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변화의 세기>

D-29
우리 삶을 바꾼 변화가 모두 가장 극적인 변화는 아니며, 가장 극적인 변화가 가장 위대한 업적임을 뜻하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20세기에 진정으로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여기는 것들은 안락함과 효율성, 속도와 사치스러움 측면에서 차이를 만든 것들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20세기 서양에서는 삶의 환경 측면에서 세 가지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세계화가 일어나고, 대량 살상의 위험성이 등장하고, 우리가 지속 불가능한 생활수준에 도달한 것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다른 모임에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고 있는데요. <변화의 세기> 20세기를 읽으면서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씁쓸하고 아이러니하지만요. 원자폭탄의 책임이 영화만 봤을 때는 과학자에게 있는 줄로 생각했다가, 저 책을 읽고 정치권력의 책임인줄 생각했다가, <변화의 세기>를 읽고는 전쟁의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개발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들이 많다는 '아이러니함'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쟁이 점점 더 치명적으로 변해가는 것이야말로 인류문명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는 과학자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이 잠재적인 아마겟돈(지구 종말)을 의도적으로 고안했다는 사실이다."(436p)
절대 군주적 권력과 사회계급, 종교교리가 결합하면서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전쟁과 잔학행위가 일어났다. 하지만 그 가운데 무엇도 20세기의 민주주의와 과학의 연합처럼 인류를 완전히 말살시킬 위협이 된 적은 없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 437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중세인의 마음속에서는 현재만이 끝없이 이어졌을 뿐, 미래도 과거도 없었다. 그러나 16세기부터 사람들은 점차 과거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18세기에는 튀르고와 콩도르세가 서구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관념을 ‘진보’라는 개념으로 나타냈는데, 진보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 실제로 미래에 관한 비전은 대부분 행복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말았다. 진보를 믿던 수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고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났다. 대체 어떻게 이토록 많은 계몽국가와 제국들이 서로에게 그토록 끔찍한 파괴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우월해야 마땅한 현대 시대가. 지난 500년 동안 있었던 미신과 계급제로 가득한 그 어떤 극악무도한 체제들보다 인간 세상에 더 큰 파멸을 불러오지 않았는가?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456~458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20세기에 관한 장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전쟁과 관련된 궁극적 아이러니와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누구보다 많은 생명을 구한 사람이 동시에 수백만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버의 발명품을 응용하여 파괴적 용도로 쓴 책임이 본질적으로 하버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하버는 단지 그의 정치적 주인을 기쁘게 하고자 봉사한 과학자에 불과했다. 잘못의 주체는 대량 학살과 전쟁의 문을 연 정치인들이었다. 결과적으로 20세기 변화의 주체는 아돌프 히틀러가 되어야 한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은 히틀러 때문이었다.~원자폭탄을 만들겠다는 히틀러의 위협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미국 정부를 밀어붙여 맨해튼 계획을 실행했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듯,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은 우주 탐험부터 페니실린 사용에 이르기까지, 20세기 후반기에 커다란 이로움을 준 엄청난 과학 기술 발전과 의학 발전을 낳았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 466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20세기를 읽는 일은 상당히 안타깝고도 쓸쓸한 독서였습니다. 20세기는 전쟁의 그림자가 너무 파괴적이어서, 인간의 이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전 세기가 산산조각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도 생각나고 말이죠.
전쟁이 점점 더 치명적으로 변해가는 것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436,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대체 어떻게 이토록 많은 계몽 국가와 제국들이 서로에게 그토록 끔찍한 파괴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458,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그리고 헤겔도, 마르크스도, 후쿠야마도 모두 틀렸다는 지점은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
헤겔은 자유주의적 가치가 계속해서 우위를 점할 것이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가장 유익한 형태의 정부를 채택함에 따라 '역사의 종말'이 찾아올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카를 마르크스에게 가장 유익한 형태의 정부란 물론 사회주의였다. 사회주의 국가야말로 인류가 바라 마지않는 진보의 최종 산물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마르크스 혼자가 아니었다. 20세기 말에는 역사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서구가 그린 궤적을 살펴보며 나머지 세계의 국가들이 점차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456,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제가 앞으로 21세기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감각을 기를 수 있는 책도 몇 권 언급하면서 모임을 마무리해볼 생각인데요. @소피아 님 말씀 듣고 나니까, 최근에 나온 책 한 권이 떠오르네요. 서울대학교에서 서아시아 연구자로 학문 경력을 쌓고 있는 (아주 젊은!) 역사학자 임명묵 선생님이 낸 새 책입니다. 헤겔, 마르크스가 19세기에 꿈꿨던 '역사의 종언', 1991년 소련이 몰락하고 나서 후쿠야마가 꿈꿨던 '자유주의의 승리, 역사의 종언'이 21세기 어떻게 배반당하고 있는지를 증언하는 책입니다. 1991년 소련 몰락 이후부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를 넓은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이번 주에 나온 최신간이라서 저는 주말에 읽어볼 참입니다.)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 - 자유주의의 황혼, 그리고 러시아의 귀환임명묵 작가의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 두 권의 인상적인 전작들을 통해 주목할 만한 신예 인문/사회과학 작가로 자리매김한 저자가 탄탄한 전문성과 필력으로 러시아라는 세계를 탐구해 나간다.
몇년 전에 러시아사와 정세에 관련해서 이것저것 읽었고, 한동안 뜸했다가 최근에 실라 피츠패트릭의 <아주 짧은 소련사>를 사두었는데, 좋은 짝을 이루는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의 20세기 편에서는 변방으로 거의 언급도 되지 않은 곳 가운데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몰락과 틔르키예가 있습니다. 저도 사실 몰랐었는데, 최근에 튀르키예 작가 쥴퓌 리바넬리의 소설 『세레나데』(문학과지성사)를 읽고서, 제2차 세계 대전이 독일, 유대인 그리고 튀르키예의 현대사에 미친 영향까지를 조망할 수 있었어요. 읽기 어렵지 않고, 리바넬리라는 작가의 입문용 소설로도 좋으니 꼭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세레나데튀르키예의 행동하는 양심 쥴퓌 리바넬리의 대표작. 전쟁의 혼란 속에 국가와 정치 권력이 자행한 악행을 추적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00년 이전에는 수요와 공급의 힘이 특정 국가들 사이에서만 영향을 미쳤으나, 2000년에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화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큰 변화는 내연기관의 확산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422-423 ch. 20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20세기에 운송 부분에서 일어나 또 다른 큰 변화는 항공 여행의 출현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424,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서구가 주도하는 세계 운송망의 변혁은 단순히 자본주의와 비즈니스 정장이 수출되는 것보다 훨씬 큰 결과를 불러왔다. 서방세계 대부분은 자신들의 세속적이고, 민주적이고, 물질적이고, 평등주의적이고, 도덕적 자유주의의 가치들을 문명의 정점이자 정수로 여기며, 이를 나머지 세계에 부여하려고 노력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429,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내가 보기에 20세기 서양에서는 삶의 환경 측면에서 세 가지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세계화가 일어나고, 대량 살상의 위험성이 등장하고, 우리가 지속 불가능한 생활수준에 도달한 것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462,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1월 24일)부터 주말(11월 25일, 26일)에는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이 책의 ‘결론: 어떤 세기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는가?’와 ‘맺음말: 이것이 왜 중요한가?’는 본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난 1,000년의 역사를 살펴본 이유가 그저 지식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고, 나아가 미래를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함이니까요. 사실, 개인적으로 ‘결론’과 ‘맺음말’을 보고서 이언 모티머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썩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읽자고 제안하기도 했답니다. 여러분도 한번 살펴보시고 남은 시간 동안 서로 의견 나눠보면 좋겠어요.
이제 도전은 확장이 아니라 자기 억제다. 모든 것을 정복하려 드는 남성들이 잘 해내지 못하는, 자기 억제가 필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인간의 본능이 우리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 직면한 적이 없다. 우리 본능이 늘 우리 이익에 부합하고 우리 유전자의 생존에 이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마주한 경계는 지평선이나 우주에 있는 경계가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경계다 .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512쪽,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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