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41.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D-29
저는 벽안의 도시에서는 살 수 없다고 확신했는데 이유는 먹을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소박한 먹거리로는 한달도 힘들 것 같네요.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내가 수행해야 할 일이 너무 복잡할때는 그런 조용한 도시로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 것 같아 이해할 수는 있는데 평생은 무리예요.
벽 안의 도시도 계절이 있긴하지만 유독 겨울이 추워보여서 저는 못 살 거 같네요.
도불벽 다 읽고 책에 대해 나누기 위해 모임 말미에 참석합니다! 여러분은 소녀가 ‘혹시 죽었나?’ 하는 의문을 언제 가지게 되었나요?
전 책을 아직 다 읽진 못 했지만 다른 '도시'가 현생이 아닌 저 너머의 삶을 의미하는 것으로 느껴지긴 했어요. '그림자'의 등장도 그렇구요.
1부 중간까지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제목이 입에 잘 안 붙네요. 도시, 불확실, 벽 등 고유성이 없는 보통 명사들의 조합인 거 같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누군가에게 이 책 관련해서 이야기하다 저도 제목이 뭐였지 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도 그래요. 제목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 입에 잘 안 붙네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은 제목은 길이가 길어도 또렷하게 생각이 나는 편이었고요. 전 그 도시인지, 그 벽인지부터가 헷갈렸어요.
질문 있습니다. 저는 독서도 좋아하고 쓰기도 좋아하는데 지금 쓰는 글이 가장 잘 쓴 것 같고 전에 써놓은 건 안 좋은 거 같은데 지금 쓰는 글도 좀 지나면 써놓은 글이 되어 이제 지금 쓰기 시작하는 글보다 시시한 것 같은데 여러분도 같은 생각이신지 저만 그런 것인지 알고 싶네요. 그러니까 지난 글은 지금의 글보다 못한 것 같은데 여러분 모두도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지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지난 글은 지금의 글보다 못하냐고 물으시면, 제 경우는 꼭 그렇게 느끼지는 않아요. 시간이 지난 글 중에 괜찮게 읽혀지는 글들도 있고 정말 못 읽어주겠는 글들도 있고요. 그런데 확실히 오늘 쓴 글이 좋은 글인지 별로인 글인지 바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조금 명료해지는 것 같긴 한데 제 경우 감정적으로 쓴 글들은 그 때 당시의 감정이 휘발되고 난 뒤 읽어보면 유치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의 글솜씨가 부족해서이겠지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잘 다루는 분들이 매우 부러워요.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의 대사를 쓸 때의 이질감이 있는데 이번 소설에도 이런 부분들이 재밌네요. 여성이라면 블라우스 단추 같은 언급을 안 하겠죠. "그 뒤로 계속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었어. 어딘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면 좋겠다고 빌면서. 하지만 약속 시간이 다 됐을 때생각했어. 너를 공원에서 마냥 혼자 기다리게 둘 순 없다고. 그래서 힘을 쥐어짜내 일어나 간신히 블라우스 단추를 채우고 여기까지 뛰어온거야. 네가 이미 가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머리를 빗을 시간도 없었어. 내 얼굴. 지금 엄청 엉망이지?"
소설에 유난히 단어마다 강조점들이 찍혀있는데 이런 스타일의 글쓰기는 기존 하루키 소설에서 못 봤던 거 같습니다. 물론 제 기억이 흐릿하긴 하고요. 악시오스의 스마트 브레비티라도 읽으셨던 걸까요? ㅎㅎㅎ
스마트 브레비티《스마트 브레비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뉴스 미디어 기업 ‘악시오스Axios’ 공동 창업자들의 철학이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글쓰기의 핵심 비법이 담긴 책이다. 사람들은 흔히 ‘중요한 것’을 전달하기 위해 긴 미사여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들은 장황한 설명은 두려움일 뿐이라 말한다. 《스마트 브레비티》는 그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구이며, 이를 통해 “짧게. 하지만 얕지 않게” 쓰는 법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이는
강조점을 찍어놓은 단어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왜 이 단어들을 강조해 놓았는지 궁금하더라구요.
벽 바깥에 등장하는 강조점들은 현실적인 개연성(부연 설명들이 있어서)이 있어보이는데 벽 안쪽 에피소드의 강조점 단어들은 맥락을 잘 모르겠더군요.
제 기억에는 하루키책은 초기작부터 강조점이 많이 찍혀있었습니다. 맥락을 잘 모르는 단어에 찍혀 있는 것도 그랬고요. 그래서 10년전(벌써 ㅠㅠ)에 한 후배가 자기는 이상한 데 강조점을 찍어서 쿨해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 싫다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마침 책장에 기사단장 죽이기가 있어서 훑어보니 여기도 강조점이 있긴하네요. 다만 빈도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비하면 1/40 정도네요. 이번 책이 강조점이 유난히 많은 듯.
강조점과 더불어 무언가 있어 보이는 데 도움 되는 세미콜론도 있지요. 저도 이런 부호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넌 잘 모르겠지만 심오한 의미가 여기에 숨겨져 있다구" 라는 꼼수처럼 느껴져서요.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 못할 것 같음 ㅎㅎㅎ 문장 부호는 담백한 마침표면 족합니다!!!!! (윙크)
터쿼이즈 블루 잉크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옅은 색감이라 사놓고 쓰게 될진 모르겠네요. 터키 블루라고 했으면 색감을 대충 알았을 거 같은데 터쿼이즈해서 뭔가 싶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우라만 걷어내면 라이트노벨 이세계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깨어났더니 열 일곱살 여친을 다시 만난 건에 대해" 정도의 타이틀명을 붙일 수 있을 거 같고요.
타이틀 너무 웃긴데요 ㅋㅋ
우와 핵심을 찌르는 한줄평이네요. ㅋㅋㅋ 진짜 이 중년 남성의 트라우마가 왜 재미있는 걸까요? 이 첫사랑이 사귀었다 평범하게 헤어지는 과정에 이르렀다면 절대 이렇게 평생 이 남자를 지배하진 않았으리라 확신합니다.
아무리 첫사랑과의 평범한 이별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20년 전의 관계를 중년이 되어서도 이 정도로 집착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픽션인 거겠죠. 입장을 바꿔서 여성 입장에서 20년 전에 헤어졌던 남성이 머리숱이 휑한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마음 속에 어떤 형태로든 담아두고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끔찍할 거 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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