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책 증정(선착순)] 윤고은 《불타는 작품》 함께 읽고 이야기해요!

D-29
올해의 작가상 후보 넷 중 하나가 됐을 때 내 나이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그때는 내 인생의 몇 페이지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서 있는 지점은 오래전에 운 좋게 통과했다고 생각했던 그 예전 페이지였다. 페이지의 교란이 있었던 것처럼 다시 그 불안과 초조 속에 놓인 것이다. 조금 더 무뎌진 채로.
불타는 작품 p.47, 윤고은
게다가 저기 보이는 HQLLYWQQD는 아마도 이 순간밖에 못 볼 풍경이지 않은가. 난입한 알파벳이 하필 Q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했다. 로버트 재단에서는 바로 내 차례부터 무료한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내가 몸으로든 영혼으로든 충분히 누려 작품에 반영해야 할 도시의 이름이 Q였다. 저 Q가 그 Q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내겐 특별하게 다가오는 눈앞 광경이었다. 한편으로는 한 발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저런 아이디어로 작품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뒷북이랄까. 어쨌든 그 입간판 사진을 최 부장에게 전송하는 여유도 회복했다.
불타는 작품 p.72-73, 윤고은
이렇게 모든 것의 제자리가 있는데 정작 내 자리는 아주 희미해 보였다. 방이 나를 뱉어내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껴진 건 곳곳에서 사소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그러나 사소한 게 아닌) 무신경의 혼적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책상 위의 탁상 달력 같은 것. 그것은 이미 네 달이나 뒤로 넘겨진 채 11월 4일에 동그라미를 달고 있기까지 했다. 나는 퇴실 날짜를 그렇게 눈으로 확인한 후, 달력을 몇 장 앞으로 되감아 지금 이 시점이 되도록 해야만 했다. 누군가를 초대했다면, 그리고 이렇게 탁상 달력을 올려뒀다면 당연히 오늘 날짜가 보이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베개 높이를 다섯 단계로 나눠 제공하려는 섬세함에 비하면 이런 부분은 너무 무신경해서 마치 일부러 무례를 선택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불타는 작품 p.112-113, 윤고은
얼마 전에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을 표지로 사용한 시집 몇 권을 읽어서 그런지 아는 예술가의 이름이 나와 더 반가웠네요 ㅎㅎ
완독했습니다. 예술의 가치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저자의 질문이 이 작품의 주제라는 것은 이해가 가고, 이와 더불어 작품 속에서 무엇인 진짜이고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졌는데 질문의 답을 상당 부분 독자에게 던지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 부분은 다음주에)
5장까지 읽었습니다. 내일이면 다 읽을 것 같네요. 흥미진진한 소설이예요. 예술가가 예술을 하는 방식이나 예술가가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 등도 인상깊게 느껴졌고, 역시 궁금한 부분은 로버트의 실체.....ㅎㅎ
5장을 읽었습니다. 눈이란 눈이 모두 안이지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래서야 어디 부담스러워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책에서의 표현처럼 영감의 과잉 시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예술의 윤리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장이었습니다.
작가가 사랑하는 작품을 로버트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을 작가가 사랑하게 되는 구조겠죠. 어떤 경우에든 작가는 사랑하는 걸 불태울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결국 그것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불타는 작품 p186, 윤고은
이 문장을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곱씹게 되네요. ㅎㅎ
의사소통에 언어 그 자체보다 비언어적인 표현이 과반수를 차지한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들이 존재하긴 합니다만 이종의 개와 소통한다는 게 쉽진 않았을 거 같아요.
5장부터 소설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안이지 작가의 마음에 몰입하며 읽다 보니 당연하게 소각해야겠지 라고 생각했던 작품에 미련이 생기고 사랑하는 걸 불태울 수밖에 없는 창작자의 마음이 와닿는 것 같아요.
6월 16일 새벽 4시에 그랜드캐니언의 절벽에서 프로포즈를 한다는 것은 급박한 상황인데 3백번째 손님이 돌연 예약을 취소했다? 이것은 흥미진진해 지는 설정이 아니면 그 뭐죠? 아아 점입가경입니다.
나는 전시회에 다녀오면 거기서 벗어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합니다. 출구가 몇 겹의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나는 예술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막다른 골목이지만, 꿈으로 넘어가서 계속 얘기하자고 말하는 마음, 그게 예술가가 우리에게 심어주는 빛이죠. 안이지 작가님, 당신의 전시가 끝난 후에도 나는 한동안 당신 작품 속에 살고 있을 겁니다.
불타는 작품 147~148, 윤고은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소각되어도 상관없는 작품을 만든다는 게 말은 쉽지만 그런 목적으로 시작했다가도 작가의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것. 그걸 놓쳤던 것이다. 정말 그랬다. 한 작품을 소각용 제물로 삼음으로써 다른 작품들을 화염의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소각용 제물을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 로버트를 유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중에 그 작품을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고, 그러다 정이 들어버렸다
불타는 작품 259, 윤고은
어떤 사람들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고치면서 매일을 살아나간다. 발트만이 그런 인물이었다. 이미 지나온 삶에 대해 뒤늦게 꿈꾸는 것이 무모한 일일까. 이미 흘러간 시간은 바꿀 수 없는 것이므로 영 가망없는 일일까
불타는 작품 292, 윤고은
6장을 읽었습니다. 6장을 읽으니 어쩐지 로버트가 그동안 로버트 재단에서 후원한 예술가들과 다르지 않은 처지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후원을 받는 예술가들은 그나마 계약 기간이있는데, 로버트의 계약 기간은 영구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신도 '슈퍼카'를 타고 떠나고 싶다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읽혔습니다. 예술과 노동, 현대인의 삶의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이지 작가의 아홉 개 작품 방어를 축하!
완독하고 후원받은 예술가들의 계약 기간과 로버트의 계약 기간에 관해 생각해보니 밉살맞게만 생각했던 로버트도 어쩐지 짠하고 애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김고은 작가님 이제까지 9작품을 쓰셨을까요? 🤔
윤고은 작가님이 몇 작품을 쓰셨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작품 수로 따지면 더 많을 듯 합니다. 장편 외에도 옴니버스나 앤솔러지 책에 작가님의 짧은 소설들이 실렸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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