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47.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D-29
'자, 자, 포탄 값을 내기 전에는 제대도 없다. 대체 무슨 짓들을 한 건가? 포탄을 얼마나 써버린 거야?' 우리는 이제 이 세상에서 영원히 평화만 계속 될 거라고,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 그래서 포탄은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지. 포탄이 왜 필요해? 우린 미워하는 일에도 총 쏘는 일에도 진력을 다 뺐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오래전에 읽었던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책을 반납해야 해서 다 읽고 반납하려고 했지만 마지막 두 챕터 정도 남아 천천히 읽기로 하고 다시 대출했습니다. 전쟁 중에도 그렇지만 전쟁이 끝나고도 여운이 계속 이어지는 것들을 보는게 괴롭더군요.
저도 소련사에 대해 짧게 알아보기 위해 책을 한 권 더 빌려보았습니다. 아마 이 모임이 끝나고서도 느리게 읽겠지만, 러시아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는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짧은 소련사 - 러시아혁명부터 페레스트로이카까지, 순식간에 사라진 사회주의 실험의 역사적 현장소비에트연방의 탄생, 레닌의 통치와 후계투쟁, 스탈린주의, 전쟁, 집단지도체제와 흐루쇼프 시대, 브레즈네프 시대, 고르바초프의 등장과 연방의 몰락, 푸틴까지, 최고의 소련 전문가가 탁월한 구성으로 압축한 소련의 아주 짧은 역사가 바로 여기서 펼쳐진다.
@서정 이 책도 좋아요. 이어서 임명묵 작가가 최근 펴낸 이 책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앞 부분에 중세부터 1991년 소련 몰락까지의 러시아 역사가 요령 있게 요약되어 있고(심지어 재미도 있어요!), 1991년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의 현대사까지 임 작가의 시각으로 정리했어요. 자유주의의 몰락이라는 묵직한 화두까지 던지는 책이니 꼭 읽어보시길.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 - 자유주의의 황혼, 그리고 러시아의 귀환임명묵 작가의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 두 권의 인상적인 전작들을 통해 주목할 만한 신예 인문/사회과학 작가로 자리매김한 저자가 탄탄한 전문성과 필력으로 러시아라는 세계를 탐구해 나간다.
감사합니다. 기억해 놓을께요. 최근에 [변화의 세기]를 틈틈히 읽고 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사랑은 전쟁터에서 사람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개인적인 사건이다. 사랑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공동의 사건들일 뿐. 죽음까지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내가 전쟁터에서만 예뻤다는게 너무 안타까워...... 그곳에서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이 지나가버렸어. 다 타버렸지. 그러고는 순식간에 늙어버렸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339,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아이가 독감에 걸려서 간병하느라 책을 한자도 못읽고있다가 뒤늦게 또 따라갑니다. 이번에 러시아에 대해 정말 아는게 없구나 깨달았고 이 책 다 읽으면 위에서 소개해주신 러시아 관련 책도 읽어보려고해요.
@이기린 님도 독감 조심하세요. 요즘 세 종류의 독감이 동시 유행하고 있어서;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2월 20일)과 내일(12월 21일)은 '씨감자에 대하여' 장을 읽습니다. 이 장에서는 비정규 군인으로 활동한 여러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장이 없지만, 이 장을 읽는 마음도 무겁습니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돼요! 저는 '정의로운 전쟁' 따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심장을 가져야 몸부림치지 않을 수 있을까. 형제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어. 만약 울음을 터뜨리면 온 마을이 불길에 휩싸이고 말리라는 사실을. 자기 혼자만 죽는 게 아니라 온 마음이 떼죽음을 당하리란 사실을. (...) 어떤 훈장도 심지어 최고의 영예인 '영웅별' 훈장도 그 어머니에겐 부족해...... 어머니의 그 침묵에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씨감자에 대하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조직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또 하나의 전장도 가슴아픈 일화들로 넘쳐나네요. 빨치산 아들들의 죽음 속에서도 침묵해야만 했던 어머니의 사연은 영화보다도 더 극적이어서, 이 이야기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빨치산과 어머니 이야기 너무...이번장은 특히 더 읽기 힘든것 같아요.
책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어요. 무거운 내용인데도 휴먼 다큐를 보는 것 같아 술술 읽었습니다.
내가 받은 훈장과 메달에 대한 포상으로 군인 상점에 가서 뭐든 살수 있는 특별전표가 나왔어요. 그래서 당시 한창 유행이던 고무부츠를 한 켤레 사고 외투와 원피스 그리고 굽 낮은 구두도 한 켤레 샀죠. 군용 외투는 팔기로 했어요. 외투를 가지고 시장으로 갔어요....... 화사한 여름 원피스를 입고서...... 머리에 예쁜 머리핀도 꽂고...... 그런데 시장에서 뭘 본 줄 알아요? 팔이 없고 다리가 없는 어린 청년들...... 시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 전쟁에 나가 싸운 사람들인 거예요...... 가슴에 훈장을 달고 메달을 달고...... 두 팔이 멀쩡한 사람들은 직접 만든 스푼을 내다 팔았어요. 여자 브래지어도 팔고 팬티도 팔았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 팔이나 다리가 없는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더군요. 구걸을 하면서...... 그들은 장애인용 휠체어도 없이 자기들이 직접 만든 나무판을 타고서 손으로 밀고 다녔어요. 그마저도 팔이 있는 사람들만. 술에 취한 사람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우린 잊힌 존재라네. 버려진 존재라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p.293 ~ 294, 지나이다 바실리예브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거의다 읽고 중간에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두 번 훑어서 겨우 다시 찾았습니다. 저 노래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아요. 전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더욱 관심이 듭니다. 한국도 결국 전후 사회가 가장 근저에 기반이 되기도 했고, 앞으로 다시 전후 사회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직접 저런 노래를 부르는 당사자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잊힌 존재, 버려진 존재'
제 어머니는 불꽃놀이를 싫어하셨어요. 한국전쟁 때 피난 가면서 들었던 대포소리 같다고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는데 이 책도 그런 느낌을 주네요. 승자의 입장에서 요약된 결과로 보여주는 전쟁이 아니라 다양한 직역으로 참전했던 여성들과 그 가족의 실화를 통해 들여다본 전쟁은 훨씬 참혹하고 다면적이네요.
저는 읽은 소설중에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한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서 (꿈에도 나오고) 괴로웠던 기억이 있어요 몇년간 그 작가의 책은 다시 읽기 싫더라고요. 겨우 소설읽으며 연상한 장면가지고도 이렇게 불쑥불쑥 생각나 괴로운데, 직접당한 참상들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마음은 어떨지 이제야 조금 짐작을 해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2월 22일)은 '엄마, 아빠가 뭐예요?' 장을 읽습니다. 이 장에서는 전쟁 중의 모정과 가족의 의미를 짚는 목소리를 들려줘요. 죽지 않고 포로가 되었다는 이유로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수용소에서 수년간 고생해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사연이 이 장에서도 나옵니다. 작가가 뒤로 갈수록 소련 체제, 특히 독소 전쟁 중에 소련 내부의 곪은 부분을 조심스럽게 폭로하고 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모임이 크리스마스에 끝나요. 그래서 주말(12월 23일, 12월 24일)에 남은 두 장('그리고 그녀는 심장이 있는 곳에 손을 갖다 댔어', '갑자기 미치도록 살고 싶어졌어')을 읽으면서 한 달간에 걸친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장은 피해자로서 독일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양가 감정과 독일에서 소련 남성이 저질렀던 잔혹 행위,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그 상처 때문에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 등이 담겨 있어요. 스베틀라나는 맨 마지막 장에서는 독소 전쟁 가운데 가장 끔찍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우리를 다시 데려갑니다. 24일까지 완독하고 하루 정도 감상 나누면서 유난히 힘들었던 이 책 읽기를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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