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D-29
@스마일씨 제가 아는 분 중 '독력'으로 으뜸 레벨이신 스마일씨 님께서 읽은 책이 미천하다고 하시니 ㅎㅎ 하루키 에세이를 보면 아내와의 몇 가지 에피소드도 굉장히 소소하고 평범하며 건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다크하고 심각하지 않은 느낌이요 ^^ 『상실의 시대』에 등장하는 미도리가 실제 하루키의 배우자와 상당히 닮아 있다고도 하던데요, 미도리가 즐겨 마시는 술은 보드카 토닉으로 나온답니다 다음 번 퀴즈? 대화 주제? 로 하루키 작품 속의 술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까 싶어요 ♡
저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댄스댄스댄스'로 이어지는 연작의 주인공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에 휘말리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고, 시니컬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챠우챠우 아무래도 초기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좀더 순수했던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사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 인물임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초기의 작법이 덜 능숙해서 그런 것인지, 어쩐지 더 어리숙하면서도 결연하게 다가오지요 ^^
"그렇다면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나는 경향적으로 소비되고, 그 쏠림을 조정하기 위해 잠을 잔다. 그것이 매일매일 반복된다. 아침이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잠을 잔다. 그 반복의 끝에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 뭔가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아무것도 없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분명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경향과 그에 대한 조정이 내 몸속에서 한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잠 따위는 필요 없어, 라고 나는 생각했다. 잠을 못 자는 것 때문에 내가 '존재 기반'을 잃는다고 해도, 설령 미쳐버린다고 해도, 그래도 좋아, 상관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경향적으로 소비되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경향적인 소비가 몰고 온 쏠림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정기적으로 잠이 찾아와 내 하루의 삼분의 일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딴 것은 필요 없다. 나에게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나는 책을 읽을 것이다. 나는 잠을 자지 않을 것이다. " 『잠』 p.70 잠이 오지 않는 밤이라, 『잠』 중에서 문장을 옮겨와 보았습니다 하루키 작품 중에는 수십 시간씩 깨지 않는 잠에 빠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등장하고, 잘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나오는 것 같은데요 이 책에서는 주인공(치과의사 남편과 초2 아들을 둔 젊은 가정주부)이 잠을 전혀 자지 않게 되면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또 읽는 것으로 나옵니다 읽으면 잠들 것 같은데 말이죠 ^^
1989년 무라카미 하루키가 로마에 살았을 당시 썼던 단편소설로, 1993년《TV피플》이라는 소설집에 묶였던 소설 [잠(眠り)]을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낸 책이다. 독일어판 일러스트레이션과 하루키가 직접 쓴 작품 후기가 수록되었다.
저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제2장 '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는가'가 참 인상적입니다. 하루키가 달리기 시작했던 시기에 대해서 적혀 있는 장이에요. 재즈클럽을 하다가 불현듯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야기. 이후로는 카페를 경영하면서도 소설을 쓰다가 소설에 전념하고자 카페를 그만두고 전업 소설가가 된 이야기가 나와요.
매일같이 달리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1982년의 가을이다. 나는 그때 서른세 살의 해를 맞고 있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장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서른세 살. 그것이 그 당시 나의 나이였다. 아직은 충분히 젊다. 그렇지만 이제 '청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스콧 피르제럴드의 조락은 그 나이 언저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이에 나는 러너로서의 생활을 시작해서, 늦깎이긴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던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이 장의 마지막 문장이 바로 위의 문장이에요. (어쨌든~)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이라는 표현이 좋았고, 와닿았습니다. 저는 서른 두살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물론 '매일같이'는 아닙니다) 서른세 살은 하루키가 그리고 러너로서도, 소설가로서도 시작한 시점입니다. 누군가는 '늦깎이'라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소 늦었어도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하루키도 서른이 넘어서 달리기 시작했구나, 나도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잘 달려봐야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도 지금부터 달리기든 무엇이든 시작하더라도 꾸준히만 한다면 올해를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이라고 기억하지 않을까? 싶어요.
"꾸준히”라는 게 확실히 하루키의 특징이기도 하네요. 달리기 응원할게요. 멋집니다!!
다음 장에서는 마라톤 이야기도 나와요, 그래서 어제 JTBC 마라톤 대회에 주위 사람들이 완주하고 온 게 떠올랐어요. 비가 내려서 우중런을 했는데, 완주하고 뿌듯하게 달리기 기록과 후기 글 올리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이 책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나는 런던에서 지내는 동안 거의 외식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무얼 먹어도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맛있는 레스토랑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에서 지내다 오면, 런던에서 돈을 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미안한 말이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 더 맛있다.
[그믐밤] <먼 북소리> 345쪽
미식가인 하루키가 추천해 주는 오스트리아의 음식이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내가 ‘아, 이건 정말 맛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이름을 메모해 놓은 것은 vollkornrolle 라는 음식이다. 이것은 크로켓 속을 야채로 채워서 라비올리 같은 것으로 돌돌 말아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 그것을 또 한 번 먹기 위해서라도 잘츠부르크에 다시 갔으면 좋겠다.
[그믐밤] <먼 북소리> 475쪽
구글에서 이미지를 검색했는데 제대로 된 걸 찾기가 어렵네요. 밀 전병? 에 속을 넣어서 만든 음식류인 것 같아요.
@김새섬 하아, 올해 1월에 잘츠부르크 갔었는데 못 먹어본 것이 안타깝네요 하루키 하면 요리와 술을 빼놓을 수 없는데, 점점 먹는 얘기로 넘어갈 때가 된 걸까요~~~
요새는 음식도 워낙에 글로벌화가 되어있고 관광지는 관광객에 맞게 나와서 맛이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영국=음식이 맛없다, 라는 공식 비슷한 게 늘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데 최근에 갔다오신 분들이 이젠 피시 앤 칩스 말고도 충분히 맛있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네요ㅎㅎ 미슐랭이었나? 그것도 유럽 내에선 영국이 가장 많다고 들었어요.
인스타그램 문학동네 계정에서 '하루키 스페이스' 오픈 소식을 봤어요. 이미 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하루키 읽는 밤이 생각나서 공유해봅니다. https://www.instagram.com/p/CzTHjmpJQqP/?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구수박 서른세 살, 의미있는 나이인가 봅니다 예수님도 그렇고 하루키도 그렇고요 ^^ 제가 서른세 살 때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 보니 역시 세상에 태어나서 했던 일 중 가장 괜찮은 일을 했더라고요 ♡ 『도불벽』 출간 즈음, 문학동네에서 성수동에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 팝업 스토어를 잠시 운영했었고, 한남동 대형 카페 맥심플랜트 지하 미니 라이브러리에서도 10월초까지 이벤트 스페이스를 운영해서 가보았는데요 이태원 mtl에 스페이스 오픈한 것은 몰랐네요! 당장 가보겠습니다 ㅎㅎ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지난 30여 년간 하루키가 쓴 모든 소설에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세 가지 공통 요소가 있다. 첫째는 인간과 자유의 관계이다. 자유를 얻고 난 뒤 어떻게 자유를 운용할 것인지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많은 경우, 공포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둘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원함이다. 사람은 영원히 알 수 없고 규명할 수도 없는 세계에 살며 이 세계는 우리가 소원하고 권태로운 삶의 태도를 취하도록 강제한다. 셋째는 서로 다른 세계를 이중, 삼중으로 병치하고 콜라주하는 것이며 이런 수법으로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 세계를 부각한다. 30여 년간 이 주제들은 놀랄 만한 연속성을 유지해 왔다.
영원한 소년의 정신 - 하루키 읽는 법 p.39-40,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영원한 소년의 정신 - 하루키 읽는 법세계문학공부 시리즈. 왜 사람들은 하루키에 열광할까? 하루키의 작품은 언제부터 청춘의 필독서로 여겨졌을까? 하루키의 작품 속 인물들은 왜 늘 알 수 없는 선택과 이상한 행동을 할까? 중화권의 대표적인 인문학자 양자오 선생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향해 쏟아진 많은 질문들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증정][작가와 함께]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에 이르다-춤.명상.섹스를 통한 몸의 깨달음 [도서증정][김세진 일러스트레이터+박숭현 과학자와 함께 읽는]<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수북플러스] 3. 깊은숨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1,096쪽 『비잔티움 문명』 편집자와 함께 완독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그믐클래식] 1월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7월 23일 그믐밤 낭독은 <리어 왕>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수북탐독의 재미, 다시 한 번 더!
[📚수북플러스] 3. 깊은숨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우리가 몰랐던 냉전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반가운 모임지기들, 라아비현과 꼬리별
[라비북클럽] 불편한 편의점 북투어 같이 한번 읽어봐요 우리[밀리의 서재로 📙 읽기] 23. 종이 동물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김영사/책증정] ★편집자와 함께 읽기★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개정증보판》[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1인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와 책읽기[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바쁘지만 책은 읽고 싶어 by Oncoazim
올해 가을엔 산에 가야지 머리는 차갑게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극과 극은 통한다!
[도서증정][김세진 일러스트레이터+박숭현 과학자와 함께 읽는]<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문풍북클럽의 뒷북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문풍북클럽] 6월 : 한 달간 시집 한 권 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5월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4월의 책 <예술도둑>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