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아무아』 혼자 읽기

D-29
“천문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당신의 종교적 믿음, 즉 신에 대한 믿음이 어떤 식으로든 바뀌었나요?” 《뉴요커》의 한 기자와 오무아무아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당황했다. 왜 나를 종교적이라고 가정하는가? 나는 세속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오무아무아 11장 오무아무아의 내기, 아비 로브
하지만 CNN과 인터뷰하면서부터 이런 질문들을 받는 데 대해 감사하기 시작했다. 할당된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인터뷰 진행자는 나에게 “우리가 외계 문명을 처음 접했을 때 그들이 종교적이기를 바라나요, 아니면 세속적이기를 바라나요?”라고 물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한 문장으로 대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시간적 제약을 이유로 내가 꼭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오무아무아 11장 오무아무아의 내기, 아비 로브
나는 대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질문 샘에 대해 전보다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오무아무아는 우리에게 경외할 만한 가능성을 제시했고, 우리는 전통적으로 경외감과 투쟁해 왔다.
오무아무아 11장 오무아무아의 내기, 아비 로브
수 세기에 걸쳐 우리 문명은 신화에서부터 과학적 방법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들을 발명해 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한 많은 것들이 인간이 경험하는 ‘기적’의 대열에서 일상의 대열로 옮겨 갔다. 이는 대부분 과학의 진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상 규범도 독선과 맹목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이는 신학자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오무아무아 11장 오무아무아의 내기, 아비 로브
셋째, 나는 우리가 결국 접하게 될 외계 지성체 중에는 실존주의자가 몇 명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게 되었다. 그것이 환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류의 지성사가 지구상에 실존주의학파의 사상을 꽃피워 그 뒤에 무엇이 올지를 알려 주었듯이, 외계 지성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들도 우리 못지않게 기적의 대열에서 일상의 대열로 옮길 수 없는 생명의 가장 완강한 미스터리와 맞서며 보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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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보다 더 근본적인 미스터리는 없다. 우리 중 몇몇은 햄릿 역에 캐스팅되었고, 몇몇은 로젠크란츠와 길든스턴 역에 캐스팅되었지만 우리 모두 대본 없이 무대 위에 올라서는 느낌을 경험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전혀 찾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내 생각에는 자의식이 있는 존재 역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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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나는 실존주의 철학자들, 특히 알베르 카뮈의 인도를 받았다. 카뮈의 작품들 중 가장 공감한 것은 《시지프 신화》였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시지프(시시포스)는 신들로부터 영원히 무거운 돌을 언덕 위로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지프가 바위를 정상 가까이 가져가면 바위는 다시 굴러 내려갈 뿐이다. 카뮈는 이것이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려다 영구 순환에 걸린 인간의 부조리한 상태와 유사하다고 믿었다.
오무아무아 11장 오무아무아의 내기, 아비 로브
자의식이 있는 생명의 공통적인 상황, 즉 왜 그러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태어나고 죽는 것은 부조리하다고 카뮈는 믿었다. 나는 우리처럼 지적 한계에 얽매여 있는 다른 자의식이 있는 존재들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생명은 부조리하다.
오무아무아 11장 오무아무아의 내기, 아비 로브
부조리에 직면해서 거만하게 굴기는 어렵다. 겸손이 더 적절한 자세다. 인류가 경이로운 것에 직면했을 때 겸손을 기른다는 증거를 더 많이 발견할수록 외계 문명으로부터 같은 태도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가 더 많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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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한 자신에게 주는 축하의 메시지를 적어주세요.
재미있는 책이라 다행이었다. 영감 많이 받아서 좋은 글 쓰자, 강명아!
우주 고고학은 그 첫걸음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거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오무아무아의 외계 발생에 대한 가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다음에 외계 기술이나 생명체를 만날 때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도전들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무아무아 12장 씨앗, 아비 로브
일단 우주에서 외계 생명체의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논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세티가 수십 년 동안 탐색해 온 통신에 대해, 아니면 외계 지성체의 다른 증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예상하고 계획할 수 있을까?
오무아무아 12장 씨앗, 아비 로브
오무아무아가 이색적인 바위에 불과했다는 데 판돈을 걸었다면 그런 증거들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날 우리는 허둥지둥 필요한 도구들을 제작해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아마도 은하 간 통신의 의미 파악에 도전하는 ‘천문 언어학’ 분야일 것이다. 뒤이어 천문 정치학, 천문 경제학, 천문 사회학, 천문 심리학 등 다른 분야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오무아무아가 외계에서 발생했다는 데 판돈을 걸면 우리는 내일 바로 그러한 분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무아무아 12장 씨앗, 아비 로브
오무아무아의 외계 발생에 대해 우리가 걸 수 있는 다른 소심한 판돈도 있다. 예를 들어 우주에서 우리가 외톨이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면 기존의 국제법에는 외계와의 조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틀이 없다는 것 또한 바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무아무아 12장 씨앗, 아비 로브
사실 오무아무아가 외계에서 발생했다는 데 인류가 걸 수 있는 낙관적인 판돈 중 가장 온건한 것은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찾고 외계 지성체와 소통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관한 국제 규약과 감시를 유엔의 우산 밑에 넣는 방식으로 확립하는 것이 될 것이다. 심지어 모든 지구상의 조인국들이 초기 조약에 동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한 종으로서 우리보다 수십억 년 더 발전된 성숙한 지성체과의 조우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한 틀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오무아무아 12장 씨앗, 아비 로브
인류가 오무아무아에 걸 수 있는 가장 야심 찬 판돈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보장하기에 충분한 무언가다. 좀 더 야심 찬 판돈은 더 성숙한 문명이 시도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 데서 우리가 배우는 것이다. 작은 과학적 도약을 하고 오무아무아가 외계 기술이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면 인류는 태양계가 맞닥뜨린 빛의 돛을 부표로 남길 수 있었던 문명과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외계 우주선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주선을 만드는 일을 고민하게 한다.
오무아무아 12장 씨앗, 아비 로브
현재 우리는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 즉 지구에 담아 두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인류와 인류 문명은 재난에 극도로 취약하다. 우리는 유전 물질의 복사본을 우주를 통해 퍼뜨려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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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력은 인쇄기의 발명으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성경의 사본을 대량 제작하여 유럽 전역에 배포할 수 있게 된 혁명과 유사할 것이다. 책의 사본이 많이 만들어지자마자 모든 책이 귀중한 존재라는 유일성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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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식으로 우리가 실험실에서 합성 생명을 생산하는 방법을 배우는 즉시 ‘구텐베르크 DNA 프린터’는 다른 행성의 표면에 있는 원료로 인간 게놈의 복사본을 만들기 위해서 뿌려질 수 있다. 우리 종의 유전자 정보를 보존하기 위해 필수적인 단일 사본은 따로 없을 것이다. 반대로 유전자 정보는 여러 사본에 담겨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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