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47.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D-29
조직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또 하나의 전장도 가슴아픈 일화들로 넘쳐나네요. 빨치산 아들들의 죽음 속에서도 침묵해야만 했던 어머니의 사연은 영화보다도 더 극적이어서, 이 이야기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빨치산과 어머니 이야기 너무...이번장은 특히 더 읽기 힘든것 같아요.
책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어요. 무거운 내용인데도 휴먼 다큐를 보는 것 같아 술술 읽었습니다.
내가 받은 훈장과 메달에 대한 포상으로 군인 상점에 가서 뭐든 살수 있는 특별전표가 나왔어요. 그래서 당시 한창 유행이던 고무부츠를 한 켤레 사고 외투와 원피스 그리고 굽 낮은 구두도 한 켤레 샀죠. 군용 외투는 팔기로 했어요. 외투를 가지고 시장으로 갔어요....... 화사한 여름 원피스를 입고서...... 머리에 예쁜 머리핀도 꽂고...... 그런데 시장에서 뭘 본 줄 알아요? 팔이 없고 다리가 없는 어린 청년들...... 시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 전쟁에 나가 싸운 사람들인 거예요...... 가슴에 훈장을 달고 메달을 달고...... 두 팔이 멀쩡한 사람들은 직접 만든 스푼을 내다 팔았어요. 여자 브래지어도 팔고 팬티도 팔았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 팔이나 다리가 없는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더군요. 구걸을 하면서...... 그들은 장애인용 휠체어도 없이 자기들이 직접 만든 나무판을 타고서 손으로 밀고 다녔어요. 그마저도 팔이 있는 사람들만. 술에 취한 사람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우린 잊힌 존재라네. 버려진 존재라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p.293 ~ 294, 지나이다 바실리예브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거의다 읽고 중간에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두 번 훑어서 겨우 다시 찾았습니다. 저 노래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아요. 전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더욱 관심이 듭니다. 한국도 결국 전후 사회가 가장 근저에 기반이 되기도 했고, 앞으로 다시 전후 사회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직접 저런 노래를 부르는 당사자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잊힌 존재, 버려진 존재'
제 어머니는 불꽃놀이를 싫어하셨어요. 한국전쟁 때 피난 가면서 들었던 대포소리 같다고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는데 이 책도 그런 느낌을 주네요. 승자의 입장에서 요약된 결과로 보여주는 전쟁이 아니라 다양한 직역으로 참전했던 여성들과 그 가족의 실화를 통해 들여다본 전쟁은 훨씬 참혹하고 다면적이네요.
저는 읽은 소설중에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한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서 (꿈에도 나오고) 괴로웠던 기억이 있어요 몇년간 그 작가의 책은 다시 읽기 싫더라고요. 겨우 소설읽으며 연상한 장면가지고도 이렇게 불쑥불쑥 생각나 괴로운데, 직접당한 참상들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마음은 어떨지 이제야 조금 짐작을 해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2월 22일)은 '엄마, 아빠가 뭐예요?' 장을 읽습니다. 이 장에서는 전쟁 중의 모정과 가족의 의미를 짚는 목소리를 들려줘요. 죽지 않고 포로가 되었다는 이유로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수용소에서 수년간 고생해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사연이 이 장에서도 나옵니다. 작가가 뒤로 갈수록 소련 체제, 특히 독소 전쟁 중에 소련 내부의 곪은 부분을 조심스럽게 폭로하고 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모임이 크리스마스에 끝나요. 그래서 주말(12월 23일, 12월 24일)에 남은 두 장('그리고 그녀는 심장이 있는 곳에 손을 갖다 댔어', '갑자기 미치도록 살고 싶어졌어')을 읽으면서 한 달간에 걸친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장은 피해자로서 독일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양가 감정과 독일에서 소련 남성이 저질렀던 잔혹 행위,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그 상처 때문에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 등이 담겨 있어요. 스베틀라나는 맨 마지막 장에서는 독소 전쟁 가운데 가장 끔찍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우리를 다시 데려갑니다. 24일까지 완독하고 하루 정도 감상 나누면서 유난히 힘들었던 이 책 읽기를 끝냅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읽고 나서 마음이 스산하신 분들은 같은(?) 시기에 모스크바의 호텔에 수십 년 동안 갇힌 별난 신사의 이야기를 그린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현대문학)로 마음을 다독이면서 연말을 보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1920년대부터 1950년대 초까지 스탈린 통치 하에 러시아의 역사도 희미하게 더듬거릴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감동도 있는 소설입니다. 저는 에이모 토울스 작품 가운데는 『링컨 하이웨이』(현대문학)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만. 여러분께 권하고 싶어요!
모스크바의 신사뉴욕타임스 초장기 베스트셀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추천도서로 소개해 화제가 된 소설. 2018년 상반기 현재 미국에서만 11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뉴욕타임스」 58주 베스트셀러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링컨 하이웨이『우아한 연인』과 『모스크바의 신사』, 단 두 권의 책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에이모 토울스의 세 번째 장편소설. 인생의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문턱에 선 열여덟 살 소년을 특유의 작가적 현미경 아래에 두고, 독자를 1954년 6월의 어느 열흘로 데려다 놓는다.
책추천 감사합니다. 두권다 아직이에요(여러번 방송에서도 말씀하셨는데...왜그랬을까요) 확실히 마음을 달랠 것이 필요한 책이었어요. 저는 주말에 못읽을까봐 오늘 완독할것 같습니다. 읽기 힘든 책을 같이 읽어주셔서 완독이 가능했습니다. 모두 감사드리고 또 다른 좋은 책으로 만나뵙기를 희망하며...메리크리스마스~
전쟁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힘들었어. 그런데 전쟁 후에도 고통을 겪어야 했지. 또 한번의 전쟁을 치러야 했으니까. 앞선 전쟁만큼이나 끔찍한 또 한번의 전쟁. 무슨 이유인지 남자들은 우리를 저버렸어. 모른 체했지. 전쟁터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전쟁이 끝나고 나서 나는 오랫동안 하늘을 보기가 두려웠어. 하늘을 향해 고개도 들지 못했지. 갈아엎어놓은 들판을 보는 것도 무서웠어. 그 땅 위로 벌써 떼까마귀들이 유유히 돌아다녔지. 새들은 전쟁을 빨리도 잊더라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제목을 들어는 보았지만 감히 읽을 생각을 못했었는데, 함께해서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변주되는 참전여성들의 증언 속에서 마음 둘 곳 없어 자주 헤맸습니다.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모여서 전쟁이라는 주제에 여성의 얼굴을 칠해가고, 책 말미에 이르러서는 전쟁의 참상이 하나의 구조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여성의 얼굴을 가지자 더욱 견딜 수 없이 전쟁이 미워졌네요. 우리가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막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쟁이 아닐까요..... 흑흑.
참여 신청은 했는데 글은 거의 못남겼어요. 뭐라고 감상평을 쓰기가 어려운 책입니다. ㅠㅠ 그래서 이 방에는문장수집이 유난히 많은 것도 같구요. 책도 중간정도 읽다가 멈추었는데 꼭 끝까지 읽겠습니다. 의미있는 책소개+ 방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여러분과 한 달간 읽었습니다. 조금 즉흥적인 함께 읽기였는데, 혼자 읽기에는 버거운 책이여서인지 여러분이 참여해 주셨어요. 다들 동의하시겠지만,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 같아요. 전쟁은 당장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주지만, 가해자든 피해자든 인간의 가장 약한 고리를 자극해서 사회, 제도, 문화가 꾹꾹 억눌렀던 추악한 면을 끄집어내는 것 같거든요. 그간 함께 읽기하느라 고생하셨고, 새해에는 여러분에게 또 한국 사회에 또 세계 곳곳에 올해보다 평화가 깃들기를 진심으로 희망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오래전에 읽었던 책 한 권 추천해 드려요. 고약한 취향이었지만, 생각만큼은 바로였던 작가 마크 트웨인이 남긴 반전 우화랍니다. 두 번째 책은 새해에 나올 제 책(제목 미정)에 함께 읽을 SF로 실릴 또 다른 반전 SF입니다. 틈 날 때 한번 살펴보세요.
전쟁을 위한 기도 - 마크 트웨인의 반전 우화지은이는 승전보를 울리며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인류의 삶의 터전이 아비규환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전쟁과 미국 제국주의의 그늘을 꿰뚫는 마크 트웨인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 영어 원문이 함께 실려 있으며, 동세가 풍부하고 현장감이 리얼하게 표헌된 삽화가 인상적이다.
영원한 전쟁인류가 정체불명의 외계 종족 토오란과 벌이는 기나긴 전쟁을 그린 소설. 베트남전에 대한 은유를 SF적인 기법을 통해 깊이 있게 풀어내며 휴고 상, 네뷸러 상, 로커스 상, 디트머 상을 석권한 이 작품은 이전에 두 차례 출간되어 국내 SF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작품이다.
열심히 쫓아가려 애썼지만 아직 마무리는 못했네요 책 제목만 보았을 때는 사람들의 인터뷰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을 기록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연히 알고있는 전쟁의 이면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 책 선정해서 이끌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덕분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른 책으로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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