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벌레 이야기]

D-29
[용소고]를 끝냈습니다. 어릴 적 살던 마을의 방두천이라는 인물을 화자가 떠올렸을 때 저는 한때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흔하게 사람들 입에 오르는 '혜자스럽다'와 '창렬스럽다'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악의 표상이든 뭐든 어떤 현상을 대표해 인물을 내세우는 건 쉽고 이해가 빠른 법입니다. 그러나, [용소고]를 쓴 작가의 의도는 그보다 훨씬 짙습니다. - 사람들은 때로 악을 내치고 선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지혜를 발휘할 때가 있지. 저주와 경계와 응징의 대상으로 그 방두천을 상징적 표상으로 삼은 것처럼. 그러나 그러한 설화성 표상은 그것을 낳게 한 실재 인물의 정체가 드러나면 그 표상으로서의 구실은 더 못하게 되고 말지. 실재의 인물이 그 상징적 표상성을 죽여버리고 마니까..... > 전설적 영웅으로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장강수는 갑작스런 출현에 이어 무례하기 그지없던 술자리 행패로 인해 결국 오해로 비롯된 그의 위상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이십 년전 그가 내쫓은 깡패들과 다를 바 없이 마을에서 내몰립니다. 그의 행패가 아니었어도 어쩌면 그는 마을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됐을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반드시 완독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특히나 단편은 길지 않으니 손에 잡으면 한 시간 안에도 '완독'을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내려 애쓰는 수고는 독자로서 즐겁고 흐뭇한 경험입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소설 속 인물들이 마주하거나 느끼는 감정이나 관계 속의 흐름에서 의미를 깨닫는 행위는 읽는 사람에게 마치 광합성 작용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햇빛과 바람과 비를 맞은 나무는 살아있는 한 성장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세월의 덫] 어릴 적 헤어진 자매가 30년쯤의 세월이 흐른 후 만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1970년대에 시작한 시골 마을의 새마을운동이 모든 사람을 부유하게 만든 건 아닙니다. 어른 위주로 벌어진 경제활동은 부모가 없는 아동들에게는 아무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나중에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난 이들에게 주는 작가의 조언입니다. - ...... 하고 보니 우린 그동안 아까운 세월만 잃고 이제 겨우 그 옛날로 다시 돌아가게 된 격이구나. 하지만 이제는 서로 헤어져 떠나서도 이리 헛될 뿐인 것을 알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우리 함께 그 야속했던 세월을 두 곱절로 벌충해 살자꾸나. 우리가 이렇게 누리고 지은 것 없이 서로가 빈손으로 만났을수록에......
마지막 소설 [누군들 초장부터 꾼으로 태어나랴]입니다. '꾼'이라고 하면...사냥꾼, 사기꾼, 장사꾼, 심부름꾼 정도가 저는 떠오릅니다. '꾼'의 사전적 해석은 '어떤 일에 재주가 뛰어나거나 이를 매우 즐기는 사람,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 일을 즐겨하는 사람'등 입니다. 소설의 소재는 1990년대 제1차 한우파동입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자식 둘을 도시인이 되라며 보낸 한량과 그런 아버지께 도시생활의 고단함을 솔직히 고백하지 못하는 자식들 그리고 결국 자부심이었던 자식들의 암울한 현실 세계를 깨닫고나서야 아버지가 그리고 농부가 걸어야할 방향을 알게 되는 내용입니다. 삶이란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어느 순간 베어물고 뜯어내야 한다는 것,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밝힙니다. 공 만석, 주인공의 이름에서 작가의 재치가 드러납니다. 책 속의 '작가노트'를 통해 작가의 가치관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행동 우선 순위에서 늘 한 칸 두 칸 내려두는, 저같은 사람에게 [그믐]의 '싱글챌린지' 프로그램은 고마울 따름입니다. 덕분에 꼼꼼히 챙겨가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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