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7-1. 얼마 전 갑작스럽게 다음주까지 퇴직 희망자를 받겠다는 대표의 발표에 놀란 지인이 있습니다. 본인도 황당했겠지만, 저도 뉴스에서만 보았던 코인 업계의 현실이 이런 건가 해 충격이었습니다. 주변에 다행히도 코인으로 크게 망한 사람이 없어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목인 작은 방주들과 코인 회사명과의 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해도 생가해 보았고요. 그리고, 허니쿠키가 정말 화자의 뒤통수를 친 건지, 무슨 의도로 자꾸 화자에게 접근을 하는 건지, 진주는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 밝히지 않은 점도 이 소설이 갖고 있는 매력 같습니다.
7-1. 직장에서의 위치, 존재감과 친구에 대한 생각, 태도가 블록체인이라든가 우유니에 대한 생소함을 너머 공감을 불렀습니다. 진주의 이야기도 궁금해졌고요. 그녀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방주를 찾아 안전하기를.
화제로 지정된 대화
7-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엇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33쪽, 안보윤 외 지음
코로나 창궐, 암호화화폐, 무보직 대기발령, AI...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보거나 듣고 있는 소재들을 직장생활의 애환(?)에 녹여낸 이야기라 우선 흡인력이 좋았습니다. 관계와 관계들 속에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제가 알거나 만난 적이 있는 누군가들을 닮아있어서 속이 쓰리다가도 애닳았습니다. 은재님도, 진주씨도, 허니쿠키님까지도 방주가 닿은 아라랏산 정상에서 다시 마주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온기 가득한 저들 각자의 암염을 꺼내어 보이면서..
뜨거워졌다 얼어붙었다 하는 기분을 억누르며 나는 나와 진주에게 공통으로 닥친 불행의 인과관계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십을 앞둔 여성 둘의 잠적과 대기의 상태에 대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17 <작은 방주들> 중., 안보윤 외 지음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러니까 진주가 한다던 새로운 일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붙잡고 어디론가 휩쓸려 가는 일처럼 보였다. p22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러니까 사십을 앞둔 여성 둘의 잠적과 대기의 상태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설계된 낙오와 조난 상태에 대해. 하지만 결론은 영 엉뚱한 지점에서 맺어졌다. 가상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 역시, 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거의 없다는 거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17쪽, 안보윤 외 지음
뜨거워졌다 얼어붙었다 하는 기분을 억누르며 나는 나와 진주에게 공통으로 닥친 불행의 인과관계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십을 앞둔 여성 둘의 잠적과 대기의 상태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설계된 낙오와 조난 상태에 대해. 하지만 결론은 영 엉뚱한 지점에서 맺어졌다. 가상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 역시, 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거의 없다는 거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17, 안보윤 외 지음
낯선 질문들이 입 속을 맴돌았다. 뭐가 있다고 치는 것. 없는데 있다고 치는 것. 치자, 치자, 치자, 중얼거리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거짓말도 치는 거고, 사기도 치는 거고, 뒤통수도 치는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실종된 친구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집요하게 피어오르는 의심을 막을 길이 없었다. 곧이어 갑자기 사라진 진주에게 내내 뒤통수를 얻어맞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진주야, 도대체 왜, 어디로 사라진 거니? 갑자기 벌도 나비도 하기 싫어서? 네가 가졌던 꿀이 몽땅 사라져서? 도대체, 왜? 나는 다가오는 여행 날짜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엉뚱하게도 이 모든 더러운 기분들이 허니쿠키를 향해 맹렬하게 솟구쳤다. 빙글거리는 저 얼굴을 차갑고 딱딱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취기 때문인지 머릿속에서 윙윙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24-225, 안보윤 외 지음
나는 한동안 그림자처럼 앉아 소금 캐는 여자를 봤다. 검은 피부에 날렵하고 단단해 보이는 팔, 일을 하는 데 허튼 구석이 없는 손길,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가장 정확한 것을 움켜쥐는 동작이 반복되었다. 쉽지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낡은 소금 자루가 천천히 채워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면서 종종 여자의 눈과 마주쳤다. 피할 수 없을 만큼 맑고 투명한 눈이었다. 무엇인가 실재하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이 인간을 흔들기 이전의 눈, 그런 눈이 나를 차분하게 올려다보곤 했다. 나는 그 눈을 바라보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막 한가운데서,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32, 안보윤 외 지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가혹해? 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래, 하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엇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가슴에서부터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것이 동시에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던 여자가 묵직한 소금 자루를 자전거 뒤에 싣는 것이 보였다. 여자 앞에 자리를 잡은 아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페달을 밟자 묵직한 소금의 무게가 여자의 발에 실렸다. 여자가 석양을 등지고 사막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는 말들 중 어떤 것도 쉽게 꺼낼 수가 없었다. 나는 길게 늘어지는 여자의 그림자를 사진 속에 담았다. 말 대신 꼭 보여주고 싶었다. 진주에게 그리고 허니쿠키에게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33, 안보윤 외 지음
말 대신 꼭 보여주고 싶었다. 진주에게 그리고 허니쿠키에게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 작은 방주들-, 안보윤 외 지음
근면 성실이 더는 성공의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걸, 심지어 무능도 전략적으로 증명해야 실업 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초현실적인 형벌을 받으며 복기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작은 방주들-, 안보윤 외 지음
가상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 역시, 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거의 없다는 거였다. 나는 하루종일 별서듯 텅 빈 바탕 화면을 노려봤다. 시위를 하듯 점심 식사도 거른 체 퇴근 시간을 맞았다. 온 마음이 사막처럼 황량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무보직 대기발령 AI의 밀린 상사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얘야, 가보지도 않은 곳이 그리울 수도 있단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19, 안보윤 외 지음
나는 나와 진주에게 공통으로 닥친 불행의 인과관계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십을 앞둔 여성 둘의 잠적과 대기의 상태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설계된 낙오와 조난 상태에 대해. 하지만 결론은 영 엉뚱한 지점에서 맺어졌다. 가상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 역시, 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거의 없다는 거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17p,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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