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변화의 세기>

D-29
16세기 동안 유럽 인구는 3분의 1 이상 증가하여 약 1억 1,100만 명이 되었다. 이로써 유럽 대륙의 인구밀도는 1300년만큼 높아졌다. 유럽 정부 가운데 먹여 살릴 인구가 늘어날 상황에 대비한 나라는 없었으므로, 유럽에는 곧 폭력이 만연했다. 농사를 망쳐 절박해진 사람들은 교수형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축이나 빵을 훔쳤다. 프랑스에서는 영주들이 영지에 폭정 수준으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봉건 영주들이 도적 떼를 이끌었다. 유럽 전역에서 혁명과 반란이 일어났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291,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 존재하던, 겉보기엔 덜 세련된 토착 문화는 유럽 지식인들에게 새롭고 중요한 질문을 제기했다. 정형화된 결혼, 지폐, 토지 소유권이 없는 사회는 인류가 한때 '에덴동산'에서 원시적인 형태로 살았다는 성경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듯했다. 유럽인들은 유럽 사회를 돌아보며 - 그리고 총포와 인쇄된 책, 지난 100년 동안 과학과 항해 분야에서 이룬 업적을 보며 - 자신들이 인류 본연의 상태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고 있는지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발달한 것과 원시적인 것을 나란히 놓고 보면서 유럽 철학자들은 법과 도덕 문제를 재고하기 시작했다. 인류 전체를 지배했던 자연 법칙은 무엇이었을까? 인류는 대체 어떻게 남녀가 각자 개인적 욕구를 따르던 자연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에 동의하는 도덕적인 상태로 발전했을까?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292,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아이러니는 유럽인들이 한편으로 자유에 관한 사상을 발전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 원주민들을 강제로 노예화함으로써 자유를 없애느라 바빴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에도 불구하고 신대륙의 번영에 관한 이야기는 유럽에서의 삶에 신선하고 자유주의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결국 18세기와 19세기에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다시금 수출될 사상을 태어나게 했으며,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가 영국과 스페인의 식민지 통치자들에 대항하여 자유를 쟁취하는 투쟁을 촉발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294-295,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상위 중산층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높은 사회적 위치를 강조하려 애썼다. 이들은 최신 유행에 맞춰 옷을 입었으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연극이나 오페라를 보러 다녔으며 사교 활동을 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여행을 다녔다. 이들은 자택에 최신식 물건을 가능한 한 최대한 갖추어 두려고 했다. ...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교육 수준에 자부심이 있었으며, 견문을 넓히기 위해 널리 여행을 다녔다. ... 이들은 먹고 마시는 것에도 심취했다. ... 여러 면에서 볼 때, 현대적인 삶의 모형을 만든 것은 바로 이 도시 계층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297-298,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중산 계급이 한순간에 완성된 형태로 등장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여러 면에서 볼 때, 17세기 후반의 소비주의는 18세기와 19세기에 더 대규모로 일어난 사회적 이동의 서막에 불과했다. 그러나 17세기에는 유럽 사회 구조의 허리 부분이 부풀어 올랐다. 그것도 엄격한 사회적 통제라는 허리띠가 있었음에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300,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홉스의 사회계약론에서 전쟁 수행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17세기는 세속적 물질주의를 향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였다. 이전 세기에는 전투의 결과가 하느님의 뜻이라고 여겼으나, 17세기에는 전투의 결과가 지휘관이 그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전투를 얼마나 잘 혹은 잘못 수행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여겼다. 다른 측면에서도 17세기는 미신의 급격한 감소와 그에 상응하는 과학적 합리성의 부상, 폭력의 지속적 감소를 통해 근대 세계의 시작을 알린 듯하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300,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세계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법이 17세기의 가장 큰 업적으로 느껴진다면, 우리는 이 시기에 수만 명이 유럽 전역의 마녀의 집과 화형대, 교수대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301,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병자호란 무렵이 소빙하기라 엄동설한에 머리를 땅에 박고 절을 해야했던 인조는 정말정말 추웠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의 17세기에 수백만을 기근으로 죽게 한 원인으로 소빙하기가 나오더군요. 이언 모티머도 언급했듯이, 이 시기는 잉글랜드, 스페인, 네델란드에서 최고의 예술 작품들이 쏟아진 시대였고, 오늘날표준이 된 과학적 방법론이 나왔던 시대이자, 권리장전으로 대변되는 민주주의의 기초가 수립된 시대인지라 이토록 혹독한 시대였다는 것을 쉽게 떠올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질풍노도의 시기라 놀랐고, 17세기 파리에서의 기대 수명이 23세, 잉글랜드는 25-35세라는 부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17세기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후대에도 전해졌다. 살아남고 출세하기 위해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세상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17세기 잉글랜드 시인 앤드루 마블의 유명한 말을 바꾸어 말하면, 17세기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세상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음을 알았다. 17세기 사람들은 어떻게든 기회를 잡고, 혁신하고, 실험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제해야 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67,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오손 웰스 영화의 에서 대사에 나왔던 ‘스위스의 뻐꾸기 시계’ 이야기는 단순 우스갯소리만이 아닌 게,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각각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이 일어난 이유는, 바로 이 두 나라가 유럽에서 가징 늦게 통일이 되어서 긴 세월동안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이 이어졌던 덕분(?)이라고 하더라구요. 특히, 프랑스는 좀 더 일찍 중앙집권이 되어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같은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였다고… 같은 맥락으로 17세기 유럽의 혹독한 상황과 여러 분야에서의 혁명은, 역사란 무엇인가, 변화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책은 세기마다 마지막에 변화의 주체를 한 명씩 제시하면서 정리해주는데 - 읽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17세기부터는 변화의 주체 단 한 사람이 갈릴레오? 17세기를 통털어서 갈릴레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상이 본격적으로 팽창하고 세계화되면서 점점 다각화, 다양화되는 근대 시기부터는 변화의 주체로 한 사람만을 지목한다는 게 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봤습니다.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그래서, 저자도 가끔 무리한 시도라고 자학하면서도 꾸역꾸역 한 명씩 선택해보고는 하지요. 하지만, 저는 18세기, 19세기, 20세기는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었어요.
권리 장전이 제정된 후 군주는 더는 법이나 의회 활동에 개입할 수 없었다. 이제 군주는 의회의 승인 없이 자신의 군대를 징집하거나 세금을 부과할 수 없었으며, 잔인하거나 이례적인 형벌을 사용하거나 승인할 수 없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94,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16세기 편에서 꼭 언급했어야 할 책(사실, 이런 식이면 추천 책 목록이 끝없이 이어지겠지만)을 빠뜨린 게 갑자기 생각나서 언급합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역사학자 카를로 긴츠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문학과지성사)입니다. 긴부르그는 이른바 '미시사'의 거장으로 알려진 유명한 역사학자입니다. 『치즈와 구더기』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촌부 '메노키아'에게 초점을 맞춰서 그가 당시에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어떻게 새로운 세계관을 조심스럽게 형성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기존의 세계관과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추적합니다. 메노키아가 1599년에 이단으로 몰려서 화형당했으니 그 역시 비극적인 '16세기 인물'인 셈이네요. 그리고,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책 한 권도 추천합니다. 역사학자 장문석의 『토리노 멜랑콜리』(문학과지성사). 장문석 선생님은 이탈리아 현대사와 파시즘 연구로 유명한 분이시죠.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역사학자입니다.) 『토리노 멜랑콜리』는 이탈리아의 도시 토리노를 무대로 이탈리아 현대사의 장면과 인물을 모자이크처럼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는 올해 읽은 에세이 가운데서는 가장 울림이 큰 책이었어요. 이 『토리노 멜랑콜리』의 앞부분에 토리노의 유서 깊은 지식인 가문이자 반파시스트 운동의 선봉에 섰던 긴츠부르그 가문 얘기가 나옵니다. 네, 카를로 긴츠부르그가 바로 이 책에서 언급한 긴츠부르그 부부의 아들이랍니다. 연말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변화의 세기』의 20세기 편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20세기 역사학의 흐름을 바꿔놓은 미시사 및 미시사 방법론의 선구적 업적이자 교과서로 불리는 책. 저자 진즈부르그는 16세기 이탈리아의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를 통해 당대의 이데올로기와 심성, 문화, 사회 변동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토리노 멜랑콜리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탈리아사 및 유럽 현대사를 연구해온 서울대 서양사학과 장문석 교수의 신작으로, 멜랑콜리의 도시, 혹은 “이탈리아의 디트로이트/이탈리아의 페트로그라드”라고 불렸던 토리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는 <치즈와 구더기> 이야기를 주경철의 <일요일의 역사가>에서 읽었어요. 해당 챕터 들어가는 부분이 (serendipity의 유래) 너무 인상적이어서 정작 치즈와 구더기 본론은 가물가물 하네요. <토리노 멜랑콜리>는 보관함에 넣어 두었는데 먼저 읽어보신 YG님께서 권하시니 조만간 장바구니로 옮겨 놓아야 겠습니다.
<치즈와 구더기> 제 책장에 10년 넘게 안 읽은 채로 있네요....( '') 몇 번 시도해 본 적 있는데 잘 안읽혀서 덮어두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책이란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어서, 차마 처분하지는 못하고..ㅎㅎ)
@도원 님! 『치즈와 구더기』 읽기 쉬운 책은 아니죠. :) 저도 책이 갑자기 읽히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이럴 때는 조금 가벼운 책이 좋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7일)부터 토요일(18일), 일요일(19일) 주말까지는 18세기 편을 읽습니다. 18세기 편에서는 근대 운송과 통신의 탄생, 농업 생산성 증가, 계몽주의/자유주의 그리고 중요한 산업 혁명과 프랑스 혁명과 같은 정치 혁명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중요한 세기의 여러 내용을 요령 있게 정리하고 있어서 저로서는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천천히 읽으면서 18세기를 정리해보면 좋겠습니다.
일단 먼저 권하고 싶은 책부터. 프랑스 혁명을 중심에 놓고서 현대 민주주의의 탄생 과정을 지성사로 고찰한 좋은 책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연법, 대의제 등이 18세기에 어떤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책인데요. 최신의 지성사 연구 성과와 저자의 도발적인 견해까지 곁들여진 아주 좋은 책이라서 꼭 18세기 편을 정리하면서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연법, 인민주권, 자유국가, 대의제 등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는 여러 생각들의 역사적 경로를 추적한 책이다.
프랑스 혁명사를 놓고서는 국내 학자의 야심찬 시도가 있습니다. 역사학자 주명철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여문책). 저도 아직 열 권 완독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만, 앞에서 언급한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창비)도 그랬듯이 우리 학자의 시선으로 근대의 탄생을 정리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Liberte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1~10 세트 - 전10권주명철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저서와 번역서가 나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처럼 혁명이 시작된 1789년부터 테르미도르 반동이 일어난 1794년까지를 무려 10권에 세밀히 다루려는 저작은 아직까지 출판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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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계속 책읽기 by Ki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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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한 인간과 한 사회를 변화시킨다
[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도서 증정] 1,096쪽 『비잔티움 문명』 편집자와 함께 완독해요[도서 증정] 소설『금지된 일기장』 새해부터 일기 쓰며 함께 읽어요!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정보라
[책방연희 북클럽] 정보라, 최의택 작가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읽기[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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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5. 근방에 작가가 너무 많사오니, 읽기에서 쓰기로 @수북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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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논어》 혼자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코스모스>를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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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식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소설로 읽는 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심는 작은 씨앗
[루멘렉투라/도서 증정] 나의 첫, 브랜딩 레슨 -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아요.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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