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

D-29
저는 이 글의 제목과 개요만 보고는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처럼 약간 유머스러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어쩌면 일종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달팽이의 생물학적인 특성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하셨겠구나 싶고.. 어쩌면 애트우드 아버지가 곤충학자여서 어릴 적 숲 속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했다니 그 때 달팽이를 들여다 본 기억으로 훗날 이야기의 소재를 삼았을까 싶기도 해요. 사람으로 살아야하는 달팽이의 독백 중에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고뇌와 다를 바 없는 내용도 있어서 결국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군요.
Why must I suffer? The ultimate puzzle. That is what it is to be human, I suppose: to question the terms of existence.
숲속의 늙은 아이들 p.15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저도 이 글 첫부분이 경쾌해서 달팽이의 시선으로 보는 발랄한 인간 비평인가보다 했어요. 달팽이 생태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면서요. 그런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왠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떠올랐어요. 자신이 나무라고 생각하는 여자와 자신이 달팽이라고 말하는 여자.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남자친구가 상추에 묻어온 달팽이를 변기물로 내려버리자 집을 나와 다리 밑 축축한 시멘트벽에 쪼그려앉아 땅 속으로 들어가서 겨울잠을 자겠다고 말하는 부분은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이 숲으로 들어가 나무처럼 되고싶어하는 장면과 겹쳐보였어요. 사실 채식주의자를 읽은 지 꽤 돼서 정확한 기억인지는 확실하지 않는데 저에게는 이미지가 같아보여요. 본인의 정체성과 다른 껍데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 저도 채식주의자 생각했어요!! 반가워요!! 저는 달팽이와 나무가 갖고있는 일종의 "무해함"의 이미지가 겹쳐보였어요. 폭력적(?)인 세상과 대비되는.... 육식을 거부하는 장면이라든지, 고객들에게서 걸려오는 불만섞인 전화들을 못견뎌하는 부분 등등 에서요. 애트우드는 '낯설게 하기'를 잘 하는것 같습니다. 달팽이의 시선으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네요. 그런 의미에서 @CTL 님이 수집하신 문장에 큰 울림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CTL님의 저 문장이 와닿았어요.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것은 아마도 인간만이 하는 것일 테지요.
채식주의자와 연관짓다니 정말 참신한 생각이네요. 이런 점이 함께 책을 읽는 묘미인 것 같아요.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던 것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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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비행 - 심포지엄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이 글은 '역겨운 이'와 상당히 비슷한 설정과 분위기였어요. 사조로써의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 이 글의 세 화자의 대화가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Myrna가 계속 생각하는 언어의 문제와 혼자말은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여기서도 '역겨운 이'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중에 떠 있는 여자'의 이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상기시키면서 화제를 이어나가는 글솜씨가 돋보였어요. 저는 이번 단편소설집 '숲속의 늙은 아이들'을 읽어나가면서 애트우드가 페미니즘에 상당히 깊게 관여해 온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요, 작가 스스로가 작품에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쓴다고 말한 적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도 이 단편이 가장 덜 흥미로웠어요. CTL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언어에 대한 사유는 재밌었지만요. 애트우드가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최근의 젠더 관련 담론을 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그 담론에 동의하는 것과 동의어는 아니지만요. 애트우드를 국내에서 소개할 때 꼭 따라붙는 말이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라는 표현인데 그걸 읽을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들어요. 애트우드 자신은 스스로를 페미니즘 작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페미니즘을 의미하느냐 라고 반문하거든요(예를 들면 엠마 왓슨과의 인터뷰). 반면 앨리슨 먼로는 당신은 페미니스트 작가냐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그렇다 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시녀 이야기, 자전적 소설인 고양이 눈을 봐도 애트우드가 젊은 시절 서구를 휩쓸었던 제 2 물결 페미니즘에 대해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고 거리를 두는 게 보이거든요. 애트우드같이 지평이 넓은 작가를 어떤 ism 하나에 가둬두고 독서하는 것은 작가의 총 역량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와. @Britor 님 마지막 말씀 제가 평소에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명확히 언어로 표현해주셨네요. 공감합니다!
전 이 작품은 잘 모르겠었어요. 제 독해력이 부족한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ㅜㅠ 글 초반에 나오는 Chrissy가 썼다는 Airborne 책은 구상이 재밌다 정도.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 지식이 부족해서 제 느낌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이 글은 페미니즘에 대한 약간의 비꼬임이 있는 글 같아요. 세 명의 화자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각자의 직장이 삼류, 이류, 일류 대학에서 일하다 은퇴하고, 마지막에 뒤늦게 부른 친구는 아직 현직의 잘 나가는 학장으로 묘사한 부분이나 페미니스트들을 젊은층, 한물 간 층으로 대조시키는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이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페미니즘의 사조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하지 않나 싶었어요.
저도 유일하게 읽다가 그만둔 작품이 이거였어요. 너무 사변적이고 한 시대를 같이 지낸 그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랄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단편집이니 골고루 다 좋을 순 없겠지 생각하고 패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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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먼지투성이 점심 식사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저는 먼지투성이 점심 식사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실제 인물인 마사 겔혼의 편지가 작품 속에 나왔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겔혼의 전보 형식 기사를 옮기다가 넬의 문체 자체도 의식의 흐름처럼 옮아가는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저도 인상적으르 읽었어요. 넬이 집요하다싶을 만큼 티그 아버지가 남긴 서류들을 읽고 맥락을 되집고 그 빈틈을 궁금해하는 모든 행위가 한 사람을 제대로 기억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작가의 애도방식이랄까요.
케이크 바구니를 물려받는 이런 집안에서 쾌활한 준장씨가 태어났다. 넬은 1908년부터 세어본다. 그녀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이처럼 세어본다. 그녀와 만나기 전 그들이 어떤 사건들을 거쳐왔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 열 살이었는가? 언제 열 다섯 살이었고, 언제 서른 살이었는가?
숲속의 늙은 아이들 P.323 먼지투성이 점심식사 중에서,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흠. 또 war trauma 이야기군. 하고 심드렁하게 읽었는데 @Britor 님, @Mago 님 평 보고 다시 읽으니 제가 초독할때 놓쳤던 깊은 맛이 느껴지네요. 꺼진불도(책도?!) 다시보게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정말 점심 식사 동안에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했는데, 전쟁터 이동 막사에서 먹는 먼지덮인 점심식사처럼 이 이야기는 온통 먼지덮인 이야기처럼 모호하네요. 2차대전을 겪는 캐나다인들의 입장, 마싸 겔혼이라는 저는 잘 몰랐던 인물과의 연관성, 남편의 흔적들을 찾아가다 시아버지의 과거까지 따라가보게되는 심정... 이 모든 게 다소 모호하고 멀게만 느껴져서 좀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저에게는 솔직히 이 책에 실린 글 중 제일 지루하게 느껴진 글이었어요. 전쟁의 기억을 다룬 같은 글이지만  두번째 글, Two Scorched Men이 훨씬 더 흡인력이 있었어요. 책에서 좀 손을 놓았다가 읽어서 그럴까요... 3부의 모든 글들이 약간 이미 충분히 설명한 감정을 계속 재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박완서 씨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때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련하게 다가오지만 그의 작품들을 연이어 읽다보면 같은 소재들의 다양한 변주로 여기기에는 너무 반복적이라 아쉬운 느낌이랄까? 이에 대해서는 마지막날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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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과부들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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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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