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

D-29
저는 순서대로 읽어가는 중이라 앞의 두 편 먼저 읽었습니다. 응급처치를 읽으면서 저는,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나이 든 커플임이 분명한 이 두 사람이 궁금했어요. 넬과 티그는 어떤 사람들일까? 어떻게 살아왔을까? 응급처치 교육을 같이 받으러 다닐 만큼 사이가 원만하고, 자식들은 있지만 같이 살진 않는 것같고, 일상의 친구들도 같고... 그래서 아마도 작가 자신인 듯한 넬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첫번째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부분 넬의 말이 정말 와닿았어요. 짐작할 수 있고 예견할 수 있었다면 젊은 시절의 그 무모한 행동들을 어떻게 했겠나 싶어요. 저는 치밀하게 짜여진 이 분의 장편만 읽었는데 산문집같은 이런 단편도 참 좋네요.
저도 마지막 부분에 나온 인용해주신 구절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일 앞 부분에 나온 Tig와 딸이 응급실에 다녀온 후 "jovial mood"로 그들의 "adventure"에 대해 Nell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연결되었고요. 위험을 다 피하거나 극복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매 순간을 즐기면서 사는 건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었을까요?
How much waiting we used to do, she thinks. Waiting without knowing. So many blanks we couldn't fill in, so many mysteries. So little information.
숲속의 늙은 아이들 P. 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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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을린 두 남자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마지막까지 불에 탄 두 남자의 시체는 언제, 어떻게 등장할까 기대하며 읽었어요... 저는 너무 일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인가 봐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존의 집에서 프랑소와의 집으로 가는 길을 되짚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환하는 부분이었지요. 풍경에 대한 과하지않은 묘사가 너무도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한 구절구절 따라가며 저절로 그려지는 시골 산책길이 참 즐거웠어요. 나도 그런 산책길을 하나쯤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저도 그을린의 의미가 궁금했어요. 2차대전 중에 힘든 일을 겪은 존과 프랑수아의 삶을 의미하는 것같은데 잘은 모르겠어요.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는 장면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두 친구에 대한 넬의 애정, 존과 프랑수아의 우정은 왠지 눈물겹네요. 어떤 사람이 가진 치명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여전히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저에게 이 작품도 그렇고 그 다음 작품도 그렇고 어떤 이야기가 글로 씌여진다는 것, 씌여지고 싶은 욕망, 쓰고싶은 욕망 이런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되는 작품이었어요. 네 사람의 우정을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자신들의 과거사를 들려준 존과 프랑소와의 넬에 대한 신뢰도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소네트 18번(Shall I compare thee...) 마지막 부분에서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시 속에서 영원하리라... 뭐 이런부분도 생각이 났습니다.
... they also knew -indeed they trusted- that I would someday relate their lives for them. Why did they want this? Why does anyone? We resist the notion that we'll become mere handfuls of dust, so we wish to become words instead. Breath in the mouths of others.
숲속의 늙은 아이들 2. Two scorched men,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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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르트 드 스머지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스머지의 죽음] 이 글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는 '스머지- 우리 말로는 (무언가가 번진) 얼룩 정도 되겠지요?-'라는 이름의 고양이의 죽음, 테니슨이라는 시인이 중세 유럽 전설에 전해내려오는 영웅 아더왕의 일대기를 재해석해서 쓴 '아더왕의 죽음'이라는 시, 그리고 넬의 남편, 티그의 죽음이 되겠지요. 시는 번역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는데, 이 짧은 글에 프랑스어로 유명한 중세영웅의 일대기를 영국 빅토리안 시대에 영어시로 다시 쓰고, 그걸 다시 주인공을 고양이로 바꾼 것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번역을 해야하니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을까요. 넬에게는 스머지라는 고양이의 죽음이 영웅의 죽음만큼이나 안타깝고 애통해서 영웅시에 대입시킬 마음이 든 모양인데 써갈수록 도통 영웅의 생애와는 거리가 멀었던 고양이 스머지의 일생이 끼어든 이 시는 결국 애통함을 표현하기보다는 풍자나 농담에 가까와져버려서 결국 쓰레기통 행이 되고만 거 같아요. 아마 이 과정이 테니슨의 원작시 '아더왕의 죽음(Morte d'Arthur)를 알고 있는 영어권 독자들에게는 더욱 우스꽝스럽고 아이러니하게 다가왔겠지요? 한국문학으로 따지면 이순신 장군이 쓴 시 "한산섬 달 밝은 밤에..."를 고양이의 시각으로 바꾼 거 쯤 되려나요? 그렇게 눈물이 나면서도 웃음이 피식나는 전개가 이어지다가 티그의 죽음으로 연결되면서 1부 티그와 넬 부분이 끝을 맺습니다. 이 단편소설집은 애트우드가 평생의 동반자였던 남편을 먼저 보낸 후 그에게 바치는 책이라 들었는데 그런 감성이 처음과 끝을 차지하는 듯 하네요. 중간 부분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읽은 글 중에 저는 이 '스머지의 죽음'이 참 여러모로 다시 읽어볼 만한 구석이 많다고 느껴요. 애트우드는 단편소설도 하나의 줄거리, 하나의 구조로만 가지 않고, 여러 에피소드를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 걸쳐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솜씨가 참 빼어난 것 같습니다. 일주일 후에 1부에 대해 함께 나눌 대화가 궁금해지는 군요.
모르트 드 스머지가 고양이 스머지의 죽음이라는 해설을 읽자마자 또 작가들의 유난한 고양이 사랑 얘기인가보다 했어요. 저도 늙어가는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서 이미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려는 찰나에 이야기가 코믹으로 변하더니 티그의 죽음을 언급하면서 마무리돼서 갑자기 마음이 서늘해졌어요. 애도의 방식으로 시를 쓴다는 생각이 참 좋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자신이 시인이기도 한 작가의 자연스러운 전개같아요. 헤밍웨이가 자신의 고양이 크리스천이 죽었을 때 쓴 'To crazy Christian'이란 시도 떠올랐어요.
맞아요~! 이 작가는 나름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기억을 간직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황이 좀 엉뚱하기도하고 웃긱도 하지만 동시에 슬픈 상황을 이렇게 쓰다니하면서요~
애도의 방식으로 시를 쓸 수 있는 거 참 부럽지요? 이상하게도 한국어에서는 시가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언어권에서는 문학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시 몇 편은 외우곤 한다는데 한국에서는 3줄짜리 짧은 옛시조 한 수 외우기도 쉽지 않죠. 현대에 접어들어서는 엄격한 운율이 있는 시가 존재한 전통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국어시험에서 밑줄 쳐가며 분석을 외워야하는 걸로 시를 배워서 그런가 읽기도 힘들고 쓰기는 더 힘들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중고등학교 다닐 때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 더 그런것 같아요. 우리 작가든 외국작품이든 시와 소설을 제대로 감상하고 에세이도 써보는 수업을 해봐야 하는데 수능위주 시스템에선 교사가 그런 능력이 있어도 할 수가 없지요.
글 제일 처음에 넬이 아서왕에 대한 시에 스머지의 죽음을 대입해서 다시 썼다고하는 부분이랑, 다 쓰고나서 그걸 버리는 부분, 마지막에 티그의 죽음에 대한 예감이었나하면서 남편의 죽음을 언급하는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읽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4. 나의 사악한 어머니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드디어 책이 왔습니다! (저도 원서 도전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시녀이야기만 일부 본 게 전부인데 그 때 인상이 강렬해서 책도 읽어보고 싶다 생각하던 차에 모임 발견하고 책 주문했네요.^^ 랜덤하게 펼쳤는데 4번 작품 시작 페이지였고, 첫 문단부터 흥미로워 이것부터 읽기 시작합니다. "You're so evil," I said to my mother. I was fifteen, the talk back age. "I take that as a compliment," she said. "Yes, I'm evil, as others might define that term. But I use my evil powers only for good."
4편에 대한 글 답변이었는데 잘못 올려서 이렇게 썼었어요. ===================================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드문 용감한 엄마네요! 과연 저런 비슷한 대화를 피할 수 있는 모녀 관계가 가능할까요? 사이가 정말 나쁘면 저러지 않을 거 같은데요. ================== 다 읽고 나니 역시 절절한 사랑이 묻어나는 엄마 이야기였네요. 이 글의 엄마는 아마 애트우드의 엄마가 살던 시대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여자는 직업을 가지기 힘들었던 시대에 남편없이 혼자 딸을 키워내는 엄마의 모습이 마치 이해할 수 없는 비밀스런 능력을 가진 마녀의 모습처럼 비친 게 아닐까요? 엄마도 딸을 지키기 위해서 무서운 힘을 가진 마녀 흉내라도 내다가 그렇게 만들어 낸 이야기에 본인 스스로도 넘어가버린 것 같아요. 다른 건 다 이해해도 스케이스라는 체육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 정신질환에 가까운 강박, 망상에 가까운 듯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거든요. 저에게 애트우드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거미줄 짜듯 풀어내는 마녀 할머니의 이미지가 강한데 이렇게 마녀 엄마 이야기를 쓰셨다는게 참 잘 어울려요.
어제서야 4편을 다 읽었습니다. CTL님 말처럼 "엄마", 특히 혼자서 엄마의 역할을 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 깊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누군가 지켜봐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는 엄마의 말이 마음에 자꾸 남네요. 그와 동시에.. 그런 엄마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 대한 묘사에도 마음이 머무르고요. 불평불만을 하고 싸우면서도 엄마와 딸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는 것, 그것만으로 주인공 엄마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단편소설이고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읽는 속도가 나진 않네요.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줘서 그런것 같아요. 나의 사악한 어머니라니, 제목부터 시선을 끌어당겼어요. 이렇게 상상력 풍부하고 이야기도 잘 만들어내고(좀 심하게!)유머러스한 엄마는 10대 딸에게 좀 부담스러웠겠지요. 저는 독특해서 멋진 엄마라고 생각하지만요.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평범하고 상식적이라고 말하는 엄마들이 아무렇지않게 주는 상처에 고통받는 딸들도 많은 걸 보면 가족은 참 복잡한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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