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너무나도 그럴듯했던 이명법이었어요. 이런 에피소드가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면 분명 과학은 더 재밌었을 겁니다. 그저 외우기만 하니 그것이 옳고 그른지도 몰랐던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서 린네 또한 분류의 큰 획을 긋긴 했지만 틀린 방식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세계에 대한 린나이우스의 비전은(다른 모든 이의 비전도 마찬가지로) 불변의 생물들로 가득한 세상의 비전이었다. 생물 종은 누구나 알고 있듯 영원히 불변하는 것이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86p, 캐럴 계숙 윤
마침내 희미한 깨달음의 빛이 비쳐 왔지. 그리고 지금 나는 (처음에 내가 갖고 있던 견해와는 상당히 어긋나지만) 종들이 (이건 마치 살인을 고백하는 것 같군)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거의 확신한다네.
자연에 이름 붙이기 94p, 캐럴 계숙 윤
'작은 신탁 신관'이라고 불렸던 린나이우스가 구축한 불변하는 세계와 충돌하는 다윈의 세계(변이가 있는, 진화하는 세계)가 등장하며 흥미진진합니다. 그 시대에 거대한 패러다임에 조약돌을 던지는 듯 무모해 보이는 다윈의 심정이 좀 더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책에서 진화(revolution)라는 용어가 '펼치다'라는 라틴어에서 왔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신의 뜻을 펼치다'라는 의도에서 사용된 용어라고 하는데, 다윈의 시대에는 그 반대의 의미로 진화가 사용된 것이 아이러니 합니다.
아.. 진화의 라틴어 어원이 흥미롭네요!! 많이 배웁니다!
2장 따개비 안에 담긴 기적, 을 읽으면서 고작 따개비에 무슨 기적이나 비밀이 있을까 했었어요. 다윈이 따개비를 선택해서 분류학자로 거듭나기 전까지는요. 개인들이야 따개비가 어디에 속하든 큰 문제가 안되었지만 분류학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난처한 생물이었던 것 같더라구요. 다윈마저도 1년 정도 예상했던 따개비 연구가 8년이 걸렸으니까요. 어느 한쪽으로 분류해서 몰아넣기 애매한 종들이 비단 따개비뿐이었을까요. 분류학자들이 분류를 마친 뒤 마지막 범주에다가 물렁물렁한 모든 것들을 몰아 넣었다고 했을 때 움벨트의 한계도 확실히 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바다생물이 그의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먹는 바람에, 진화에 관한 이론(이미 10년 전에 처음으로 떠올렸던)은 그때부터 13년이나 더 출판되지 못하다가 1859년이 되어서야 <종의 기원>으로 출판됐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101, 캐럴 계숙 윤
사람들이 한결같이 분류하고 명명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한결같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 항상 부재하는 것들, 다시 말해 우리 움벨트의 레이더 스크린에 한결같이 잡히지 않는 것들에는 결정적인 일관성이 있다. 인간은 우리 기준에서 아주 작은 것들에게는 마음을 잘 주지 않는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4장. 바벨탑에서 발견한 놀라움. p.185, 캐럴 계숙 윤
이 부분 읽고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린네가 이명법을 통해 분류하던 당시에 아주 작은 세계는 배제되어 있었잖아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거나 보이더라도 너무 미세한 것들에는 분류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은 게 놀라웠습니다.
이런 부분을 어느 책에서 본 것 같아서, 심각한 기억력 감퇴를 무릅쓰고... 책들을 찾아보았는데요, 레베카 긱스가 쓴 <고래가 가는 곳> 211페이지 전후로 관련 언급이 보입니다. 큰 동물들, 예컨대 고래나 북극곰 멸종에 대한 관심을 제외하면, 작은 생물들의 보존에는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상황을 말하고 있었네요. 여기서 큰 동물의 '카리스마'를 언급하거든요. 인간의 호의와 보호 본능의 크기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언급합니다. 사람들은 동물을 의인화하고, 카리스마를 부여하여 동물 사이의 위계를 만들어버린 결과 큰 동물에 더 동정을 표한다고 말이지요. 심지어 고래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동정이 이제는 고래 관찰하는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더군요. 이 책에서 "카리스마 있는 종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네요. 또 다른 한 예로, 최근 꿀벌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꿀벌에 대한 관심으로 야생벌의 멸종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사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꿀벌은 엄밀히 말하면 사람들의 손에 키워지는 소나 돼지같은 '가축'으로 봐야한다고 합니다.
고래가 가는 곳 - 바닷속 우리의 동족 고래가 품은 지구의 비밀최신 과학 연구가 밝혀낸 새로운 고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인간과 고래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쫓는다. 수천 년 전 암각화에 고래를 새겼던 고대인의 마음도 들여다보며 지금 이 시대 고래와 우리의 관계를 반추한다.
히야.. 책수다가 이런 즐거움이었네요 ㅎㅎ 작은 도서관 두 분을 끼고 읽으니 이거 참.. 호화판 독서라고 할 밖에요!! 저는 환경생태론이라는 딱딱한 책으로 짤막하게 접한 내용이었는데.. 쉽고 다채롭게 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카리스마 있는 종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음.. 이거 참 날카롭고도 씁쓸하네요.
큰 동물에 대한 차별적인 큰 관심 또한 우리의 움벨트가 작용한 걸까요. 추천해주신 책이 되게 궁금하네요ㅎㅎ
일관되게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부재의 존재, 부재를 통한 증명이라니.. 자꾸 눈길이 갑니다. 아주 오래 전 학생 시절에 환경 관련 단행본에서 대형 포유류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비판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런 것부터 이 텍스트의 비유적 의미에 이르기까지 곱씹을 게 많은 대목이네요.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생명의 근본을 이루는 진정한 구조는 사실상 무성한 가지를 뻗어내는 거대한 진화의 나무임을 이해하게 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114, 캐럴 계숙 윤
다윈을 통해 진화론이 입지를 다지고 생명이라는 것이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가지뻗기로 된다는 것을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저 또한 진화론이 나왔으니 이제 종을 분류하는 게 쉽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뒤에 읽어보니 진화론이 나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더군요. 가지를 나누기 위해 갑론을박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ㅋㅋㅋ 당연히 가지가 딱딱 자기 자리에 맞게 뻗어나가는 게 아닐까 했거든요.
이렇게 책수다 떠는 것도.. 우리가 읽은 책 내용들이 가지를 왕성하게 이리저리 엉켜가며 뻗어가는 것 같습니다. ㅎㅎ 진화론 역시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다는 내용이 계속되는데.. 바벨탑 부분 계속 흥미진진합니다..
안녕하세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복합적인 감정에 사로잡혔었습니다 시작부터 전개,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조용하지만 힘있게 이어가는 흐름에 감탄하고, 우생학의 폭압에 대해 실천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충실히 증거하고 폭로한 소신에 감동받았습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님이 2022년의 책으로 뽑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 소개하면서,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누군가 번역해 주시면 정말 좋겠다, 고 언급했었는데 책이 나와 정말 반갑습니다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
반갑습니다! 이 책의 번역을 기다리신 분들이 상당히 많더라구요ㅎㅎ 그만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읽혔다는 것이겠지요. 저 또한 이 책의 번역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습니다. 번역가는 같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분류학에 대한 자세한 사정들을 알게 되면서 진짜 몰입이 잘 되는 책이었어요ㅎㅎ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째선지 우리가 움벨트에서 생명 세계의 질서를 감지하는 어떤 방식 때문에, 이명법이 우리에게는 가장 잘 맞는 느낌을 준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193, 캐럴 계숙 윤
민속 속이 흔히 표준적으로 통용되는 식별 기준으로 여겨진다는 점, 다시 말해 사람들이 생물을 묘사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용어라는 점을 들어 생각해볼 수 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01, 캐럴 계숙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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