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월도 책읽기.

D-29
맨 뒤에 화보를 배치했다. 마치 엔딩 크레딧을 보는 기분이다.
갈무리했던 내용들을 옮겨본다. 리디는 외부 텍스트 공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전부 수제로 옮겨 써야 한다. 하지만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전쟁과 사냥의 차이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중에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뒤에 두 번 다시 사냥은 하지 않았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박격포 쏘는 연습을 하는데 적도 응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조국을 위해 흘린 피>니 <생명의 피를 바쳐 희생했다>느니 <영웅적>이니 한느 표현이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정말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전후가 흘린 피의 덕을 보는 것은 그저 파리들뿐이었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전투가 끝나고 나면 서로 가능한한 시신을 빨리 회수해서 핏자국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데, 거기에 파리들이 득실거리는 걸 보며.
"전사할 게 뻔한 곳임을 누구나 다 아는 곳으로 부하들을 보낼 때의 마음이 어떨 것 같은가? 만일 자네가 그렇게 해야 한다면 말이다. 그 질문에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장교로 뽑아갈까 불러서 보는 면접에서. 아무래도 그는 장교로 뽑히지 못 했다.
또 한 차례 휴식시간이 주어졌을 떄, 우리는 휴식 시간 전체를 다 써서 주민의 말 한 마리를 구출해 주었다. 그 말은 깊이가 약 120센치미터인 좁은 배수로에 빠져 있었다. 배수로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고, 녀석은 배수로 바깥으로 기어오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우리가 처음 녀석에게 다가갈 때 녀석은 공포에 질린 두 눈을 뒤룩거리면서 아래위로 뭄을 흔들며 마구 몸부림을 쳤다. 우리는 녀석을 진정시킨 뒤 빈 탄띠 두 개를 녀석의 배 아래에 대고 양쪽에서 탄띠를 들어 올려 배수로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왔다. 우리 대대에는 텍사스 출신에다 말을 사랑하는 대원이 널려 있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도시 출신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얘기들을 조언이랍시고 하면서 그저 구경만 할 뿐이었다. 우리가 마침내 그 말을 배수로 바깥으로 구조하자, 녀석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서서 몸을 한 차례 털더니 곧바로 풀밭으로 달려가 풀을 뜯기 시작했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그 갖은 전쟁과 참화를 보고, 그 사이 아주 피곤하고 힘든 여정 사이 쉬는 시간에 말을 구하는데 썼다는 것이 선선한 충격. 거기에 오키나와에 말이 산다는 것도 충격.
그러나 일본군 낙하산 부대가 상공에서 우리 등 뒤에 떨어짐으로 해서 우리가 아군의 총격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우리를 무섭게 했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대부분의 두려움의 공포는 체념되지만, 아군에게 맞아 죽거나 어처구니 없이 죽을 공포는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30구경 소총 탄약을 담은 상자를 만든 사람은, 그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우리는 늘 이 사람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상자 하나에 탄약이 1,000개 들어 있어 매우 무거웠지만, 양 끝에 작은 틈만 달랑 하나씩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이 상자를 들 때는 손가락 끝만을 사용해야 했고, 상자 하나를 들 떄 두 사람이 매달려야 했다. 전투 현장에서 이 무거운 탄약을 어꺠에 메고 필요한 장소까지 (그런데 이 장소는 대개 그 어떤 종류의 운반 도구나 장치로도 접근할 수 없는 지점이었다) 운반한 다음, 그 상자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꺼내는 작업에 우리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우리는 이 작업을 보통 적의 포화 속에서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진흙탕 길을 오가며 수행했다. 그것도 몇 시간씩이나 계속...... 한차례 작업이 끝나면 그렇치 않아도 전투로 심신의 긴장이 극도로 치달은 보병은 쓰러져 정신을 잃어버리기 직전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쟁을 소재로 다루는 책이나 영화는 보병이 겪는 이 징글징글한 측면은 거의 무시했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보통의 전재 영화나 소설이 간과하는 것. 보급이 굉장히 물리적인 일이라는 것.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깨끗하고 건조한 양말을 신게 되는 것을 평생 동안 고마워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때는 마른 양말도 엄청난 사치처럼 느껴졌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전쟁 중에는 전투화를 벗을 수가 없다. 벗는 순간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맨 발로 뛰어야 하니까. 그래서 전투에 참여해서 신발을 벗을 일은 좀처럼 없고, 떄는 우기라서 2주 이상 젖은 신발을 벗지도 못하고 계속 신고 있어야만 했다. 그 고통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이 글이 만일 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거나 내가 극적인 이야기를 꾸며내는 작가라면 오키나와 남쪽 끝의 어떤 아름다운 절벽에서 멋진 석양을 만감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낭만적인 장면으로 글을 마무리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 우리 K중대에게는 또 하나의 더럽고 지저분한 임무가 부여되었다.
태평양 전쟁 - 펠렐리우 ·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
집에 갈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전후 처리, 군정 시점 이런 것들을 더 알아보고 싶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은 끝이 났다. (다만 이 작가도 잠시나마 오키나와 작은 섬에서 휴식을 취하는 소대 이야기를 한다. 소속한 부대는 150%가 소실되었다고 한다. 전체 인원 수가 다 죽고도 절반 이상이 죽은 곳에서, 대부분 부상을 입은 곳에서 저자는 살아 남았다.)
드라마 [더 퍼시픽]이 이 저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지는 이제서야 알았다.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현재 한국에서 정식으로 볼 수 있는 루트가 없다.
첫 번째로 그믐에서 읽었던 책. 이제 오늘이면 닫힌다. 잘 읽었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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