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준 적이 있었나? 혹은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준적이 있었나, 기억이 안 떠오르네요. 새삼 소통은 빵점의 인생을 살고 있는건 아닐까 반성했습니다.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서, 서로를 이해한다는건 환상같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도 이 단편의 마지막 처럼 , 웃으면서 말하고 웃으면서 들으려고 해봐야겠어요.
아무래도 가족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냈던 팬데믹의 시간이 기억납니다. 훌쩍 커버린 두 아들들이랑 무슨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 늦어버린 야심한 밤. 잘자라, 사랑해 아들들. 했는데, 애들이 동시에 '알아요'라고 했을 때. '저희도 사랑해요'가 아니고 '알아요'라고 해주는 그 맘과 말에 제 말이 그 아이들 맘에 닿았구나 싶었습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다는 것을 실감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작가님 말 동감합니다. 더구나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이해받지 못하고 나의 아픔을 공감받지 못할 때 가장 힘들고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우선 다행히도 저와 가장 가까운 아이들은 그래도 저와 대화가 좀 통하는 편이라 고마운 상황입니다. 아이들과 대화 할 때 전 저의 일에 관한 고민도 같이 나누는 편인데 본인들이 겪어보지 못한 상황임에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모습이 대견하더라구요. 아니면 독서모임에서 대화를 나눌때도 여러 방면의 주제를 다룰 수 있어서 여러 이야기를 인물과 사건에 대입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좋더라구요.
듣는다. 이 경우는 소리를 귀로 듣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걸 의미하겠지요. 오랜 책친구와 서로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들려주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더라구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듣는이와 말하는 이 모두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직장 동료 중에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하지만 늘 확실하게 표현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둘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오해나 이슈들을 항상 먼저 얘기를 나눌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저도 제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말로 전하기위해 정리하는 단계들을 거치면서 제 감정들과 상황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를 할 수 있어요. 저는 제 얘기나 제 감정을 잘 털어놓지않고 스스로 처리하는 편이라, 늘 서로 이야기를 해주어서 고맙다고 얘기하며 대화가 끝나는데 그 때마다 이 대화 자리가 쉽게 마련되지는 않았다는 걸 느껴요. 늘 제 상황을 먼저 고려하고 이해한 후 스스로 감정 정리가 된 후에야 저에게 얘기를 꺼내며 제 얘기를 듣고자하고, 저는 그런 분인걸 알아서 그 분이 이 문제에 쏟았을 시간에 대해서 미안해하며 그 분의 말을 놓치지않기위해 집중해요. 이 대화가 결국엔 저를 위한 거란걸 알아서.
5-3. 내 이야기가 가 닿지 않았다고 느껴질 때, 누구의 이야기가 내 안에 남았나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의 투정, 일기 속 문장들, 저들끼리 나누는 대화에서 요즘은 가장 많이 배우고 느껴요. 듣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할 기회를 주셔서 좋네요. :)
5-3. 얼마 전 아이가 아파 게임도 TV도 금지했더니, 도대체 이 지루한 시간에 뭘 하냐며 난리를 치길래 10년 동안 단 한번도 읽어 준 적이 없었던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별 특별할 것도 없었던 '반 고흐와 나'라는 그래픽 노블이었는데, 읽는 내내 아이가 집중해 주었고 읽으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2시간이 환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특별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읽어 주니까 글씨가 많은 책도 재미있다.'며 갑자기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잠자기 전 루틴이 되어 버린 절망적인 상황.....(자기 전엔 졸음이 급 몰려와 책 읽어주는 일은 그야말로 고역입니다.) 그래도 엄마로서 책을 읽어줘야겠단 생각에 몇 번 다른 책을 읽어 주었지만, 그때와 같이 빛나는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깊이 있게 묻고 들어주는 시간도 아니었지만, 책을 통해 조용하게 서로가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그 순간이 최근 가장 서로에게 가 닿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선택] 5-4. 김병운 작가에게 한 마디
5-4.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너무 잘 읽었습니다. 읽을수록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과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던 사람들, 서로를 향한 복잡한 마음을 따뜻하게 표현해 주셔서 여러번 곱씹게 됩니다. 좋은 작품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런데 제 독해력 부족으로 인해 충분히 다가오지 않은 부분이 있어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장희가 나에게 엄마를 이해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후 '그래서 동성애 하라는 거야? 아니잖아. ... 중략... 나는 그랬던 거야.'에서 앞 부분은 퀴어를 비난하는 듯한 말로 느껴져서 의미 연결이 잘 안되더라고요. 아마 어딘가 제가 오독을 한 게 아닌가 싶은데 혹시 설명해 주실 수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그래서 동성애 하라는 거야? 아니잖아. 남자랑 섹스하라는 거야? 아니잖아." 이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이 대사는 장희가 퀴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원망하는 의미로, 정확히는 안전과 보호를 동력삼아 혐오를 사랑으로 포장한 것에 대한 비난의 의미로 들어갔는데요. 거기에 차별과 혐오가 없다면 동성애 역시 이성애처럼 권장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되묻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앞의 대사와 이어지는 것이기도 해서 맥락상 주어를 엄마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김병운 자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위에서 설명을 제대로 못한 것 같습니다. 맥락상 엄마를 주어로 읽을 수밖에 없는데, 제가 파악하기로 장희 엄마는 동성애에 대해 곡해하고 있는 입장이고(장희가 느끼기에는요) 장희는 동성애자이니 일차원적으로(?) 생각하자면 엄마가 장희에게 '그래서 네가 동성애를 하겠다는 거야? 남자랑 섹스를 하겠다는 거야?'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저절로 상상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장희의 입에서 나오니까 엄마가 어떤 말을 했길래 장희가 저런 답을 할 수 있을 지 소거된 그 부분을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구상하셨던 소거된 엄마의 말이나 입장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실은 엄마는 진무 삼촌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어느 부분에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다시 찾으려니 못 찾겠네요.ㅜㅜ) 혹시 엄마도 퀴어로 설정하신 건가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적이 있었습니다.(뒷부분에서 결정적인 어떤 것을 찾을 생각만 하고 넘어갔던 것 같아요) <펀홈> 에서 이 대에 걸친 퀴어와 클로짓 게이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요. 작가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남겨주신 글 보니 제 답변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주어를 엄마로 보시면 될 것 같다는 말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하고요. 제가 주어를 언급했던 건 저 대사를 엄마의 말로 상상해주십사하는 뜻이라기보다는 문장의 주어를 엄마로 놓아주십사했던 뜻이었는데요. 이렇게 다시 풀어서 써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가 나더러 동성애를 하라는 거야? 아니잖아. 엄마가 나더러 남자랑 섹스하라는 거야? 아니잖아." 자신에게 동성애를 하라는 엄마, 남자랑 섹스를 하라는 엄마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동성애를 이성애처럼 권장하고 동등하게 바라보는 엄마가 아니라면, 장희는 이해할 생각 없다는 항의와 분노가 담긴 대사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병운 아!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장면이 장희와 나의 대화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대화를 과거에 엄마와 나눈 대화로 읽었거든요. 다시 정신차리고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
그리고 아마도 엄마가 삼촌에게 매년 보냈던 엽서 때문에 삼촌을 이해한 사람이라고 느끼셨을 것 같아요. 엄마를 퀴어로 설정하지는 않았고요. 저는 퀴어만이 퀴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의 작품들도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들로 채워주실껀가요?
요즘 저의 작업 모토는 '세상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에게 절실한 것을 쓰자'인데요. 세상에 중요한 것들은 제가 우러러 보는 훌륭한 작가님들께 맡기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이야기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비슷한 소재를 쓰고 있다고 느끼셨다면 그것이 제게는 쓰고 또 써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절실하고 또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5-4. 작가님의 작품을 아직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한밤에 두고 온 것」에서 ‘대훈’이 더는 숨거나 참거나 도망침으로써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일을 더는 만들고 싶지 않아 한 걸음 나아갈 준비를 하는 모습, 윤수희 감독이 잘 모르지만 알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걸 쉽게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모습이 저는 정말 좋았거든요. 세상을 바꿔줄 이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한밤에 두고 온 것」에서 마지막 문장인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가 정말 좋았거든요. 오늘의 내일이 내일의 오늘이 되듯, 모두가 평범하고 평등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회가 될 날이, 언젠가는, 내일이 오늘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언제나 그랬듯이’ 올 것이라 믿고 있어요. 작가님이 ‘나에게 절실하고 중요한 것을 쓰겠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에게 절실하고 중요한 것이 담겨 있을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됩니다. 응원하고 다음 작품도 기다릴게요! Q. 마지막에 카메라라는 장치가 한 시절의 끝이자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고장 난 줄 알았던 카메라가 사실은 고장 나지 않았고, 함께 카운터가 0을 가리키는 순간을 바라보는 장희와 나,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장희와 이야기를 듣는 나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끝마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끊어졌다고 확신했던 어떤 인연을 다시 되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아마도 이 작품을 추동했던 엔진(?) 같은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소설을 구상하던 시기에 방 청소를 하다가 제가 오래전 서랍장 맨 아랫칸에서 모아둔 소형 전자기기를 꺼내보게 되었어요. 핸드폰부터 시작해서 MP3, CDP, 디카, 필카 등등 지금은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작동조차 하지 않는 그런 기기들이었는데, 문득 너무 낡고 오래되어서 고장난 것처럼 보이는 이것들을 하나씩 다시 작동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이 마음을 소설 안에서 장면화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마지막 장면은 그렇게 출발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
이전 질문에서 작가님이 질문하셨던것처럼, 누군가와 공감을 하게되면 서로를 마주보게 되는데 작가님이 생각하기에는 어떤 순간이 그러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제 동료와 소설 얘기를 하느라 한 시간 반이나 통화를 하고 말았는데(평소에 저는 전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하고 전화를 하더라도 5분을 넘기지 못하거든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설 쓰기인 사람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 소중하고 애틋해서, 이렇게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숨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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