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41.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D-29
지난 글은 지금의 글보다 못하냐고 물으시면, 제 경우는 꼭 그렇게 느끼지는 않아요. 시간이 지난 글 중에 괜찮게 읽혀지는 글들도 있고 정말 못 읽어주겠는 글들도 있고요. 그런데 확실히 오늘 쓴 글이 좋은 글인지 별로인 글인지 바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조금 명료해지는 것 같긴 한데 제 경우 감정적으로 쓴 글들은 그 때 당시의 감정이 휘발되고 난 뒤 읽어보면 유치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의 글솜씨가 부족해서이겠지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잘 다루는 분들이 매우 부러워요.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의 대사를 쓸 때의 이질감이 있는데 이번 소설에도 이런 부분들이 재밌네요. 여성이라면 블라우스 단추 같은 언급을 안 하겠죠. "그 뒤로 계속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었어. 어딘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면 좋겠다고 빌면서. 하지만 약속 시간이 다 됐을 때생각했어. 너를 공원에서 마냥 혼자 기다리게 둘 순 없다고. 그래서 힘을 쥐어짜내 일어나 간신히 블라우스 단추를 채우고 여기까지 뛰어온거야. 네가 이미 가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머리를 빗을 시간도 없었어. 내 얼굴. 지금 엄청 엉망이지?"
소설에 유난히 단어마다 강조점들이 찍혀있는데 이런 스타일의 글쓰기는 기존 하루키 소설에서 못 봤던 거 같습니다. 물론 제 기억이 흐릿하긴 하고요. 악시오스의 스마트 브레비티라도 읽으셨던 걸까요? ㅎㅎㅎ
스마트 브레비티《스마트 브레비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뉴스 미디어 기업 ‘악시오스Axios’ 공동 창업자들의 철학이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글쓰기의 핵심 비법이 담긴 책이다. 사람들은 흔히 ‘중요한 것’을 전달하기 위해 긴 미사여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들은 장황한 설명은 두려움일 뿐이라 말한다. 《스마트 브레비티》는 그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구이며, 이를 통해 “짧게. 하지만 얕지 않게” 쓰는 법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이는
강조점을 찍어놓은 단어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왜 이 단어들을 강조해 놓았는지 궁금하더라구요.
벽 바깥에 등장하는 강조점들은 현실적인 개연성(부연 설명들이 있어서)이 있어보이는데 벽 안쪽 에피소드의 강조점 단어들은 맥락을 잘 모르겠더군요.
제 기억에는 하루키책은 초기작부터 강조점이 많이 찍혀있었습니다. 맥락을 잘 모르는 단어에 찍혀 있는 것도 그랬고요. 그래서 10년전(벌써 ㅠㅠ)에 한 후배가 자기는 이상한 데 강조점을 찍어서 쿨해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 싫다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마침 책장에 기사단장 죽이기가 있어서 훑어보니 여기도 강조점이 있긴하네요. 다만 빈도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비하면 1/40 정도네요. 이번 책이 강조점이 유난히 많은 듯.
강조점과 더불어 무언가 있어 보이는 데 도움 되는 세미콜론도 있지요. 저도 이런 부호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넌 잘 모르겠지만 심오한 의미가 여기에 숨겨져 있다구" 라는 꼼수처럼 느껴져서요.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 못할 것 같음 ㅎㅎㅎ 문장 부호는 담백한 마침표면 족합니다!!!!! (윙크)
터쿼이즈 블루 잉크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옅은 색감이라 사놓고 쓰게 될진 모르겠네요. 터키 블루라고 했으면 색감을 대충 알았을 거 같은데 터쿼이즈해서 뭔가 싶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우라만 걷어내면 라이트노벨 이세계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깨어났더니 열 일곱살 여친을 다시 만난 건에 대해" 정도의 타이틀명을 붙일 수 있을 거 같고요.
타이틀 너무 웃긴데요 ㅋㅋ
우와 핵심을 찌르는 한줄평이네요. ㅋㅋㅋ 진짜 이 중년 남성의 트라우마가 왜 재미있는 걸까요? 이 첫사랑이 사귀었다 평범하게 헤어지는 과정에 이르렀다면 절대 이렇게 평생 이 남자를 지배하진 않았으리라 확신합니다.
아무리 첫사랑과의 평범한 이별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20년 전의 관계를 중년이 되어서도 이 정도로 집착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픽션인 거겠죠. 입장을 바꿔서 여성 입장에서 20년 전에 헤어졌던 남성이 머리숱이 휑한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마음 속에 어떤 형태로든 담아두고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끔찍할 거 같긴 해요.
저도 웃었네요. 이 소설은 하루키의 세계관에서 가치 있는 작품이지, 독립작으로 떼 놓으면 정말 혹독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듯해요.
2부 2/3쯤 읽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너무 노골적이서 투박해보이기까지하는 알레고리와 자이가르닉 효과로 비롯된 트라우마를 겪는 중년 남성의 스토리 정도인데 기이하게도 재미있네요. 이 재미의 실체가 대체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완독했습니다. 책의 두께에 비해 거의 하루만에 몰아서 완독한 거 같은데 한 페이지 안에 텍스트가 의외로 적었던 게 아니었을까? 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5년쯤 지나서 같은 내용의 익숙한 이야기를 또 들은 느낌입니다만 다음 5년 후에도 읽게 될 거 같습니다. 90년대엔 하루키 쿨병 걸린 사람들이 그렇게 꼴보기 싫었는데 쿨병 걸린 사람들이 슬슬 늙어서 책 같은 건 안 읽게 되면서부터 1Q84부터 마음 편하게 읽게 된 거 같네요. 책걸상 방송은 스포일 당할까봐 안 들었는데 이제 들어보겠습니다.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는 아직 1부의 불확실한 벽에 갇혀 있어요. 흐름을 타면 하루키 작가의 책은 정말 단 시간에 술술 잘 읽히는 것 같아요. 문장에 이질감이 없고 마치 원래 제 생각인 것 마냥 그렇게 머릿속에 흡수되듯이 다가올 때가 있는데 요즘 잡생각이 많아 그런지 저는 읽기가 좀 어렵네요.
감사합니다. 현실 이야기를 담고 있는 2부부터 가속이 붙기 시작하더군요.
그 시절, 전쟁이 일어났네. 어디와 어디의 전쟁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군. 뭐 지금 와서는 아무려나 상관없는 일이지. 그쪽에선 늘 어딘가와 어딘가가 싸우고 있었으니까.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p.98,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지난주 금요일에 완독을 했어요. 빨리 읽기 싫어서 아끼고 아껴가며 읽었는데도 며칠을 못가더라고요. 다 읽고나니 남는 이 아쉬움은 완독 후에 읽을거리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아 느끼는 그런 아쉬움과는 결이 다른 것이에요. 뭔가 조금 찜찜한 아쉬움? 다만, 책 이 곳 저 곳에 생각보다 그어놓은 밑줄이 많더라구요? 조만간 그것들 정리해서 노트에 남겨놓아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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