
저는 지금 부산국제영화제 가는 길이에요. 2017년에 만든 소설 <딸에 대하여>가 영화로 만들어져서 상영되는 날이거든요. 역방향으로 앉아 두 시간째 졸다 깨다 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책이 <마주>네요. 연휴 기간 중에 다 읽긴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첫 독서에서 생각보다 놓친 게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멀리 있던 인물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이 매력적이서 그런 것 같아요. 밀폐돼 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새어 나오는 것 같은데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듯해서. 두 번째 읽으니 확실히 더 좋긴 해요. 당연할 수도 있지만요. ㅎ
화자도 그렇고 화자 눈에 계속 들어오는 수미도 그렇고, 또 과거 기억 속에서부터 함께하는 만조 아줌마도 그렇고, 다들 각자 신체적 질환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심리적 고립에도 처해 있는데 서사가 진행되면서 그 둘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에서 작가의 통찰히 빛나더라고요.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복잡성도 소름끼치게 적나라하다 싶었고요. 특히 178-179쪽, 누구보다 육아에 ‘어려움’을 느끼는 수미가 둘째 임심 계획을 얘기하자 화자에게서 드러나는 경멸적 시선들이요.
이제 5분 뒤 도착이에요. 영화 재밌게 보고, 틈틈이 또 글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들 감상도 많이 기대할게요 :)
안녕하세요. 이번 달도 기대가 되네요. 전 두 권 병렬로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마주>는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읽히고 흥미가 있고요. 하루키의 소설은 앞부분만 살짝 읽어본 상태인데 이전의 장편에 비해 톤과 느낌이 어려진 느낌? 이 드네요. 현실과 환상을 교차로 진행하는 방식은 하루키 장편에서 자주 보던 방식인데요. 조금 더 읽은 다음 틈틈 감상과 인상을 남기겠습니다.
용준 작가님, 병렬 독서 중이시군요. 하루키도 최은미도, 특유의 가독성이 있다 해도 속도 내서 읽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문장을 음미하고 싶은 작가들이라는 공통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일단 조금 더 '가까운' 소설로 체감되는 <마주>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저는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이 시간이 어떻게 기록되고 기억될지, 특히 소설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를에 대해많이 궁금해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마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여럿 있겠지만 팬데믹과 관련한 얘기 먼저 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사회가 공통으로 경험한 '방역의 시절'을 한 사람의 삶과 그가 속한 집단에서 어떻게 반영하고 발견했는지에 대한 얘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잠복결핵균 의심을 받는 '나'-코로나 확진을 받으며 격리된 적 있는 수미- 결핵 환자들이 모여 살았던 딴산마을을 대표하는 만조 아줌마의 존재가 각기 별개인 듯 드러나다가 서서히 연결되는 과정이 좋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집중된 방식으로 몰입되기보다는 각 장이 단절될 느낌도 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해요.
<마주>의 결핵과 만조 아줌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모두가 아닌듯 날카롭고 우울하던 그 시기가 다시 떠오를 만큼, 손에 잡힐 듯한 항상적 긴장이 잘 그려져 있었던 것 같아요. 혜진 평론가님이 언급하신 178-179쪽의 폭발은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 같고요. 어떤 그...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뭔가 공감이 됐다고 할까요... 내 일도 아니고 내 권한도 아닌데 뭔가가 잘못됐다는 느낌 때문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어지는 감각이, 근데 그게 사실은 밖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많이 향해 있고... 이것도 이야기할 부분이 많겠지만 아직 소설을 덜 읽었으니 조금 개인적인 감상을 먼저 남겨보면... 저는 만조 아줌마 캐릭터를 보면서 떠오른 사람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손이 부족하면 애들을 다른 어른들에게 맡기고 이런 일들이 많았잖아요. 저는 어릴 적에 엄마와 동생 이렇게 셋이서 지냈는데, 엄마가 일을 하느라 돌볼 사람이 없어서 '삼촌'들이 집에 많이 왔었어요. 특히 외삼촌(엄마 남동생) 친구였던 분이 있는데... 그때 생각으로는 엄청 어른인데 지금 생각하면 뭐 사실 그렇게 어른도 아니네요... 그런데 집에 와서 숙제 봐주고, 목욕탕 데려가고, 밥 먹이고, 그러다 어른들 사정이라 저는 잘 모르지만 점점 발길이 드물어지다 어느샌가 사이가 틀어져서 지금은 연락도 안 되거든요. 저는 어린 마음에 뭔가 양가적인 감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삼촌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어렸지만 엄마가 뭘 너무 많이 시킨다는 생각은 했었거든요), 한편으로는 저랑 동생을 부담으로 느꼈다는 게 싫기도 하고, 보고 싶지만 도움을 받기 싫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ㅎㅎ 사실 대학에 입학한 뒤였나, 한 번 연락을 해봤는데 닿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뭐... 그 뒤로 저도 다시 연락드리지는 않았고 또 연락을 드린다 해도 받으실까 싶긴 한데요. 만조 아줌마와 나리의 관계를 보면서 새삼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렇게 불의의 사고가 있었는데도 둘이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던 게 좋아보이기도 하고... 사실 나리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었고, 성인이 된 이후라도 그 감각은 비슷하게 느껴질 텐데, 어쩌면 결핵이 그런 감당할 수 없는 기억과의 어떤 연결고리가 되어준 거잖아요. 코로나 바이러스도 그렇고, 결핵균이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따로 떼어놓는데 그런 와중에 어떤 다른 연결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거였지, 적다보니 그런 점도 최은미 작가님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저 역시 『마주』에서 가장 먼저 주목하게 된 건 팬데믹이라는 배경 자체였어요. 제 경우에는 소설에 나타난 작가의 기량이나 문학적 가치를 엄밀하게 논하고 헤아릴 깜냥이 없어서인지ㅎㅎ 아무래도 작품 표면에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소재나 배경에 우선 주목하게 되는데요! 저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유례 없는 사태의 문학적 재현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논픽션이라는 업무 영역 때문인지 평소 계간지를 집어들 때도 작품보다 특집부터 찾아 읽다 보니 단행본으로 묶이기 이전의 작품들에 관해 다소 과문한 편인데, 그간 코로나 팬데믹을 배경으로 어떤 작품들이 등장했었는지도 『마주』를 읽으며 궁금했고요. 아무튼 이런 맥락에서 인물 또는 서사 차원의 독해나 분석까지 나아가기에 앞서, 소설 초반부에 묘사되는 팬데믹 풍경을 읽어나가는 것부터 하나의 재미 포인트로 다가왔습니다. 이를테면 배달 오토바이들이 차로를 오가는 소리가 예년보다 잦게 들렸다거나(59)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야 했다는(68, 코로나 아니었으면 엄마한테 등짝 맞을 짓) 이야기들이요. 특히 초등학생들이 출석 번호 짝홀별로 등교일이 달랐다거나(57) 종종 얼굴을 보여달라는 말로 선생님들이 화상 수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75)는 비혼/무자녀/1인 가구로서 알 수 없는 리얼리티/디테일이라 흥미로웠습니다ㅎㅎ
저는 하루키 소설은 다 읽었고, 이제 <마주>는 마지막 장만 남겨놓았는데요. 아마 내일 다 읽을 것 같아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대한 짧은 감상을 먼저 남겨보면... 우선 그래도 양이 상당한 책인데 힘들지 않게 읽혀서 놀랐고요 ㅎㅎ 선입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다루어진 감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먼저 받았어요. 어떤 알 수 없는(하지만 어딘가 친숙한) 세계에 들어섰다는 느낌, 그 느낌을 일본의 좋은 작품들은 참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좋은 느낌이 이번 하루키 소설에도 있더라구요. 저는 소설에서 어떤 '미스터리'한 지점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조바심을 느껴서 빨리 읽고 싶다는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도시>는 아주 분명한 미스터리를 계속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런 조바심으로 독자를 붙들어놓기보다 지금 소설이 발을 딛고 있는 그곳에 대한 호기심과 매혹으로 설득한다고 느껴져서 편안하고 설레면서 소설을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부분들은 차차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 지금은 이 정도의 감상만 남기겠습니다 ㅎㅎ
오늘 사진 작가 황예지의 전시 <부족한 별자리>에 다녀왔는데요. 전시장에 사진에 등장한 인물들과의 인터뷰집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펼쳐봤는데 거의 첫 장에 엄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읽으면서 <마주>의 수미가 생각나서 얼른 사진을 찍어왔어요. <마주>를 읽기 전에 왔으면(그럴 수도 있었던 건데) 꼭 눈에 걸리지는 않았을 수도 있는 내용인데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내용이었어요. "아이와 맞바꾼 것은, 이제는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자꾸만 허공에 구멍같은 게 보이면서. 까만 구멍. 이 구멍 반대편에서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애를 갖고싶다고 말하며 울었다. 설명하기 어려운데, 정말 본능처럼 피붙이 하나를 더 갖고 싶었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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