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이즈 컬처』 혼자 읽기

D-29
로버트 스틱골드_ 그런데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데 꿈을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과학자로서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떤 과정으로서의 꿈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는 지극히 원시적이고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다들 이런단 말이죠. 꿈 자체가 불확실한 요소로 가득 찬 데다 분명하지도 않고, 잠에서 깨어 생각나는 꿈의 내용도 마찬가지로 불확실하고 불분명합니다. 그러므로 꿈 자체가 원래 불확실하고, 하나의 특정한 꿈을 들여다보는 것이나 꿈 일반을 들여다보는 것도 모두 불확실합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잠들어 있을 때 사람의 뇌는 몇 가지 기억에 접속할 수가 있고, 이러한 기억들을 끌어다가 여러 방식으로 결합한 뒤 여기서 몇 가지 요소를 뽑아 꿈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다 아침에 깨면 사람은 꿈을 기억해내고는 내용을 풀어낸 뒤 이 꿈의 재료를 제공한 기억과 연결하려고 하죠. 그러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사람의 뇌 상태는 꿈을 꾸었을 때의 뇌 상태와는 매우 다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그러니까 과학적 관점에서의 문제는 이렇습니다. ‘잠에서 깬 뒤 재구성해내는 꿈의 내용이 실제로 꿈을 만들 때 들어간 재료인 기억과 같은가?’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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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드리_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달라지는 이유는 아마 꿈을 재구성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재구성이 벌써 창조적인 활동이고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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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드리_ 그렇죠, 우연히 발견한 영상물 같은 겁니다. 이런 걸 발견하면 즉시 감상한 뒤 의미를 찾으려 하고 내러티브를 만들어봅니다. 시작, 중간, 결말을 만들어내려는 인간의 욕구는 매우 강하니까요. 그러고 나서는 누가 이 영상물을 만들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만든 사람은 그가 창조한 이 영상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알고 싶어지고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같은 사람이지만 자기 삶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 때, 그 이야기에는 강한 시간성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건의 전개에 따라 서술한다는 뜻이죠. “나는 이것을 했고, 그리고 저것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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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골드_ 꿈에서는 기억의 시간적 요소가 완전히 차단됩니다. 그러니까 꿈속에서는 “먼저 이것을 했고 그다음에 저것을 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꿈속에서는 이렇게 말하죠. “나는 이것을 했다. 그런데 이것은 뭔가 다른 것과 비슷했다”는 식입니다. 꿈속에서는 생각이 통과하는 과정이 시간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 벤치 위에서 아들의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에 의해 통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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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스틱골드_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사람들한테 질문을 받으시던 생각이 나는군요. 누군가가 이렇게 물었죠. “그게 무슨 뜻이죠?” 제가 다 민망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제가 영화를 찍은 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의미를 찾으시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대답을 들으면 심히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꼭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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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골드_ 그런 사람들이 꿈풀이를 써놓은 책을 삽니다. 그들은 세상이 애매모호하다는 사실이 두렵기 때문에 누군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기를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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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골드_ 글쎄요, 결국 과학은 일종의 어설픈 추론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우리 과학자들은 어떤 관계가 반드시 인과관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로서 훈련받을 때 처음부터 듣는 말이 이겁니다. “인과관계가 있다고 가정하지 말라.” 어떤 과학자들에게는 이런 자세가 제 몸을 치는 칼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다가 스스로의 창의력을 부정하는 지경까지 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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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골드_ 과학이 의미 있는 방향으로 진보하는 이유는 과학자들이 ‘이거다’ 싶은 연관성을 파헤치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훌륭한 과학자라면 이런 경우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왜냐하면 마음속에서 이것은 연관일 뿐이다, 인과관계는 없을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제 연구 결과를 설명할 때 이렇게 얘기합니다. “스토리 자체는 그럴싸합니다. 아귀가 딱 들어맞고요. 그런데 이게 진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네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이런 자세가 필요하죠. 내가 만든 모델에 대해 거의 종교적이라고 할 열정과 믿음을 유지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오케이, 멋지군, 그런데 데이터 좀 보여줘”라는 자세를 유지하는 겁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적응, 그러니까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꿈이 진화하고 선택되었다고 보는 방법이 있고 진화 생물학 용어로 스판드렐[spandrel]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유용성이라는 방향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뛰는 소리는 유용성 때문에 진화한 것이 아닙니다. 심장이 진화하다 보니 펌프처럼 혈액을 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근육이 수축하다 보니 소리가 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 소리는 오늘날 매우 유용하죠. 의사는 청진기를 귀에 꽂고 반대편 끝을 사람의 가슴에 대고 심장 뛰는 소리를 들어서 많은 것을 알아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심장 소리는 매우 유용하고 생존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심장 소리가 그런 목적으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조너선 레덤_ 소설 자체에서 한 가지 과소평가되는 측면, 그러니까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 중에서 통상 문학 비평가들이 가장 신경을 덜 쓰는 것이 사실로부터 가져온 소재입니다. 사람들은 소설가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보여주는 데 열광합니다. 추리물에서 독자들은 거의 항상 어떤 사실, 예를 들어 은행 업무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즐깁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9장 픽션의 진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덤_ 보통의 소설가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거나 흥미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인물들의 감정이나 심리적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은행 창구 직원이 몇 시에 업무를 마감하고 현금을 금고로 가져가는지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죠. 그러나 독자로서 우리는 모두 세상에 관한 지식에 목말라합니다. 그리고 독자는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세상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던지는 부류의 소설로부터 정신적 영양분을 얻습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9장 픽션의 진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덤_ 제 입장에서 진실은 항상 현실과 비유가 뒤섞인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섞여 있는 차원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제가 만든 인물들도 거기 살고 저 자신도 거기 삽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게 둘 중 하나를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야 합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9장 픽션의 진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덤_ 사람들은 레이먼드 카버가 순수한 현실주의자였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착각입니다. 그가 사용한 도구는 비유가 묻어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는데 이는 언어 자체가 거대한 비유의 덩어리로, 우리가 이 덩어리들을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하고 이것으로 작업을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9장 픽션의 진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데이비드 번_ 누군가가 우리에게 “이 노래는 이런 노래이고, 이 그림은 이런 그림이다”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죠. 왜냐하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예술 자체는 거의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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