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아고라'조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 독서모임

D-29
(1) 단기적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해당 현상과 맞물려 있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에서 언급되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 문제 해결책의 일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중심지인 서울 강남구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위해선 진료 예약을 1분 내에 마쳐야만 그날 진료를 볼 수 있는 오픈런이 일상이 되었고, 지방에서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문을 열은 산부인과를 찾아 먼 지역까지 오가는 상황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의대 쏠림 자체의 바람직함을 논하기 전에 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인재 풀을 크게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의대를 지향하는 것 자체는 올바른 흐름인 것 같습니다. 다만 다음 장기적 관점에서 언급할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유능한 인재가 의대만을 바라보게 해서는 안되며 확대 정원을 필수,지역 의료에 어떻게 재배치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역시 필요해보입니다. 김잔디, "동네 소아과 문 열자 '대기 89명'…필수의료 진료난 갈수록 태산", <연합뉴스>, 2023.10.17. https://www.yna.co.kr/view/AKR20231016149000530 문세영, "의대 정원 확충 '초읽기'..."필수의료 기피·의대 쏠림 해법 제시해야"", <동아사이언스>, 2023.10.17.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2034 곽성순, "필수‧지역의료 인력 유인책’도 없는 의대 정원 확대?", <청년의사>, 2023.10.17.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0357
(1)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크게 3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로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로 집결하며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인재가 줄고 이에 따라 산업이 골고루 발전할 수 없는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10명을 모집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16명을 뽑는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동아일보에서 전국 14개 대학 의대생 24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재수 이상과 편입 비율은 43.3%, 영재,과학,자율형사립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이 30.5%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극단적 원인으로 나로호 개발 참여 연구원 박사는 연봉 9,600만원을 받았고 개원의는 평균 연봉 3억을 받았다는 실태처럼 경제 성장이 둔화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따른 선택으로 점찍었습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미래 지향적, 도전 지향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상쇄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산업의 기초를 공고히하기 위해서 과학, 기술 인재의 양성이 중요하며 과학과 공학이 무너진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책에서 언급한 대한민국 사회가 임박한 '장기 파국'과 관련하여 양극화 현상에서 안정된 직장을 잡기 위해 재수, 삼수를 무릅쓰고 결혼과 취업을 미루면서 출산율 저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의대 진학 소요 시간에 대해 의대생 246명에 대해 설문 조사하였더니 재수 27.6%, 삼수 8.8%, 사수 이상 2.8%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물론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 OECD 국가 중 꼴찌처럼 다양한 통계가 대면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여러 근본적 개선이 필요합니다만 장기적 문제에 기여하는게 사실입니다. 세 번째로 적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에 대한 포문으로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 논한 한 칼럼의 내용을 인용해 보았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미디어도 의대 열풍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의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바로 난치병에 걸린 환자를 수술하여 완치시키고 자부심을 느끼는 의사와 고급차를 몰고 다니는 등 부유한 부자다.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매체에서의 의사는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로 다뤄지기 때문에 환자들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사의 재력 등을 바탕으로만 의사의 이미지가 제시되고 의대 생활의 고충, 또는 종합병원에서의 전공의들의 현실적인 고충과 그들에 대한 과소평가된 대우는 보여주지 않음을 뜻한다. 의사들의 권리에 대한 투쟁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보이는지 의사판 ‘송곳’과 같은 드라마는 기대도 못한다. 이렇게 의사라는 직종이 몸과 마음이 지치는, 만족도 45%의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서 비친 모습 때문에 청소년들은 막연히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과한 쏠림으로 이어진 것이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100세 시대에 그것을 찾을 수 있는 것만큼의 행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와 주위 사람의 기대로 인해 의사라는 직업을 선망하는 게 아닌지,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은 해보았는지, 의료계에서 종사할 때 오는 고충을 인내하는 삶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아떨어지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영화 '소울'을 보고 내 삶의 '불꽃'은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조유라, "이공계 ‘블랙홀’된 의대…“의사만큼 못벌것” 너도나도", <동아일보>, 2023.02.16.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0216/117906680/1 최민지, "반도체학과 전원 등록 포기 사태…정부는 8곳 540억 쏟는다", <중앙일보>, 2023.02.28.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3739 의대협 사회협력국, "[칼럼]우수한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 이대로 괜찮은가?", <청년의사>, 2017.05.27.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2591
(1) 의대 열풍이 앞으로 우리나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안영민 님께서 말씀해주신 부분들에 깊이 동감합니다. 특히 저희가 읽었던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에서 언급한 '장기파국'과 '의대 열풍'이 연결되는 지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연 사회' 입니다. 우리나라 청년의 사회 진출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데,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 취업을 위해 대학 졸업을 늦추고 이후에도 몇 년간의 취업 준비 기간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회를 '지연 사회'라고 부릅니다. 군 입대까지 포함할 경우 남성들의 사회 진출은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가능하고요. 경제활동 지연은 결혼 연령 상승으로 이어지고, 만혼 추세의 일반화는 저출산 경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여성정책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발간한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와 미래 경제사회 발전’ 보고서에서는 결혼이 1년 더 늦어질수록 합계출산율은 0.1명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하였는데, 지난 20년간 초혼 연령이 4.6년 늦어졌음을 고려해보면 합계출산율이 0.5명 정도 낮아지는 것이죠. 안영민 님이 말씀해주신 바와 같이 '의대 열풍'은 입시에 소요되는 시간을 연장하였고 그로 인해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시간을 늦춥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의대 열풍'이 저출산에 기여하는 여러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최준영, “취업도 결혼도 완벽하게 준비된 후에”… 출발 늦추는 ‘지연사회’[르포 대한민국], <조선일보>, 2022.08.10 https://www.chosun.com/opinion/2022/08/10/SOQJRJEREZDODE33N3PFOPTW2I/
장기적인 관점에서 말씀하신 세가지 부정적인 영향에 공감합니다. 특히 세 번째, 저도 최근에 의사라는 직업의 적성에 관한 흥미로운 글을 읽어서 공유합니다.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는 제중원 의학교(연세대 의대의 전신) 1회 졸업생인 박서양의 경우를 들어 서양의학의 근간이 되었던 외과수술을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박서양은 천민이었지만 피와 살을 다루는 게 익숙한 백정의 아들이었기에 수련을 잘 마치고 외과 의사가 될 수 있었다는 거죠. - 장하석, "백정의 아들이 선사한 서양의학", <중앙일보>, 2023.11.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8774 인기 진료과인 피부과·안과·성형외과와 필수진료과이지만 비인기과인 흉부외과·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요즘,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적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 좋은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 끝에 의대에 진학하는 데 왜 세계적 수준에서 대한민국 의료계는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자연계 최상위권 3,000여 명의 학생들이 오로지 임상의사의 길을 걸으려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면 훌륭한 인재도 많으니 필수진료과의 의사뿐만 아니라 기초의학, 의과학, 의공학 분야의 연구 인력도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장윤서, "서울 빅5도, 지방 주요병원도 ‘전공의’ 모시기...내년도 필수진료과 미달 사태 우려", <조선비즈>, 2023.11.23.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medicine-health/2023/11/23/DI2GSK72JZGRVAVIZUFOA5FNIY/ - 황보연, "“두 문제만 더 맞히면 윗단계로” 그들이 대학을 갈아타는 이유", <한겨레>, 2023.03.11.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83127.html - 송수연, "'세계 의대 TOP100' 한국 3곳…'한국 1위'는 연세의대", <청년의사>, 2023.10.30.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0731
(2) ‘의대 열풍’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첫 번째로는 안영민님의 의견처럼 교육 시스템의 문제가 있습니다. 진로를 탐색할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은 학생들은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보장되는 의학 계열의 길을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교에서 진로 탐색의 시간은 다른 과목의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저히 낮은 편이죠. 실제로도 주변에 의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물론 ‘의사‘라는 직업에 큰 가치를 두고 자신의 가치관이 담긴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장 큰 이유는 돈이였습니다. 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싶은 일’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아 삶의 가치를 물질적 요소에 치중하게 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약간은 독특한 생각일 수 있는데 ‘의대’라는 것이 하나의 타이틀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입시에 있어서 높은 성적을 받은 것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높은 성적을 받은 사람들은 ‘의대’라는 타이틀에 집중하여 선택의 폭을 좁혀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수로 다른 학과 가기엔 아깝고 , 의대를 가면 미래가 보장될 것 같고, 자신이 여태까지 공부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도 받고싶은 마음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졸업을 바라보고 있는 제 시점을 벗어나, 막 입시전략을 짜고 있을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보상심리를 받고 싶을 것이라는 시점의 전환이 새롭네요. 저도 만약 제 전공의 컴퓨터공학 및 과학의 묘미를 느끼기 이전의 안영민으로 돌아가서 의대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입장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합니다.
지나가던 그믐 내 탐험가 여러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의견주시면 좋겠는데요 ㅎㅎ 현재 자신의 상황에서 만약 의대 합격증을 받은 입시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는 선택을 하시겠어요? 아니면 현재의 삶을 이어가시겠어요?
저는 현재의 삶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제가 현재 인문 계열의 학생이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의대가 앞으로의 삶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더라도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저에게는 오히려 행복하지 않은 삶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큽니다. 저는 현재의 삶이 즐겁고, 내년과 내후년이 기대될 정도로 삶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습니다. 다른 조원분들은 모두 이공계열 학생분들이신만큼 의견이 어떠신 지 궁금해집니다-!
저 또한 현재의 삶을 이어나갈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인생의 중요성을 요즘 더욱 더 느낍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미래에 물질적인 안정과 타인의 존경을 받을 순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스스로한테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성적이 높은 사람들은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의대로 선택의 폭을 좁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꿈을 찾는 과정 중에 있지만 , 의대를 갈 수 있는 상황이어도 저는 그 분야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거기서도 꿈을 찾고 , 찾는 인생을 살고싶습니다 !
(2) 저도 학생들이 진로 탐색의 기회가 적은 것이 의대 열풍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진행되는 진로 관련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희망 직업으로 제시하는 것들이 대부분 변호사, 의사, 선생님 처럼 "명확한" 직업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보니 의학과를 진학하지 않는 이상 진로를 고민할 때는 '직업'보다는 현실적인 '직무'를 생각합니다. 학창 시절에는 진로 탐색의 기회가 적다보니 세상에는 나아갈 방향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편협한 시각에 갇혀있었던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의대를 가는 것이 당연시되고, 이렇다보니 의대 열풍이 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2020)에서 명문대의 캄핑과 네트워크 현상을 지적합니다. 하버드에서 유명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캄핑'이라는 입단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하는데요, 일부 동아리는 합격률이 10%대라는 것을 자랑처럼 말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명문대라는 입시의 문턱을 넘어서도 네트워킹을 위한 일종의 '동아리 입시'라는 새로운 경쟁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김찬우 님이 지적해 주신 보상 심리와 의대라는 '타이틀'에 대한 집착과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의대를 다니는 친구들에 의하면, 의대에도 아이비리그와 비슷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동아리와 기수 문화를 중심으로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은데, 이를 통해 엘리트 의식이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새로운 형태의 학벌주의, 즉 '의대-비의대'를 가르는 경향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샌델은 같은 책에서 이러한 고등교육의 승자독식 재선별이 야기하는 문제점으로 불평등의 심화와 승자들에게도 피해를 남긴다는 점을 듭니다. 첫 번째는 우리 책이나 수업에서 다루었듯이 많이들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두 번째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학벌로 대표되는 능력주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는 힘겨운 투쟁을 거듭해야 하는데, 그 결과 부유한 가정 출신의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심각한 정신적 문제와 높은 약물 의존증을 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젊은이(20~24세)들은 살인보다 자살로 더 많이 죽어간다고 하죠. 우리나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의대를 중심으로 한 '신(新) 학벌주의'에 관해 그저 비판만 하지 말고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공정하다는 착각 (리커버 에디션)“우리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해왔던,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보상해주는 능력주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크게 잘못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능력주의가 제대로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공정함=정의’란 공식은 정말 맞는 건지 진지하게 되짚어본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책에서 소개되었듯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율, 소득 불평등,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모두 상위권에 드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유럽의 국가들은 비정규직을 ‘직업 탐색’, ‘직업 경험’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이 되지 못한 경쟁력 없는 노동자’로 바라보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낙인효과로 작용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비정규직 노동시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기서 든 생각은 우리나라 또한 서구의 인식을 채택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거대한 문화적-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무조건적으로 서구의 인식이 맞는 것일까?에 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층노동시장론] https://m.blog.naver.com/hyosleegiu/220992205923 저는 이 두 시선에 관한 여러분의 생각을 묻고 싶고 1)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이끌어낸다면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에 관한 어떠한 인식이 필요할지, 2) 인식이 바뀐다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양극화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1&2)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낙인효과에 대해 검색해보니 주로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서 임금 격차나 담당 업무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차별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커다란 벽이 존재한다는 주장과 함께 '낙인효과'가 등장했습니다.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 노상규 위원장은 연대발언에서 통신망관리 유지보수의 필수적인 업무를 담당함에도 외주업체를 비정규직으로 구조조정한 부당 대우를 지적하였고,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돌봄전담사 송인경씨는 급식 조리나 돌봄 등, 교육 복지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여자들의 일'이라는 편견 탓에 그저 '밥 하는 아줌마'로 낮춰보고 합당한 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내부의 여러 업무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및 정규직에 대해 너나 할 것 없고, 중요도의 높낮이를 따질 필요없이 모두가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각각의 전문가로 인식할 필요성과 상호 존중의 태도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의 선순환을 위해 근속기간을 보장하거나 해당 기간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예리, "LGU+ 19년 만의 파업 “비정규직 출신 낙인 해소하라”", <미디어오늘>, 2019.10.28.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272 김민제, "학교 여성 비정규직 “‘밥 하는 아줌마’ 낙인…합당한 임금 달라", <한겨레>, 2023.03.08.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82740.html
(1&2) 저는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 전환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하기에 앞서, 제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이유와 이것이 왜 문제시되는 지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이유가 '기업의 이윤 추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찬우 님이 말씀해주신 비정규직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 시장이라는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이것이 우리나라 높은 비정규직 비율의 주된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과도하게 이윤을 추구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낮은 임금을 줘도 된다고 판단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것입니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이 우리나라에서 문제시되는 이유는 임금 격차의 심화 때문이고, 임금 격차로 인해 사회의 양극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필요시되는 해결책은 단순히 비정규직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임금 상승 속에 정규직 노동자 임금은 유달리 더 올랐습니다. 지난해 임금 상위 20%(5분위)의 임금총액은 한해 전보다 8.3% 늘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정규직·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많이 늘어날 동안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여 임금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합니다. 다시 김찬우 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면 저는 인식이 바뀐다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양극화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양극화 해소에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 개선이 아닌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동정책 개선 및 정규직 임금 상승률에 견줄 수 있는 비정규직 임금 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준호,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4년 만에 다시 커졌다", <한겨레>, 2023.05.23.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92991.html 방준호, "비정규직이 사회 양극화 원인…51%가 “임금 격차 해소해야”, <한겨레>, 2023.04.11.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87443.html
(1) 제 생각에 비정규직에 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회의 평등과 최소 수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비정규직을 '직업 탐색'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이 두 가지가 보장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단 부자든 가난하든 평등한 교육 기회가 주어지고, 실직과 같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겪어도 일종의 '패자부활전'을 할 기회가 있으니까요. 또한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이 정규직 인건비 증가에 대응하여 하청 문화를 만들면서 되려 고용의 양과 질이 곤두박질치는, 일종의 '자충수'를 둔 것도 비정규직에 관한 안 좋은 인식을 만들어 낸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낸 정규직 노조가 지속 가능한 지위 유지를 위해 나날이 늘어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눈 감았던 역사도 포함해서 말이죠. (이 내용은 위의 책 『세습 중산층 사회』의 6장 '세습 중산층의 기원'과 에필로그'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2) 높은 연봉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누가 마다할까요. 하지만 개인의 선택이 그렇게 강요된 것은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양극화는 시스템의 문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시스템의 변화가 선행된다면 인식도 변화할 것이고, 나아가 양극화를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짐작해 봅니다.
세습 중산층 사회 -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날카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20대의 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꿰뚫는 책이다. 취업시장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본질에 성큼 다가선다.
김찬우님의 비정규직 인식 문제에 대해 1)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인식에 서구의 인식을 대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일자리 비율은 서구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기에 이건 생존의 문제이며 여기서 더 일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의 문제와 다른 성격인 듯 합니다. 2007년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 중 기간제법이 기간제근로자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제한해 정규직 전환율을 높이고자 했지만, 오히려 2022년 정규직 전환 비율은 6.3%에 그칠 정도로 2년마다 새로운 직원을 뽑는 쪽으로 기업이 운영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 사업장에서 근무를 지속하지 못하고 정규직 전환하지 않을 경우의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합니다. 곽래건, "외국인 근로자는 10년까지 근무… 국내 비정규직 2년 족쇄는 여전", 2023.07.06. https://www.chosun.com/national/labor/2023/07/06/JAFC6BVVKRCXNAJ4S5EU7VNFAU/
김찬우님의 비정규직 인식 문제에 대해 2) 인식이 바뀐다고 정규직과 정규직의 양극화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의 원인이 인식이라고 생각하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비정규직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선이 임금 격차, 업무의 차별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1. 근로자의 권리 보장 - 비정규직자도 근로자로 안정된 근로 환경과 적절한 근로 조건을 즐기게 함 2. 노동시장의 고용 형태 다양성 인정 - 노동시장에서 다양한 고용 형태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필요 3. 노동시장의 불평등 해소 -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및 근로 조건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인식 등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굳이 서구적인 인식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맞는 바람직한 형태의 인식으로 전환이 필요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끌어내기 위한 방안이 저는 막상 떠오르지 않았습니다…혹시 다른 분들은 이에 대하여 다른 의견이나 방안이 있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서구적인 인식이 아닌 우리나라 사회에 맞는 형태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4장 <양극화와 임박한 파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로 인한 단기 파국과 장기 파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990~2000년 사이에 갑작스럽게 출생자 수가 늘어난 세대를 '낙타 혹 세대'라고 하는데, 이 낙타 혹 세대가 노동 시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노동 시장에 수용되지 못함으로 인해 출산이 늦춰지고 그로 인해 단기 파국이 장기 파국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꽤나 인상깊었습니다. (78~79쪽)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주된 사회 문제인 취업률 문제와 출산율 문제는 결국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문제임을 다시 한 번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낮은 출산율의 원인은 우리나라 사회가 아이를 낳기를 결정하고, 낳는 주체인 청년들의 삶이 충분히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낮은 출산율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들은 근본적인 원인과는 다소 거리가 먼 정책이 대다수라고 생각합니다. 출산에 대한 혜택 제공이라던지, 출산 아동 수당 지원 등 청년들은 "내 코가 석자"라며 출산할 계획이 없는데 정부는 청년들의 출산을 전제로 한 정책들을 내걸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1) 현 대한민국 저출산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저와 다른 다양한 견해, 의견이 궁금합니다.) 2) 여러분이 생각하는 올바른 저출산 정책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
1&2) 출산 강요 정책의 비극을 먼저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1967년 노동력 부족을 메꾸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낙태를 불법화시키고 피임약의 제조, 수입을 금지시키고 아기가 없는 부부에게 강력한 세금을 물리는 등 강력한 출산 의무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감시망을 피해 비밀 임신중절 수술을 받거나 수술비용 부담에 자가수술을 시도하다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차우셰스쿠 정권 전복 이후에도 낙태가 자유화되자 산부인과에 의료장비와 약품이 부족한 현상조차 일어났다고 합니다. 또한 10년 사이에 신생아 출산이 40%나 증가했지만 이를 수용할 능력이 없어 고아원이 포화되고 실업율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였습니다. 전통적으로 서구권은 출산율 장려 정책으로 루마니아 같은 강경책보다 출산에 대해 혜택을 주는 온건책을 펼쳐왔습니다. 우리나라도 김서연님이 말씀한 것처럼 온건한 출산 장려 정책을 유지해왔지만 앞서 여러 화제에서 등장한 재수, 대기업 선호, 실업율, 비정규직 등으로 결혼 자체의 선호도 감소하고 이에 따라 출산율이 매우 저하된 상태같습니다. 일부 서구 국가에서 출산율이 늘어난 비혼 출산에 대해 우리나라 사회 정서가 용납되는 상상은 현실성이 떨어져보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결혼할만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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