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

D-29
Many in your world have the idea that there has been progress since my day, that people have to become more humane, that atrocities were rife back then but have diminished in your era, though I don’t know how anyone who has been playing attention can hold such a view.
숲속의 늙은 아이들 Death by Clamshell,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9. 아수라장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이 글은 마치 '시녀 이야기'의 한 부분 같아요. 아수라장의 설정은 '매드아담' 씨리즈에 나온 도시도 연상시키고요. 전반적인 글의 분위기는 제가 좋아하는 또다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Never let me go)'의 분위기도 납니다. 미래과학소설에서도 이미 현실에서 존재하는 기술을 이용해 미래를 상상한다는 애드우드답게 이미 코로나를 겪고 나니 이 글에서 말하는 세계가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오싹하게 다가오네요.
저도 시녀이야기, 증언들 생각났어요. 게임 설명에서는 헝거게임이나 오징어게임도 연상시키네요. 특정한 가정을 끝까지 밀고나가서 세계를 재창조하는 것이 작가들의 특권이자 능력인것 같아요. (디스토피아 소설 좋아합니다 ㅎㅎ) 진실은 극단적 상황에서 더 선명해 지니까요.
"One of the true luxuries of life was real coffee." 이 부분에서 조지 오웰의 <1984>에도 전체주의 정권 보급품인 저질의 "승리(victory) 커피"가 아니라 '진짜 커피'가 예전의 향수를 일깨우는 사치품으로 나오던게 생각나서 재미있었어요.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책을 보면 Ersatz coffee라고 각종 곡물, 도토리, 치커리 등을 갈아서 커피 비스무리하게 맛을 낸 가짜 커피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승리 커피"도 그걸 비튼 거고 그래서 여기서도 '진짜 커피'가 생활의 작은 것이지만 진짜와 가짜에서 큰 차이를 느끼게 하는 생활의 변화의 표상으로 쓰인 게 아닐까요?
작품 마지막에 감사의 말을 보면 이 작품의 초기 원고가 1986년, 즉 시녀 이야기가 출간된 지 1년 후에 토론토 스타에 발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시녀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시녀 이야기에 등장하는 애트우드가 고안한 성병인 R-strain syphilis가 여기도 나온다는 것이 한 예가 되겠지요. 시녀 이야기에서는 가부장적 디스토피아 사회라면 아수라장은 가모장이 주도하는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려낸 듯합니다.
시녀이야기를 읽은 지가 오래되어서 가부장적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한데 여러가지 예리한 포인트를 집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의 초기원고가 1986년이면 약 40년이 된 글도 다시 고쳐서 쓴다는 게 대단하네요. 자기 아이디어에 대한 애착이랄까... 한 번 완성하고나면 다시 손대고 싶지 않기도 할 것 같거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0. 윤회 또는 영혼의 여행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저는 이 글의 제목과 개요만 보고는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처럼 약간 유머스러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어쩌면 일종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달팽이의 생물학적인 특성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하셨겠구나 싶고.. 어쩌면 애트우드 아버지가 곤충학자여서 어릴 적 숲 속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했다니 그 때 달팽이를 들여다 본 기억으로 훗날 이야기의 소재를 삼았을까 싶기도 해요. 사람으로 살아야하는 달팽이의 독백 중에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고뇌와 다를 바 없는 내용도 있어서 결국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군요.
Why must I suffer? The ultimate puzzle. That is what it is to be human, I suppose: to question the terms of existence.
숲속의 늙은 아이들 p.15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저도 이 글 첫부분이 경쾌해서 달팽이의 시선으로 보는 발랄한 인간 비평인가보다 했어요. 달팽이 생태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면서요. 그런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왠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떠올랐어요. 자신이 나무라고 생각하는 여자와 자신이 달팽이라고 말하는 여자.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남자친구가 상추에 묻어온 달팽이를 변기물로 내려버리자 집을 나와 다리 밑 축축한 시멘트벽에 쪼그려앉아 땅 속으로 들어가서 겨울잠을 자겠다고 말하는 부분은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이 숲으로 들어가 나무처럼 되고싶어하는 장면과 겹쳐보였어요. 사실 채식주의자를 읽은 지 꽤 돼서 정확한 기억인지는 확실하지 않는데 저에게는 이미지가 같아보여요. 본인의 정체성과 다른 껍데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 저도 채식주의자 생각했어요!! 반가워요!! 저는 달팽이와 나무가 갖고있는 일종의 "무해함"의 이미지가 겹쳐보였어요. 폭력적(?)인 세상과 대비되는.... 육식을 거부하는 장면이라든지, 고객들에게서 걸려오는 불만섞인 전화들을 못견뎌하는 부분 등등 에서요. 애트우드는 '낯설게 하기'를 잘 하는것 같습니다. 달팽이의 시선으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네요. 그런 의미에서 @CTL 님이 수집하신 문장에 큰 울림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CTL님의 저 문장이 와닿았어요.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것은 아마도 인간만이 하는 것일 테지요.
채식주의자와 연관짓다니 정말 참신한 생각이네요. 이런 점이 함께 책을 읽는 묘미인 것 같아요.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던 것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 비행 - 심포지엄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이 글은 '역겨운 이'와 상당히 비슷한 설정과 분위기였어요. 사조로써의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 이 글의 세 화자의 대화가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Myrna가 계속 생각하는 언어의 문제와 혼자말은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여기서도 '역겨운 이'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중에 떠 있는 여자'의 이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상기시키면서 화제를 이어나가는 글솜씨가 돋보였어요. 저는 이번 단편소설집 '숲속의 늙은 아이들'을 읽어나가면서 애트우드가 페미니즘에 상당히 깊게 관여해 온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요, 작가 스스로가 작품에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쓴다고 말한 적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도 이 단편이 가장 덜 흥미로웠어요. CTL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언어에 대한 사유는 재밌었지만요. 애트우드가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최근의 젠더 관련 담론을 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그 담론에 동의하는 것과 동의어는 아니지만요. 애트우드를 국내에서 소개할 때 꼭 따라붙는 말이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라는 표현인데 그걸 읽을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들어요. 애트우드 자신은 스스로를 페미니즘 작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페미니즘을 의미하느냐 라고 반문하거든요(예를 들면 엠마 왓슨과의 인터뷰). 반면 앨리슨 먼로는 당신은 페미니스트 작가냐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그렇다 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시녀 이야기, 자전적 소설인 고양이 눈을 봐도 애트우드가 젊은 시절 서구를 휩쓸었던 제 2 물결 페미니즘에 대해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고 거리를 두는 게 보이거든요. 애트우드같이 지평이 넓은 작가를 어떤 ism 하나에 가둬두고 독서하는 것은 작가의 총 역량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와. @Britor 님 마지막 말씀 제가 평소에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명확히 언어로 표현해주셨네요. 공감합니다!
전 이 작품은 잘 모르겠었어요. 제 독해력이 부족한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ㅜㅠ 글 초반에 나오는 Chrissy가 썼다는 Airborne 책은 구상이 재밌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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