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증정]송은주 번역가와 고전문학 탐방 《드레스는 유니버스》 함께 읽고 작가님께 질문해요!

D-29
줄거리만 요약해서 보자면, 세상 고전들의 절반 이상이 불륜하다가 신세 망친 남녀의 통속 드라마이듯 <위대한 개츠비>도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는 무정하고 차가운 마녀에게 순정을 다 바치다 못해 끝내 목숨까지 바치는 호구의 이야기다.
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데이지 페이 뷰캐넌', 송은주 지음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여자 보는 눈도 없는 호구가 왜 위대한가. 개츠비에 대한 첫 번째 의문이다. 그렇다면 '위대한' 개츠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데이지는 천하의 악녀인가. 뒤따라 나오는 두 번째 의문이다.
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데이지 페이 뷰캐넌', 송은주 지음
오로지 돈이 많기에 사랑받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있다
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송은주 지음
돈은 그냥 돈이고, 꽃은 그저 꽃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개츠비는 돈을 꽃조차 영원히 시들지 않게 하는 신비로운 힘으로 이상화한다. 돈으로 바른 이런 저택에 사는 데이지는 부가 상징하는 모든 신비로움, 젊음의 힘, 아름다움을 두루 지닌 불멸의 존재가 된다. 개츠비는 닉에게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라고 얘기하는데, 닉조차 이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바로 알아듣고 수긍한다.
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송은주 지음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18일에 초콜릿책방에서 이 책으로 번개 모임한다는 소식을 봤어요. 저도 시간이 되면 참여할텐데 가지는 못 해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 모임에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 https://www.instagram.com/p/CzVS3tixG22/?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저도 회사 일정으로 가보지 못해서 너무 아쉽답니다 ㅜㅜ 어떤 이야기 나누셨을지 너무 궁금하네요!
저는 제인 에어 목차의 소제목 중에 "저는 천사가 아니라 저 자신이 될 거예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외적인 조건과 관계 없이 자기 자신 그 자체를 사랑해주길 바란 제인의 소망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이라는 점이 참 공감 되었거든요. 손에 닿지 않을 이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은 누구나 그것을 바란다는 점도 부정할 수가 없겠죠? 동시에 자신 그 자체로 사랑 받길 원하는 수동적인 상태가 아니라, 스스로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고수하는 제인이 참 멋지기도 했어요. 이와 관련해서, 결국 끝까지 자기 자신으로 남고자 하는 인물은 필연적으로 조금은 고독할 수 밖에 없는 건지 작가님께 여쭤보고 싶어요! 수많은 고전의 인물들을 봐오신 빅데이터 알 수 있을까요?ㅎㅎ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모습 그 자체로 사랑 받는 일.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상상만으로 너무나 달콤한 일이죠, 그 달콤한 일을 굳건히 바라는 일이 너무나 단단한 마음을 필요로 한다는 게 조금은 씁쓸하고 참 어렵기도 한 거 같아요!
@ㅇㄹ 이 책에 나오는 여주인공들도 그렇고, 아무래도 고전 속의 주인공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불화를 빚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고독한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상의 규칙들을 따르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제인이나 엘리너처럼 조금 고독하더라도 함께 할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해피엔딩이겠지요.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도 너무 많아서ㅠ 그래서 예민한 십대 시절에 고전을 읽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재산, 계급, 지위, 미모와 같은 외적 조건과 관계없이 내면의 영혼이 지닌 가치 그 자체만으로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제인의 소망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이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급진적이다 못해 과격해 보일 지경이다.
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제인 에어 - 저는 천사가 아니라 저 자신이 될 거예요 _ 56p., 송은주 지음
저도 이 문장이 좋았어요.
마지막 순서인 테레즈 데케루에 대해서도 기록을 남기고 싶은데요, 저는 사실 영화도 소설도 조금 음울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의 성격이 반영되는 것 같진 않아요. 공감한다기보다는 살면서 나는 느껴볼 일도, 수도 없을 것 같은 처연함과 처절함에 경외를 느끼는 기분이랄까요? 미디어에서 '퇴폐미'로 표현되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요. 그래서 작가님 말씀대로 저는 잘 모르지만, 테레즈 데케루와 나란히 놓고 본 전혜린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홀딱 빠져들어 읽었요 ㅎㅎ 그 대목에서 인생의 길목에 남겨두고 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언급해주셨는데.. 음 역시 저에게는 아직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한때의 나'였던 것을 용감하게 인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조언도 부탁드리고 싶네요.
제가 전혜린을 처음 읽었던 때가 십대 후반이었답니다. 그때는 전혜린의 불꽃 같은 삶이 부러웠고, 나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십대 시절의 반짝거리던 꿈은 대개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빛이 바래고 세월의 때가 끼지 않습니까ㅎㅎ 언제까지나 꿈많은 십대로 살수는 없으니(그렇게 되어도 큰일이죠) 세상과 타협하고 변해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가끔 한 번씩은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지요. 미숙하고 바보같고 촌스러워서 난 저런 적이 없었다고 모른척 하고 싶어질 수도 있지만, 전혜린의 삶에 빠졌던 과거의 나도 나이지요.
먼 길을 가려면 짐을 줄여야만 하듯이, 인생의 한 시기들을 통과하면서 한때는 소중하다고 믿었던 것들을 하나씩 남겨두고 가야 한다. ...... 그래서 나는, 이제는 ...... 시치미를 떼지 않기로 했다. ...... 그런 것들이 한때의 나였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로 하여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행을 떠나게 했다.
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테레즈 데케루 - 죄인과 문학소녀의 공통점, 송은주 지음
@메디치 <드레스는 유니버스> 모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모임 끝나더라도,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의 다른 챕터들도 잘 읽어볼게요~!
@CTL <미들마치>는 일단 엄청난 분량부터가 입덕장벽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긴 합니다. 고전들의 문장이 길게 늘어지는 만연체가 많고 묘사가 구구절절 길어서 지금 우리의 속도감각에는 잘 안 맞는 면도 있고요. 그래서 사실 고전 독서를 즐기려면 조금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그 훈련이 뭘 배워야 한다던가 그런 대단한건 아니고요. 그냥 만연체와 장황한 묘사에 익숙해지는 겁니다. 늘 책을 읽는 저조차도 한동안 어려운 철학책이나 인문서를 멀리하다가 읽으려고 하면 잘 안 읽힙니다ㅠ 어느 정도 다시 집중해서 문장을 읽어내는 습관을 되찾을 시간이 조금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책읽기도 습관의 힘이 필요하구나 새삼 깨닫게 되죠. 그렇지만 소소하고 장황한 묘사들이 조금씩 쌓여 나가면서 얕은 서술이나 휙 스치고 지나가는 영상으로는 불가능한 깊이있는 허구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고전의 매력입니다ㅎ 다시 한번 <미들마치>를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요? 하지만 이번에도 영 갑갑하게 느껴지신다면 과감하게 접으시면 됩니다. 고전도 나랑 맞는 것이 있고 안 맞는 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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