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르 카레, 카를라 3부작 읽기 첫번째 -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D-29
36장 중에서.. [그는 과연 인간들 사이에 사랑이 가능한지, 만약 가능하다면 자기 망상에 바탕을 두지 않은 사랑이 과연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36장 중에서.. [나는 거부하겠어. 한 인간을 파괴시켜도 될 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어. 이 고통과 배신의 뒤안길은 어디에선가 끝나야만 해. 그렇게 되지 않으면 미래는 없는 거야.]
36장 중에서.. [뚱뚱한 맨발의 스파이. 앤이 말한 것처럼, 사랑에 속고, 증오에 무능한 스파이가 한 손엔 권총을 다른 한 손에는 줄을 잡고,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
38장 중에서.. [1945년 이후 잠시 동안 그는 세계사에서 영국이 벌이는 활동에 만족했다. 하지만 점점 그 역할이 사소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가 평생 겪어 온 역사의 굴곡에서 어느 한 사건을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단지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설사 영국이 세계사의 게임에서 완전히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의 물가는 단 한 푼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최후의 시험이 닥쳐온다면 어느 쪽에 서야 될지를 자주 생각했다. 그는 오랜 사색 끝에 만약 어느 한쪽으로 힘을 몰아 주어야 한다면 그것은 동방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
르카레 모임이라니! 이건 꼭 참여해야겠지요 허헛. 르카레 입문을 영화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한 지라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후일 원작소설을 찾아읽게 되면서 영화감독이 이 방대하고 촘촘한 이야기를 영상화하기 위해 고심을 많이 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묘사의 방향성부터가 다르더군요
묘사의 방향성이 어떻게 달랐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다 읽었습니다. 여운이 굉장하네요. 스토리 자체보다도 분위기가 끝내주네요. 책을 다 읽고 내친 김에 영화까지 봤습니다. 다들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하시길래요.
빌런(?)이라고 표현하긴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인물도 매력이 굉장해요. 나른하면서 퇴폐적이고 매사 무관심한 듯한 말투와 행동거지가 멋있어서 빠져드네요. 영화를 보기 전에 과연 누가 이 캐릭터를 연기 할까 했는데 배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스마일리를 맡은 배우 게리 올드만이 너무 멋있군요. ‘나의 스마일리는 이렇지 않아’라고 생각하면서 봤습니다. 뚱뚱한 맨발의 스파이 스마일리인데, 상업 영화 그것도 스파이물 주인공에 뚱뚱한 배우를 쓰기는 어려웠겠죠. 뚱뚱한 사람은 보통 극에서 코믹하고 푸근하거나 아니면 탐욕스러운 인물로만 그려지는데 좀 아쉬워요. 뚱뚱하고 진지한 스파이도 있는데…저 개인적으론 이런 점이 영화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퍼시 올러라인 역을 맡은 배우 토비 존스가 저의 상상 속에서는 더 스마일리와 어울립니다. 그리고 리키 타르는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그렇고 소설에서는 좀 까무잡잡한 인종 쪽인 거 같은데, 톰 하디가 맡아서 안 어울리는 것 같고, 피터 길럼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워낙 천재 배우이긴 하지만 이 역할은 좀 날티 나는 미남배우 캐스팅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소설 내내, 바람 피우는 아내 앤에 대한 스마일리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나옵니다. 앤을 ‘영국’의 비유라고 하는 해설도 있나 봅니다만, 저는 앤이 어떤 ‘이데올로기’의 상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어떤 이즘을 사랑할 수 밖에 없지 않나요? 그 이즘이 나에게 내가 아끼는 사람을 배반하라고 요구하여도 나는 그 이즘에 봉사하기 위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이데올로기는 정말로 잔혹하고 냉정한 애인 같습니다. 내셔널리즘에서 커뮤니즘으로 이동하는 빌런(?)의 사고의 귀결 역시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되고 매우 공감이 됩니다. (NL보다 언제나 PD인 저의 개인적 철학도 있겠지만요.) 국가란 한 인간을 담기에 너무 작은 그릇입니다. 내거는 기치가 인민 해방 정도 되어야 가슴이 뜨거워지는 법이지요.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낭만적이고 쓸쓸합니다. 1974년에 나왔으니 이제 곧 50년이 되어갑니다만 낡은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50년 동안 힙함을 유지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처음 등장했을 때 굉장히 센세이셔널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제목이 좀 낯설어서 책을 읽기 전에는 입에 안 붙었는데, 그건 제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뭔가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고 영국의 전래 동요에서 아이들의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이런 저런 직업들을 나열하는 거라네요. 센스있게 원래 노래 구절에는 없는 ‘스파이’라는 직업을 마지막에 끼워 넣은 것이지요. 유래를 알고 보니 아주 위트 있고 괜찮은 소설 제목으로 느껴집니다.
책을 읽고 스파이들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이런 저런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칼럼인데 재미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이중 간첩 킴 필비 사건이라고 합니다.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4358 일본의 아사마 산장 사건도 조금 생각나고 하네요. 이 시절의 이야기들이 재미있긴 하지요.
킴 필비는 『나의 케임브리지 동지들』이라는 책에도 나오지요. 한번 읽어보시기를 바랄게요. 스파이를 둘러싼 서사적 통념이나 고정관념을 많이 깰 수 있는 현실의 엘리트 스파이들의 회고록입니다. 예전에 존 르카레에 푹 빠졌을 때 사이드 텍스트로 함께 곁들여서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첩보가 붙었다고 판단될 때 가던 길을 멈추고 첩보원과 정면으로 눈맞춤을 하는 등, 과감하게 꼬리를 떼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나와서 무척 흥미진진하더군요.
'케임브리지 5인방’에 관련된 책이군요. 이들이 조국을 배신한 이유가 금전적인 대가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이상과 이념에의 헌신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이들을 오히려 이해하는 분위기도 꽤 있나 봅니다. '케임브리지 5인방’ 은 정말 이야기거리로도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임은 분명하네요.
주위에 재미있는 스파이물을 더 알려 달라고 하고 추천 받은 목록입니다. 소설 : 르윈터의 망명 영화 : 노웨이 아웃 저도 둘 다 안 봤는데요, 언제 시간 날 때 즐겨볼 생각이에요.
약 20일간 팅테솔스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고 난 뒤에도 잔상과 여운에 빠져있던 며칠이었어요. 너무 유명해서 그 언제인가 그 책 읽은 거 같은데 라고 생각하던 저의 '나그책읽은듯' 목록에 있던 책인데 이번 모임을 계기로 완독했습니다. 추리소설, 스파이물, 브로맨스, 추운 유럽이 배경으로 나오는 책들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앞 부분 읽으실 때 약간의 물음표가 생기긴 할텐데 조금만 참고 계속 읽다 보면 곧 푹 빠져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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