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조지수 장편소설 <마지막 외출> 함께 읽어요!

D-29
이 책을 읽기 위해선 철학적 훈련이 필요했네요.
K교수의 첫 수업 장면은 말씀하신대로 철학사의 흐름을 명료하게 정리할 뿐 아니라 그러한 세계관하에서의 예술 양식까지 엮어서 설명하는 놀라운 통찰과 천재성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대비되는 두 철학의 경향에 대한 설명을 통해 소설에서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첫 수업에서 K교수는 우리는 근대를 극복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는 말을 합니다. 다시 말해 현대인으로서의 삶은 지금의 세계관을 깨달아야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K교수의 말처럼 실재론적 교육 속에서 확고함으로 살아 온 이들의 손엔 여러 사회 윤리적 잣대들이 쥐어져 있으니까요. 성적 충족과 사랑의 관계에 대해서 K교수는 말합니다. "나는 사랑을 부정하거나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아. 존재를 모를 때 부존재는 어떻게 알겠어? 나는 거기에 성적 욕망, 공감, 연민 등이 있는 건 알겠어. 단지 그것들이 묶여서 사랑이 되는 건 모르겠어.” 이 말에 절망과 모순을 느끼는 A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말씀하신대로 어떤 악덕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조지수 작가님의 책들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독자분이셔서 이미 알고 있으실 수도 있겠지만, <유감이다>라는 에세이집을 추천드립니다. 완독까지 함께읽기를 마쳐주셔서 감사해요! 기억에 남는 독서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
완독한지는 좀 되었지만 책을 덮고 나서 많은 잔상들로 인해 글을 올리기까지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여느 소설과 달리 인문학 및 철학에 대한 심오함이 바탕에 깔린 소설이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서사가 전개될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문학과 철학에 대한 깊은 사색을 소설 장르와 연결하여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작가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합니다. 예술과 철학을 사랑하며 그로 인해 보통 사람과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선배’. 그는 간결하고 산뜻합니다. 얇고 가볍죠. 그의 존재와 출현은 A에게 하나의 경이였고 A의 세계를 온통 뒤바꾸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A는 ‘선배’와 너무 달라 그가 하는 말을 때로는 이해조차 못하고 그만큼 그와의 간극이 큽니다. 서로 사랑하지만 ‘사랑’에 대한 철학이 너무 달라 다른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A는 외로웠을테죠. 선배는 ‘순간을 살라’ 합니다. 결의와 용기로 보내는 순간을. 자신만을 들여다보면서. 하지만 A는 속물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어야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일까에 관심을 가졌죠. 선배는 ‘너 자신에게 잘하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것이 사랑의 가능성을 쥔다고. A는 그에게 잘하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잠겨있었습니다. 둘은 비록 몸은 같이 있을지언정 생각은 너무나 다른 세계에 있었습니다. 이미 없는 선배와 아직 없는 A는 항상 공허할 수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세속적인 A는 타이틀과 외연적인 성취를 중시했습니다. 늘 뭔가를 쟁취하고 소유하려 했죠. 사랑에서조차도. 삶은 살아지는 것이지 소유되는 것은 아니라고, 소유는 모든 것을 망친다고 생각하는 선배와 영혼을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대비되는 선배와 A 사이에서 때로는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A와 너무도 비슷한 저의 성향에 더욱 A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결혼 전에 선배를 만날 때에도 진정으로 행복하지 못했고, 결국 내가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이라 여겨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은 A를 더욱 비참하게 몰고 갑니다. 선택은 삶 자체를 결정짓진 못한다고, 실패한 선택이란 없다고 선배는 말했지만. 선택을 뒷받침하지 못한 실패한 의지만 있을 뿐이라고 선배는 말했지만. 선배는 선택을 헛된 것으로 돌리지 않으려 애쓰는 삶을 살지만, A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A의 결과는 (결혼에 대한) 선택을 말해줍니다. 그건 아니라고. 잘못 됐다고. 아름답지만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입니다. A는 안타까운 이 사랑으로 인하여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선배를 통해 배운 통찰력이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선배를 잃으면서 한 세계를 잃었다고 하지만, 그가 남긴 흔적으로 새로운 뭔가를 얻었을 것입니다. 좀 더 본질적인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긴 분량임에도 긴 여운을 남기네요.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한 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훌륭한 리뷰 덕분에 많은 것이 선명해 지네요. 결국 A도 나머지 삶을 더욱 멋지게 살겠지요?
꼼꼼하게 남겨주신 감상평 덕분에 소설의 큰 흐름이 잘 이해됩니다. 대비되는 선배와 A 사이에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생각에 잠기셨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네요. 저역시 곳곳에서 그랬습니다. :) 파국으로 끝난 두 사람의 사랑을 비극적으로만 보지 않고 A가 새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보시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죽지 않고 자신에게 벌을 주는 삶을 살겠다는 A의 결심은 선배의 죽음에도 활짝 핀 라일락을 보며 '세계가 무너져 내리며 더불어 몰락해야 마땅한 모든 것들이 몰락을 견디며 그냥 거기에 있었다.'는 말과도 이어지는 거 같아요. 함께읽기를 마쳐주셔서 감사해요! 조금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이 모임의 종료 시각도 얼마 남지 않아서 미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9일간의 함께읽기를 끝까지 함께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들려주신 감상평들을 통해 저역시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어서 기회가 된다면 조지수 작가님의 전작 <나스타샤>도 함께읽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23년 좋은 책들과 함께 건강하게 즐겁게 마무리하셔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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