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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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초 뒤에, 서로를 향하는 눈짓과 손짓, 표정에서 스며나오던 아쉬움이 두 사람을 어떠한 양감으로 살짝 움켜쥐었다 편 것처럼 주춤하게 했을 때 통화는 예기되었음에도 예기치 않은 것처럼 갑자기 종료되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70쪽, 안보윤 외 지음
내가 자꾸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게 사실은 살고 싶어서라는 걸 알았던 장희.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보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유심히 귀 기울여주었던 장희.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57쪽, 안보윤 외 지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 배제되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 박탈당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3쪽, 안보윤 외 지음
장희의 눈에 비치는 것은 나인데 어째서 분노가 느껴지는 것인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이게 분노라면 어째서 이토록 단숨에 서글퍼지는 것인지를 납득해보려는 것처럼 조용히 시선을 맞받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4쪽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그렇게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더니 결국 더러운 병에 걸렸다고. 통화를 하다 울었는지 눈은 퉁퉁 부어 있고 목은 잠겨 있었는데도 입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더라.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p154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진무 삼촌, 그이가 더러운 병에 걸렸다는 말,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더니 결국 죽었다는 말, 잘못 알고 말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한 것인지 영영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어쨌든 사실이 아니었던 말. 나는 그 말을 내뱉던 순간에 그녀가 마주했을 불안의 크기에 대해 생각했다. 감염과 죽음이 동의어인 줄 알았던 그 무지한 시절에, 장희의 미래를 오염과 타락, 징벌로밖에 상상할 수 없었던 그 막막한 날들에 그녀가 감당했을 공포의 무게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건 장희의 성장과 함께 증식한 불안이 아니었을까. 장희가 누군가를 원하고 만지고 사랑하는 게 이상할 게 없는 나이가 됨으로써 완성된 공포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그건 왜 응당 불안이고 공포였을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1, 안보윤 외 지음
나는요, 형님을 만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이영서 씨는 말했다.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54, 안보윤 외 지음
내가 자꾸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게 사실은 살고 싶어서라는 걸 알았던 장희.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보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유심히 귀 기울여주었던 장희.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57, 안보윤 외 지음
안전을 바라는 마음?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그거 혐오였어. 헷갈릴 것도 없고 선해할 것도 없어. 장희가 나를 향하던 눈빛만큼이나 선연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래서 동성애 하라는 거야? 아니잖아. 남자랑 섹스하라는 거야? 아니잖아. 거기에 무슨 자유가 있고 해방이 있는데? 그런데도 나는 그 마음을 사랑이랍시고 놓지를 못했던 거야. 그게 나를 어떻게 좀먹는지도 모르고, 나를 반쯤 죽여서 딱 반만 살게 하는 줄도 모르고······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했던 거야. 나는 그랬던 거야.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64, 안보윤 외 지음
우리는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그리고 카운터가 0을 가리키는 바로 그 순간에, 한 시절의 끝이자 시작을 알리는 것 같은 바로 그 순간에 눈을 들어 서로를 바라봤다. 장희가 먼저 웃으며 말했고 내가 따라 웃으며 들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72, 안보윤 외 지음
나를 죽게한게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것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리고 몇 초 뒤에, 서로를 향하는 눈짓과 손짓, 표정에서 스며 나오던 아쉬움이 두 사람을 어떠한 양감으로 살짝 움켜쥐었다 편 것처럼 주춤하게 했을 때 통화는 예기되었음에도 예기치 않은 것처럼 갑자기 종료되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처음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나중에는 단정해진 글씨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제든 우리 집에 또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어. 그 말이 나는 참 좋았고.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169쪽, 안보윤 외 지음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아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54, 안보윤 외 지음
나는 그 순간 장희의 어깨를 툭 하고 건드려보았다. 이영서 씨에게서 어떤 소중한 것을 건네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장희 역시 그것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 154, 안보윤 외 지음
그리고 어느 해부터인가 장희 니가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는지 카드 안에 추신처럼 한두 문장을 더 적었지. 그때 너는 또 오라고 썼어. 처음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나중에는 단정해진 글씨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제든 우리 집에 또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어. 그 말이 나는 참 좋았고.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9p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어떤 날들은 말해지지 않아야만 간신히 멀어질 수 있으니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2, 안보윤 외 지음
나는요, 형님을 만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중략)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54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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