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47.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D-29
'나 혼자만...'까지 읽고 보니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갔네요. 주말에는 잠깐 쉬어야겠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부류의 여자 병사들을 만나겠다는 원칙이 나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보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와, 맥스 부르스의 [세계 대전 Z]가 떠오릅니다. 어떤 대 사건의 실체라는게 '세계 2차대전'처럼 하나의 정의로 축소되는게 아닌 각양각종의 경험과 관점들, 수많은 이들의 일화와 침묵으로 들을 수 없는 기억들로 영원히 발산됩니다. 그리고 이 장에서 남성 참전자들의 관점은 당혹스럽습니다. 같이 전투를 보낸 동등한 위치의 여성들과는 애정을 주고 받는게 불가능하다는 고백을 합니다. 이만큼이나 가부장적 위계질서가 적나라한 적이 있었는지... 뒤의 일화는 앞의 이야기가 무색할만큼 고통스럽습니다.
나는 행복했어...... 내가 다른 누군가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기뻤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57,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독일군 포로 속 어린 남자애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빵 하나를 건네주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라는 마음이란.
위생병 소녀가 처음으로 폭격에 부상당한 부위를 보고 토하는 장면에서, 부상병이 물좀 마시라고 말해주잖아요. ㅠㅠㅠㅠ 비정한 전쟁의 곳곳에 사람사는 얘기가 끼어 있어서 눈물났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늘(4일)과 내일(5일)은 '나 혼자만 엄마한테 돌아왔어' 장을 읽습니다. 앞에서 @서정 님께서도 잠시 언급하셨듯이 이 장의 앞 부분에서 저자가 정한 인터뷰 원칙이 나옵니다. 그러고 나서, 새로운 인터뷰이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만난 참전 경험이 있는 남성의 목소리, 그리고 니나 야코블레브나 비시넵스카야와의 인터뷰가 길게 이어지죠. 이 장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을 기억하기를 둘러싼 당혹스러운 진실이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나는 내가 가진 주소들을 분류한 다음, 나 자신을 위한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되도록 다양한 부류의 여자 병사들을 만나 기록할 것.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62쪽,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그런 여자들이랑 정찰은 같이 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혼은 하지 않을 거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66쪽,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우리는 정말 어떤 사람들일까. 무엇으로,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을까? 고통을 이겨낸 사람은 어떤 단단함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 그걸 알기 위해 나는 이곳에 왔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70쪽,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이후에도 나는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이 두 진실과 적잖은 갈등을 겪어야 했다. 의식 저 밑으로 쫓아버린 사실 그대로의 진실과 시간의 흔적이 스며든 공통의 진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87쪽,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소. 내 아내같이 똑똑한 여자도 여자 병사들을 좋게 보지 않았으니까. 사람들은 그녀들이 남편감을 찾아 전쟁터로 간 거고, 그 곳에서 연애질만 실컷 하다가 왔다고 믿었어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나 혼자먀 엄마한테 돌아왔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이 문장을 읽다가 얼마전 끝난 드라마에서 나온 '환향녀'라는 이름으로 고통받고 버려진 수많은 여자들이 떠올랐어요ㅠㅠ
우리 가족은 화목해. 사이좋게 잘 지내지. 아이들, 손자손녀들...... 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전쟁터야. 늘 그곳에 가 있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85,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스케쥴대로 따라 읽고 있습니다. 조금씩 나누어, 같이 읽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많은 도움이 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2월 6일)과 내일(12월 7일)은 '우리 집엔 두 개의 전쟁이 산다'와 '전화기는 사람을 쏘지 않잖아'를 읽습니다. 앞의 장에서는 전쟁터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 부부의 이야기, 뒤는 시베리아에서 러시아 서쪽 전선으로 자진 입대해서 독일에서 종전을 맞이한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젊은 사람들은 2차 대전이 미국 혼자 히틀러와 싸워 승리한 전쟁으로 알고 있어요. 소련 사람들이 그 승리를 위해 치른 대가,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소련 사람이 치른 2,000만 명의 목숨 값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208쪽,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내겐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많은 반면, 집사람에겐 전쟁에 대한 감정이 더 많아요. 하지만 언제나 감정이 사실보다 더 분명하고 강력한 법이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98쪽,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감정이 사실보다 더 강력하다는 말은 진심 옳다고 생각하는데, 예전엔 이런 말을 하면 비논리적이며 나약하다고 비난받거나 무시당했던거 같아요.
그 일을 떠올리는 건 끔찍하지만, 그 일을 기억하지 않는 게 더 끔찍하거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225쪽,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상상을 한번 해봐. 임신한 여자가 지뢰를 안고 가는 장면을…… 체르노바는 당연히 아이를 기다렸지…… 삶을 사랑했고 또 살고 싶어했어. 당연히 두려워도 했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길을 갔어…… 스탈린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녀는 무릎을 꿇어가며 살아야 하는 삶은 거부했어. 적에게 굴종하는 삶 따위는… 어쩌면 그때 우린 눈이 멀었던 건지도 몰라. 그리고 그때 우리가 많은 것을 놓치고 보지 못했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겠어. 하지만 우리는 눈이 멀었으면서도 동시에 순수했어. 우리는 두 개의 세상, 두 개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 당신은 그걸 꼭 알아야 해......" 베라 세르게예브나 로마놉스카야, 빨치산 간호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P.133,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주말부터 계속 못 읽고 있다가 오늘부터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속도를 내려야 낼 수가 없네요. 느릿느릿 따라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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