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월도 책읽기.

D-29
현재 465 / 652 까지 읽음 (전자책). 숨가쁜 펠렐리우 전투는 끝났고, 이제 오키나와 상륙 후 전쟁중. 생각보다 오키나와는 매우 큰 섬이었음. 적어도 제주도보다 1/4 혹은 1/6 크기의 군도로 형성되었다고 착각하고 있었으나, 가장 긴 길이가 100km, 현재 살고 있는 인구는 140만명. 굉장히 큰 동네.
이 책을 읽으며 (미국 군인의 관점) 일본 쪽의 관점도 궁금해짐. 그래서 [격동의 쇼와사 오키나와 결전] 영화가 보고 싶어짐. 그러나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보이지 않음. 앞으로 [남양 섬에서 살다]도 읽을 예정. 도서관에 있음.
남양 섬에서 살다 - 조선인 마쓰모토의 회고록1세대로 남양군도 여러 섬에서 생활한 전경운의 회고록. 그의 회고록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의 남양군도 시절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1945년 수용소 캠프 시절부터 1951년 티니언섬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적었다. 마지막 세 번째가 티니언에서 농업에 종사하던 이야기였다.
격정적인 글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몇몇 전쟁사 회고록을 피해옴. 이 작가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꼼꼼히 정리했고, 현재 생물학자로 일하고 있는 만큼 매우 담담하게 서술해 나감. 일본은 본토를 폭격은 당했지만 육지전을 경험해보지 않는 기억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듦. 현재 오키나와에는 미국 해병대가 굉장히 많이 주둔하고 있고, 미국 주둔군 중 75%가 오키나와에 있다고 함. 이 책의 격렬한 전투를 보면 왠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함.
작중 암트랙에 타거나 상륙했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검색해볼 경우 쌩뚱맞은 철도회사가 나옴. 추측건대 LVT(상륙돌격장갑차)로 예상됨. Landing Vechicle, Tracked라는데 Army Track으로 줄여서 불렀던게 아닌가 싶음.
읽다보니 집에 놔두고도 계속 못 읽고 있는 이 책이 떠오름. 전쟁을 직면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름. 젊은이들은 악랄한 적들을 단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나게 소풍가듯 참여함. 그러나 전장의 한복판에 놓일 때 그들은 절망하고 체념함. 저자는 무수한 포탄이 떨어지는 해변으로 상륙하는 와중에 그것을 깨달음. 내 생명이 내 행동과 아무 상관이 없어질 떄 순수한 공포를 체험하고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함.
전쟁과 인간(군국주의 일본의 정신분석)
고착화된 전선에서는 전선 보충 및 교체가 진행됨. 그 와중에 원래 전선에 있던 사람들과 그 전선으로 투입되는 사람들이 교차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듦. 한국에서도 고지전으로 익히 알려져 있고, 거기에 투입된 신병들은 더 쉽게 죽어 교체 시기에 부대 형태가 망가져 있는걸 상상할 수 있음. 우크라이나 전선이 생각 나지 않을 수 없음. 외부 세계에 어떤 변화나 뉴슷거리가 등장하지 않지만 그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을 일들을.
이 책의 묘사에 따르면, 인간이 전선에서 소모될 경우 그 물질적 부피가 아주 명확해지는 것으로 보임. 양 측다 죽은 전우들을 최대한 치워, 나중에 살펴보러 가면 핏자국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묘사가 있지만, 전선이 매우 치열해질수록 어느 쪽도 시체를 치우지 못함. 그리고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죽으면 고기가 되며... 악취와 구더기가 들끓는 고통의 공간이 구성됨. 그런 공간에서 우기라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상황. 오키나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걸 상상하기 힘이 듦. 구글 맵으로 살펴보는데 굉장히 크고 숲과 산이 많은 지형이었음.
살풍경한 공간에 포탄구덩이들만이 보였다고 해서 검색해 본 결과. 노르망디의 Pointe du Hoc이라고 한다.
울컥하는 장면 하나. 저자는 어느 집에서 큰 상처를 입은 오키나와 여자 노인을 만난다. 그는 총구를 이마에 대고 뭐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거부하며 위생병을 찾아 나간다. 그러나 위생병과 함께 그 집에 다다랐을 때, 총성이 들린다. 들어가 보니 집에는 다른 병사가 있고 쓰러진 노인이 있다. 저자와 위생병은 화를 낸다. 이제껏 겪어왔던 전장을 지나서도 그렇게.
오키나와 전쟁은 45년 6월 15일로 공식적으로는 끝났다. 주인공 부대는 잔당을 처리하고, 적의 시체를 묻고, 탄피를 주우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전투의 사망자는 칠천여명, 부상자는 삼만여명이었다. 나는... 한국도 그렇게 일본에게 고통받아서 아직까지 척지고 있는데 현대 미국과 일본의 거리감과 외교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승자와 패자라서 그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이런 접전 이후에 뇌리에 강력히 박히는게 아닌지. 패전 절차를 확인해봐야 될지도 모르겠다.
맨 뒤에 화보를 배치했다. 마치 엔딩 크레딧을 보는 기분이다.
갈무리했던 내용들을 옮겨본다. 리디는 외부 텍스트 공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전부 수제로 옮겨 써야 한다. 하지만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전쟁과 사냥의 차이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중에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뒤에 두 번 다시 사냥은 하지 않았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박격포 쏘는 연습을 하는데 적도 응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조국을 위해 흘린 피>니 <생명의 피를 바쳐 희생했다>느니 <영웅적>이니 한느 표현이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정말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전후가 흘린 피의 덕을 보는 것은 그저 파리들뿐이었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전투가 끝나고 나면 서로 가능한한 시신을 빨리 회수해서 핏자국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데, 거기에 파리들이 득실거리는 걸 보며.
"전사할 게 뻔한 곳임을 누구나 다 아는 곳으로 부하들을 보낼 때의 마음이 어떨 것 같은가? 만일 자네가 그렇게 해야 한다면 말이다. 그 질문에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장교로 뽑아갈까 불러서 보는 면접에서. 아무래도 그는 장교로 뽑히지 못 했다.
또 한 차례 휴식시간이 주어졌을 떄, 우리는 휴식 시간 전체를 다 써서 주민의 말 한 마리를 구출해 주었다. 그 말은 깊이가 약 120센치미터인 좁은 배수로에 빠져 있었다. 배수로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고, 녀석은 배수로 바깥으로 기어오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우리가 처음 녀석에게 다가갈 때 녀석은 공포에 질린 두 눈을 뒤룩거리면서 아래위로 뭄을 흔들며 마구 몸부림을 쳤다. 우리는 녀석을 진정시킨 뒤 빈 탄띠 두 개를 녀석의 배 아래에 대고 양쪽에서 탄띠를 들어 올려 배수로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왔다. 우리 대대에는 텍사스 출신에다 말을 사랑하는 대원이 널려 있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도시 출신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얘기들을 조언이랍시고 하면서 그저 구경만 할 뿐이었다. 우리가 마침내 그 말을 배수로 바깥으로 구조하자, 녀석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서서 몸을 한 차례 털더니 곧바로 풀밭으로 달려가 풀을 뜯기 시작했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그 갖은 전쟁과 참화를 보고, 그 사이 아주 피곤하고 힘든 여정 사이 쉬는 시간에 말을 구하는데 썼다는 것이 선선한 충격. 거기에 오키나와에 말이 산다는 것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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