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D-29
시스템(고도관리사회)은 거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간은 고통을 느끼게끔 개조한다.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질병'이며, 적합하게 만드는 것은 '치료'다. 이렇게 해서 개인은 자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파워 프로세스를 파괴당하고, 시스템이 강요하는 타율적 프로세스에 포함되었다. 자율적 파워 프로세스를 갈구하는 것은 시스템 내에서는 하나의 '질병'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잡지 『세카이(世界)』 1996년 6월호, 오치 미치오 (미국 연쇄 폭탄 테러범 유나바머가 <뉴욕 타임스>에 게재한 논문의 일부 인용)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이런 문장이 담겨있었군요. 자아, 내 느낌,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행동들이 특히나 질병처럼 여겨지는 게 아닌가 ..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 전 그믐에서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의 이야기, 『더 파이브』를 함께 읽었는데요 피해자보다 살인자의 서사에 관심을 가지고 스캔들에 열광하는 대중들이 그간 대부분의 시선을 연쇄살인마에게 집중해온 대신, 아무 이유 없이 죽어간 피해자들의 나고 자람, 일과 가정, 삶과 생각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책이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역시 피해자들이 어디서 태어나고 어떻게 자라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사건 당일은 어땠는지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하루키가 등장시킨 지하 세계의 공포스런 존재 '야미쿠로'와 연관지어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워요
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잭 더 리퍼’라는 살인자에게 희생됐던 이들의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살인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주목받아온 반면, 그에게 살해당한 다섯 명의 여자는 오로지 ‘매춘부들’로 불렸고 자극적인 ‘시신’의 모습으로만 소비되었다.
열여섯 번째 그믐밤은 다시 정겨운 수북강녕입니다. 처음 은평구 한옥마을을 찾았을 때만 해도 여기가 어딜까? 운치 있지만 모두가 비슷해 보였던 낯선 한옥집들 사이 조금은 어리둥절했는데요, 이제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척척 찾아갑니다. 버스에서는 @스마일씨 님을 우연히 만나 정답게 수다를 떨며 책방으로 향했어요. 나름대로 그믐밤 시작하기 전 여유있게 도착했다고 자신했는데 일찌감치 도착하신 @챠우챠우 님과 @동키돈키 님은 이미 재즈를 들으며 책방에서 차분히 책을 읽고 계셨어요. 그믐밤은 저녁 7시 29분에 시작해서 보통 1시간 반 남짓,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요, 매번 함께 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믐밤이 끝나고 나면 날이 어두워 집에 돌아가는 교통편 문제로 다들 아쉬운 발걸음을 떼시는데, 이렇게 조금 일찍 오셔서 여유 있게 책방도 구경하고 책도 읽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서점의 흰 벽 한편에 플레이되고 은은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믐밤을 시작했어요. 각자 언제 하루키를 처음 읽게 되었는지 나누었고요, 자신만의 키워드로 하루키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루키는 청춘에 읽어야 다가오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요, 의외로 중학생 시절에 접한 분들이 많아 신기했습니다. 또 처음부터 인상적이었다기보다는 나중에 우연한 기회로 하루키를 다시 읽고 그에게 빠진 분들도 계셨구요. 그 시절 하루키로 대표되었던 쿨함, 혹은 허세, 개인주의의 등장과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작가의 꾸준한 활동들, 닮고 싶은 인생 선배로서의 하루키, 마초적이지 않은 현대 남성, 자기 취향에 대한 고집과 성실함, 하루키는 담배 연기다 등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2부에서는 각자가 꼽는 하루키 베스트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겹치는 작품이 하나도 없어 다시 한 번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 놀라기도 했어요.
보통의 독서모임에 비해 남성 참가자들의 비중이 높은 것, 70세가 넘는 작가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서도 여전히 새롭게 발견되고 읽힌다는 점들을 통해서도 그가 대중들로부터 받는 사랑을 익히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믐도 하루키처럼 사랑받는 존재가 되면 좋겠다는 질투심 섞인 마음이 들었던 멋진 그믐밤이었습니다. 하루키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열 여섯 번째 그믐밤에 참여해 하루키적인 모먼트를 선물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그믐밤에 모여 얼굴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온라인 모임도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데요 모임이 끝나가는 아쉬움을 하루키가 사랑한 소울 푸드로 달래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먼저,,, 하루키,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있습니다 방대한 장편 『태엽 감는 새 연대기』를 시작하는 첫 단락에서도,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는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을 휘파람으로 따라부르며' 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죠 그뿐인가요 "나는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아스파라거스와 베이컨으로 만든 소스를 소스팬에 부어 데우고 양상추와 토마토와 양파와 피망으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물이 끓자 면을 삶고 그 사이 파슬리를 다졌다. 냉장고에서 아이스티를 꺼내 유리잔에 따랐다." 『기사단장 죽이기』에도 어김없이 등장하구요 하루키의 표현에 따르면, '매우 교활하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눈을 딴 데로 돌릴 수가 없었다'는 음식으로, 1971년을 이것의 해로 명명했던, 바로 ○○○○ 를 저는 내일 점심 메뉴로 정했습니다 하루키 팬이라면 이 음식을 좋아하실 거라며 다같이 거국적으로 먹고 싶지만, 그건 하루키스럽지가 않지요 ㅎㅎ 하루키의 음식을 맛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을 뿐 ♥ #퀴즈인듯아닌듯 #디즈니만화에서한가닥면으로입맞추는두마리강아지를기억하신다면
스파게티! 아닌가요?
@지금 정답입니다! 지금 님은 어떤 스파게티를 좋아하시나요~ 다음에 수북강녕에 오시면 같이 스파게티 드시러 가시죠 ^^
2년 정도 전부터 저는 스파게티를 주식으로 집에서 자주 해 먹고 있어요. 그 전까지는 조리가 어려울 것 같다 & 탄수화물이라 살이 많이 찔 것 같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선호하지 않았는데요, 우연히 스타게티 주원료인 '듀럼밀'이 의외로 살이 그렇게 많이 찌지 않는 식재료 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게다가 막상 만들어 보니 면을 한꺼번에 다 삶은 뒤 CJ 등에서 만든 시판 소스를 휙 끼얹는 수준으로도 제법 먹을만하게 나오더라구요. 라면 끓이는 것보다 그렇게 많이 어렵지 않아서 요즘 즐겨 먹어요. 포크로 먹기 어려운 스파게티면보다는 푸실리나 펜네 등을 이용하고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를 즐겨 먹어요. ^^
앗 맞아요. 오늘 스파게티 생각이 나서 집에서 로제 소스로 해먹었네요 .. ㅎㅎ 저는 원래 크림을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토마토도 자주 먹습니다! 면은 항상 스파게티면.. 한옥마을에 가볼 곳이 많은것 같습니다!
그믐밤을 다녀 온 뒤 '여자없는 남자들'을 다시 읽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카'가 저는 하와이로 아들 시신을 수습하러 가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작품이었더군요... ^^;
@챠우챠우 이 이야기는 『도쿄 기담집』에 실린 「하나레이 해변」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평론을 읽어 보니 아주 잘된 작품 같아요 볼 영화가 또 한 편 늘었네요 https://www.mk.co.kr/news/culture/8875328 전혀 다른 영화인데요, 실제로 상어에게 물려 한 팔을 잃었지만 서퍼로서 꿈을 잃지 않은 인물을 다룬 실화 영화 『소울 서퍼』를 본 적이 있어요 이 평론에서 언급한 하루키의 해석처럼, 상어에게 팔이나 다리를 물려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는;;; 실제 사례를 보여주는 영화랍니다 ^^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더니 하루키를 더 안 읽으셔도 되는 분이 다시 읽고 계시는군요.^^ 그믐밤 때찐 하루키 팬의 면모가 너무 인상적이고 멋지셨습니다. <슬픈 외국어>를 비롯 하루키는 외국 생활도 많이 한 것 같은데 한국에 온 적이 있나요? 왠지 기억이 안 나요. 라이트한 팬으로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았는데 그믐밤 때 얘기를 못 한 것들도 많았네요. 집에 가는 길에 생각이 나더라구요.
음… 저는 @수북강녕 님과 @동키돈키 님의 하루키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 놀라서 앞으로는 어디가서 하루키 좋아했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문제가 없었는데, 라고 할까, 나 자신이 가공의 '나'를 지렛대의 받침점으로 삼아 소설 세계를 만들어내고 크게 펼쳐가는 것을 하나의 목적으로 삼았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소설의 분량이 늘어나고 범위가 커지면서 '나'라는 인칭만으로는 약간 비좁고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나(남성형)'와 '나(여성형)'라는 두 종류의 일인칭을 각 장별로 분류해가며 썼는데 그것도 일인칭 기능의 한계를 타개해보려는 시도 중의 하나였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작품을 발표하는 일 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1979년 등단 이후 최초로, 자신의 글쓰기 현장과 이를 지탱하는 문학을 향한, 세계를 향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풀어놓았다.
여러번 읽다보니 ’세계의 끝‘의 화자가 여성이라는게 아니라 인칭대명사를 챕터별로 다르게 썼다. 라는 내용일 수도 있겠네요.
그믐밤 날 이 이야기 듣고 분명 원더랜드도 읽고 에세이도 읽었는데 .. 그랬었나??!?(동공지진) 햇었는데 이 부분이었었군요. 다시 봐도 구분이 어렵네요 !
그리고 온 세상의 여러 계단을 둘이서 나란히 오르내리고 싶다.
여자 없는 남자들 사랑하는 잠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이 세계는 그의 학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 사랑하는 잠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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